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 주장은 역사적 사실 왜곡이며 일본 정부 편승 어용적 주장이다.
이러한 논문을 지원하는 일본 정부는 독일 정부로부터 과거사 청산 정신을 배워야 한다.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2021년 3.1절을 맞이하여 일본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가 아직도 한일간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전시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 동원된 성노예가 아닌 자발적 매춘부였다’고 주장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마크 램지어(J. Mark Ramseyer)에 대해 미 학계, 미의원 및 미 한인단체 등의 비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 한인단체는 1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교수직 사임을 요구했다.

램지어 교수는 2021년 3월 출간 예정인 법·경제 관련 학술지 '법과 경제 국제 리뷰' 제65권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논문 정보 사이트에 실린 초록을 보면,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여성들과 고용주인 위안소가 계약 관계였으며 그 계약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면 양자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상대와 상호작용하며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게임 이론’의 논리가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안부 여성들이 일본군과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었으며 일본 정부가 아니라 여성들을 속인 모집업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2021년 3월 정식 출간될 학술지 논문 과 산케이의 해외판 선전지인 「재팬 포워드」(Japan Forward)에 실린 기고문 이 논란의 대상이다. 그는 위안부가 고용 계약을 맺어 돈을 번 것이기 때문에 '위안부 성 노예 이야기는 완전한 소설'(pure fiction)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샬롬나비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사실적 근거가 없는 일본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어용적 논문이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모독이기 때문에 이 논문이 철회되기를 천명한다.

1. 램지어 교수 주장은 이미 보편적으로 알려진 위안부 사실을 부인하는 충격적 주장이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분명히 배치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성노예 상태였다고 규정한 유엔과 국제 앰네스티 등 국제 사회의 보편적 인식뿐만 아니라 일본군이 위안소 설치·운영에 관여했고,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사죄한 일본 정부의 1993년 고노 담화와 배치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강제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라고 표현하는 것은 유엔의 권고 사항이다. 지난 1996년 채택된 유엔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성노예’라는 표현이 등장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통용돼 왔다.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로스쿨 종신 교수인 석지영교수는 이러한 보편적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전쟁 성노예 스토리가 완전한 소설”이라고 램지어의 견해는 증거가 없는 주장이다.

2. 그의 주장은 아직 생존하는 위안부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이들을 거짓증언자으로 만드는 심각한 문제이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에 배치되는 가공적(架空的) 주장이다. 우리 한국사회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일본 정부에 대하여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램지어의 주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인격을 모독하고 이들을 매춘부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지난 2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대표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 회견을 열고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하고 울면서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인정과 사죄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적반하장으로 우리 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우기고 있다. 지금도 하버드 교수를 시켜서 거짓말하고 있다.” "일본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도록 국제사법재판소(ICJ) 판단을 받아달라"며 정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하였다. 정부는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을 외교력으로 뒷받침해서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

3. 위안부를 매춘부로 간주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며 일본 군국주의에 편승한 어용적 주장이다.

램지어의 논문은 전쟁 범죄를 자꾸 잊고 미화하려는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의 시도에 봉사하는 논문이다. 램지어 교수는 1954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자마자 일본 미야자키현으로 이주해 18세까지 살았고 일본법과 법경제학을 전공했다. 램지어 교수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일본법과 기업법을 강의하는 교수다. 18세까지 일본에서 자라 일본어에 능통하며, 미국 대학에서 일본사를 전공했다. 하버드대에서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교수(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미)’이며,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오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교수 자리가 일본 기업의 지원을 받은 것이어서 그의 연구는 객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일본학 발전과 일본 사회·문화 이해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8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인 욱일장을 받기도 했다.

1990년대 시카고 대학에서 램지어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램자이어 교수의 제자인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알렉시스 더든 교수도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며 “램지어 교수는 앞뒤 사정이나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논문은 개념적으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비판했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더든 교수 주장처럼 일부 문헌적인 기록과 사료를 가지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각색해 전체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실은 전부 매춘부였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합리적 사고가 아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의 참고 문헌은 대부분 일본측 기록이다. 참고문헌에 등장하는 일부 한국인 저자의 자료는 대부분 위안부 왜곡에 활용되는 문제 서적들이다. 그래서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들이라는 것이다.

4. 일본정부는 독일 정부로부터 철저히 과거를 반성하고 보상금 지불하는 태도를 배워라.

램지어 교수는 오랫동안 일본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아온 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문제는 단순히 특정 학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임이 드러났다. 위안부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될 때마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또 다른 나라와 종종 비교하게 된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과 일본 모두 전범국가지만 전쟁 이후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독일 반성은 경제적 보상으로도 이어진다. 1952년 독일-이스라엘 배상협상을 통해 독일은 2차 세계대전으로 피해를 입은 유대인 유가족 모두에게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금을 지불해 오고 있다. 독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이를 교육시키고 있다. 이러한 독일은 유럽에서 모범국가로서 오늘날 유럽연합을 지탱시키는 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존경받고 모범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청산을 깨끗이 해야 할 것이다.

5. 한국정부는 이러한 논문을 지원한 일본에 대하여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월 19일 브리핑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위안부 강제모집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국주의가 아시아와 여타 국가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도 논문에 대한 직접적 입장 표명은 아니지만 최근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일본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피해당사국인 우리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는 학자 개인의 연구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한 채 일절 대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부의 ‘의도적 무시’는 위안부 이슈 등 과거사, 수출 규제 갈등 국면에서 반일 선동에 앞장서 ‘죽창가’를 부르던 대일 강경한 태도와는 너무나도 대조가 되는 일관성이 결여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6. 한국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여성 인권문제로 보다 보편적인 지구촌 문제로 제기하는 외교력을 가져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무관심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트럼프 탄핵 재판이라는 초미의 관심사가 펼쳐지는 상황이라 경황이 없는 면도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는 인류 보편 인권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미국 주류 언론에서 언급조차 안 한다는 건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이라는 것이 너무 국내용에 머문 게 아닌가 하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한국 정부도 해외에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들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외교력을 행사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2021년 3월 2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