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기본 간단명료하게 소개하는 안내서
믿음, 하나님, 예수, 구원, 교회, 기독교의 소망 설명
신앙, 복잡하고 이해 힘든 세상 바라보는 지도 제공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

알리스터 맥그래스 외 | 오현미 역 | CUP | 860쪽 | 49,000원

“불가피하게 이 책은 기독교 신앙에 관한 개론서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독교 사상의 뿌리를 다루는 이 책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와 그 역사적 전개 과정과 그 주제가 이 시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관해 독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돕기를 기대한다.”

<기독교 신앙 그 개념의 역사(Christian Belief)>는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 신앙의 기본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하는 안내서”다. 하지만 성경적 믿음을 비롯해 2천년 기독교 역사와 사상을 응축하다 보니, 결론적으로 ‘벽돌책’이 됐다.

편집주간인 영국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교수에 따르면, 이 책에서는 “세계 최대의 신앙 공동체인 기독교가 무엇을 믿는지, 그 믿음이 어디서 왔는지, 수 세기 동안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현대 교회와 세계에서 위치하는 곳이 어디쯤인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그리스도인들은 교리 문제에 관한 주요 논쟁 몇 가지를 포함한 기독교 신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믿음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추상적으로 알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주요 요소들을 명확하게 정리해 준다.

책에서는 2천년 기독교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 뒤, 믿음의 본질과 특성이 인간의 이성과 문화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이어 기독교 신앙의 중심 주제인 하나님과 창조, 예수 그리스도, 구원, 교회, 기독교의 소망 등 다섯 가지 주요 신앙에 대해 알아본다.

서론 격인 ‘아주 간략하게 살펴본 기독교 신앙의 역사’와 6부 ‘기독교의 소망’은 영국 옥스퍼드대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 1부 ‘믿음’은 캐나다 크랜덜대 존 G. 스택하우스(John Stackhouse) 교수, 2부 ‘하나님’은 미국 녹스신학교 비슨 신학대학원 제럴드 브레이(Gerald Bray) 교수, 3부 ‘예수’는 전 영국 옥스퍼드대 피터 워커(Peter Walker) 교수, 4부 ‘구원’은 영국 세인트 멜리투스 칼리지 그레이엄 톰린(Graham Tomlin) 총장, 5부 ‘교회’는 영국 랭험 파트너십 인터내셔널 국제 디렉터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 교수 등 다양한 집필진이 참여했다.

먼저 기독교 핵심 단어이지만 널리 오해받고 있는 ‘믿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하도 오해되어서 지적 사고를 포기하고(믿음 대 이성), 불확실한 일을 할 때는 생각도 근거도 없이 운에 맡겨야 하는 것(믿음의 도약)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이가 많을 정도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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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저자에 따르면 상응하는 영어 동사가 없을 정도로 믿음(faith)에 대해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성경 언어에서 믿음은 ‘지적 동의’에 한정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믿는 것은 그 무언가를 말한 사람을 믿는 것과 같고, 상호 약속과 도움(언약)이 있는 관계의 맥락에서, 그 믿음에는 ‘행동’이 수반된다는 함축적 의미가 있다.

신뢰(trust)는 성경적 믿음의 핵심 요소로, 이는 믿음과 행동이 함께한 조합이다. 신구약 성경 공통 주제가 진실하시고(truthful) 성실하신(faithful) ‘하나님을 본받는 것’이다. 기독교의 어떤 주류 분파도 진심 어린 관심이나 실제적 관계를 맺는 일 없이 믿음을 순전히 지적 확신에, 오로지 관념의 영역에, 그저 ‘나는 ~을 믿는다’에 국한하지 않았다.

유대 그리스도인의 믿음의 유산은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의 언약에 뿌리를 둔, 하나에서 열까지 전인적인 믿음이다. 신실하다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하나님의 용서와 미래를 위한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신뢰하고, 현재에서는 하나님의 일이 무엇을 요구하든 하나님과 협력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구원과도 연결된다. 단순한 신앙에 의한 손쉬운 구원, 행위 없는 믿음 같은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 즉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 근본적으로 헌신하는 일은 거룩함이란 결과를 낳고, 기독교의 가르침은 이런 하나님에 대한 성실한 화답은 ‘머리, 가슴, 손’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전인(全人)을 포괄한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응답’이다. 기독교는 각 개인의 구원에서 하나님이 가장 먼저 움직이시고 가장 나중에 움직이시며, 이 두 움직임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움직이신다고 늘 주장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의 선물, 말 그대로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강하시고 선하시고 오래 참으시기에,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위해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가시며 자신들 또한 견인할 수 있게 도우실 것을 ‘신뢰’한다. 믿음이란 ‘도덕적 순종’뿐 아니라 ‘예전을 통한 응답’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로 응답하는 이 두 가지 양식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 삶의 전체 방식이 ‘믿음’이라 불릴 수 있음은 믿음이 엄밀히 인격적 관계의 문제,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고 순종하고 예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행 6:7, 13:8, 14:22, 16:5). 믿음은 하나님의 자녀가 취해야 할 기본 자세인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기독교의 최고 덕목으로 꼽힌다.

“사랑이 그리스도인 덕목의 꽃이고 소망이 줄기가 되어 그 줄기 위에서 꽃이 빛을 향해 올라가며 피어난다면, 믿음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나머지 부분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굳건하게 붙잡아 주는 뿌리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믿음을 ‘신조(creed)’로 표현해냈다. 공식으로 권위가 인정된 신앙 진술문인 ‘신조’는 회심한 사람들이 세례를 받을 때 짤막하게 고백하면서 믿음을 확증한 것이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기독교 신조 두 가지는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조이다.

좀 더 발전된 것이 믿음에 관한 학문(the science of faith), 즉 ‘신학(theology)’이다. 신학은 성경에 바탕을 둔 기독교 신앙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것으로, 성경을 읽기 위한 ‘학습 보조재’와 같다. 저자는 “신학은 성경의 대체물이 아니다”며 “신학은 언제나 성경 ‘아래’에 있고, 성경의 주인이라기보다 종이다”고 설명했다.

신학은 특별히 두 가지 기능이 중요하다. 첫째로 우리가 성경에서 알아내는 것, 즉 성경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인간의 본질과 운명에 대해 증언하는 엄청나게 풍성한 내용을 요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둘째로 성경의 이런 개념들을 하나의 통일성 있는 전체로 엮어 통합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저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 ⓒ크투 DB
나아가 세계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세계관(worldview)이란 모든 사람의 삶에서 행동을 유발하는 핵심 동기와 머리에 들어 있는 나름의 현실 지도의 조합을 말하며, 기본적으로 사람이 세계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자기 위치를 찾는 방식을 말한다.

“일관성 있는 기독교 세계관은 지식인에게 그 어떤 만족감과 기쁨을 줄 수 있든 그것을 초월해, 신자에게 하나의 해석 틀을 주어 그 틀 안에서 신자가 가장 근본적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누리게 한다. 그 기회란 바로 하나님의 뜻과 길을 분별하고, 그리하여 믿음으로 즉 겸손하고 순종적이며 감사하는 사랑으로 하나님에게 가장 잘 화답할 기회를 말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관이나 신학, 기타 지적 구조물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믿음으로 칭찬받았지, 철학적 세련됨으로 칭찬받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주님에게서 다음과 같은 칭찬을 들을 수 있는가이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마 25:21)”.

이렇듯 저자는 기독교 핵심인 ‘믿음’의 여러 요소들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총체적으로 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후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구원과 교회, 기독교의 소망에 대해서도 이렇게 풀어주고 있다.

신학자들이 직접 기초 교리에 대해 설명해 주는 만큼, 명쾌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글씨도 시원시원하다. 기독교 사상을 대표하는 명문들(기독교 명언), 기독교 용어 사전 등 부록 ‘기독교 신앙 핵심 정보’도 유용하다.

편집주간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한 권으로 읽는 기독교>를 비롯해 <기독교의 역사>,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신학의 역사>, <신학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칭의론> 등 기독교 역사와 신학의 기초를 ‘교과서처럼’ 정리해주는 ‘벽돌 입문서’들을 이번 책처럼 꾸준히 쓰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신앙은 우리의 정신세계와 믿음을 형성”하고,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상, 때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지도를 내놓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