본지는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부교역자로 청년 사역하고 있는 노재원 목사의 글을 연재한다. 노재원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Div), 연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석사)했으며, 현재 ‘알기 쉬운 성경이야기’, ‘기독교의 기본 진리’, ‘영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대중문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등을 유튜브를 통해 연재하고 있다.

모조품 건축
노재원 목사의 <성경으로 공간 읽기> #5

모조품 건축
모조품의 시대

한국민속촌. 조선 시대 가옥과 마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입니다. 이곳에 오면 우리의 옛집들을 볼 수 있고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데요. 아무리 그럴듯하게 조선 시대의 마을을 조성해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조품일 뿐입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를 살게 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삶의 현장이 아니라 잠시 유희적인 체험을 제공할 뿐입니다.

‘모델하우스’라고 불리우는 견본주택(건축업체가 아파트를 분양하기에 앞서 홍보를 위해 임시로 축조하는 가설건축물)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이곳은 어디까지나 이와 같은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곳이지 실제 먹고 자며 생활하는 곳은 아닙니다. 실생활이 이뤄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되는 가구는 최대한 작은 것을 놓습니다. 붙박이장도 가급적 설치하지 않으려는 편이죠. 이유는 실내를 최대한 넓게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실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자질구레한 소품들도 추레하기 보일 수 있으니 말끔히 제거되어 있습니다. 모델하우스란 집처럼 꾸며진 가상의 공간, 다시 말해 모조품일 뿐, 실제 주거공간은 아니라는 것이죠.

에펠탑. 프랑스 파리의 상징과도 같죠. 그런데 대한민국에도 이 에펠탑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경기도의 어떤 휴게소에는 에펠탑을 본 따 만든 조형물이 있습니다. 뚱딴지 같지 않나요. 설령 파리의 에펠탑과 똑같은 재료를 써서 똑같은 크기로 지어놨다고 해도 이건 의미 없는 모조품일 뿐입니다.

트레비 분수. 1760년대에 이탈리아 로마에 지어진 유명한 분수입니다. 기원을 알 수 없지만 이 연못을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고 하는 속설이 있지요. 그런데 대한민국 잠실에도 이 분수가 있습니다. 이것도 물론 모조품이지요. 이 공간은 사정상 로마에 갈 수 없는 이들에게 간접 체험을 하게 해 줄 뿐, 로마에 있는 것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건축물이란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걸맞은 용도를 위해 지어짐은 물론, 물리적 구체에 시간과 역사까지 담고 있어야 온전한 가치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모조품에 불과한 것이죠.

구약시대의 모조품 건축

구약시대에도 이런 모조품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주전 926년 이스라엘 민족이 남쪽 나라와 북쪽 나라로 분열되었을 때의 일인데요. 북왕국 왕 여로보암에게는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여호와께 예배하는 곳, 바로 성전이 남왕국에 있었던 거죠. 남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에는 솔로몬이 지은 성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란을 일으켜서 떨어져 나간 여로보암 측에는 예배할 장소나 건물이 없었죠.

여로보암은 불안해 합니다. 북왕국 사람들이 여호와께 예배하겠다면서 남쪽 나라 예루살렘 성전을 왕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민심이 남쪽 나라를 향할 거라는 걱정에서죠. 급기야 여로보암은 남쪽 나라의 예루살렘 성전과 비슷한 건축물을 자기 땅에 짓습니다. 벧엘과 단이라는 곳에 산당을 세우고 금송아지를 둔 것이죠.

물론 모양이 예루살렘 성전과 같지는 않지만 성전을 본 따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조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금송아지의 모양도 성전에 있는 케루빔을 연상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죠. 여로보암은 이 모조품을 이용해서 백성들이 예루살렘까지 가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잔꾀는 여호와께 죄가 될 뿐이었습니다(열왕기상 12:25-30)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 예루살렘, 그곳에 지어진 성전은 당시 이스라엘 민족에게 여호와께서 임재하시는 곳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그저 외형만 비슷하게 인위적으로 만든 북이스라엘의 산당은 예루살렘 성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모조품에 불과했지요.

한국교회, 모조품이 될 것인가

이야기를 조금 확장시켜 볼까요. 솔로몬 성전 앞 현관에는 두 개의 기둥이 세워졌습니다. 오른쪽 기둥의 이름은 야긴, 왼쪽 기둥의 이름은 보아스였죠(열왕기상 7:21). 야긴과 보아스는 히브리어인데요. 각각 ‘여호와가 세우실 것이다’, ‘여호와께서 일으키신다’ 이런 뜻이었습니다. 오늘날 예배당에 야긴과 보아스처럼 두 개의 기둥만 박아 놓으면 여호와께서 세우시고 일으켜 주실까요. 본질이 없이 외형만 복제한다면 모조품에 불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