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혈의 십자가를 기억합니다”
▲사순절을 맞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은 성도들. ⓒ크투 DB
“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이제 너희를 구원하는 표니 곧 세례라 이는 육체의 더러운 것을 제하여 버림이 아니요 하나님을 향한 선한 양심의 간구라(벧전 3:21)”.

물은 세례를 상징하며, 세례는 구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홍수는 노아 시대 불신자들에게는 심판의 물이었지만 노아의 가족들에게는 구원의 물이었듯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에 물로 받는 세례가 불신자들에게는 심판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구원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세례는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떼를 씻어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나님께로부터 죄 사함을 입어 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말씀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세례는 총회법에 따라 얼마간의 교회 출석을 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례를 받음과 동시에, 세례는 과거의 사건에서 현재의 믿음의 사건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입니다.

천주교 어느 신부는 ‘개신교’에 대해 부러울 것이 없는데 한 가지 부러워 할 것이 있다면, 교인들이 누구나 할 것 없이 성경책을 끼고 다니는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자주 해서 좀 송구스럽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교회에 처음 나오면 맨 먼저 하는 일이 빨간 성경책을 선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빨간 성경책을 추울 때는 옆구리에 끼고, 따뜻할 때는 손에 들고 교회를 가면서, 주위에 사는 친구들에게 함께 교회 가자고 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어느덧 그 친구들이 사회에 진출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절로 적셔오기도 합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가 과거로 밀어놓았던 세례를 다시 현재의 자리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고통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겪어야 하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에 들어가기 전 세례 요한 역시 먼저 “독사의 자식들아 회개하라”고 외칩니다.

하나님 나라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예수님께서는 명백하게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야 하는 소망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특히 우리는 2019년 겨울 시작된 코로나19로 1년 넘게 우울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대면 예배니 비대면 예배니 온라인 예배니 하면서 방역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가기만을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더욱 확산되었고, 우리의 일상은 정지되었습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가게 문을 닫고 속히 코로나19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심지어 망연자실한 그들은 견디다 못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차마 두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시름만 더 깊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시는 경고인가요?’ 라고 묻고 싶겠지만, 코로나19는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벌이라기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무한 경쟁 속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일방적으로 부를 축적하기 위해 누군가를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면서 들어오게 된 바이러스 질병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는 지금 이 시대를 향하여, 최초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본모습으로 돌려놓으라는 경고의 말씀을 하고 계심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그 본성을 되찾으라고 하는 것임을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인간이 최초의 본성을 회복한다면 하나님께서는 다시금 우리를 축복하실 것임을 믿고, 자연의 순리를 이행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성도들은 의심 많은 도마처럼 예수님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어합니다. 더 욕심을 내어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와 늘 함께 하시며 우리가 주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도와주시는 분이 성령 하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 제자들에게 보혜사 성령을 보내주시고, 성령께서 너희와 항상 함께 하며 너희 안에 항상 머무르고 계신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또한 부활하신 뒤에도 “성령을 받으라!” 하시고 성령과 함께 우리를 세상에 보내주시며, 교회 공동체의 사명과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명하십니다. 그리고 분명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계신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성도들은 어떤 믿음의 삶을 영위해야 하나님의 거룩한 성령을 느끼며 받을 수 있는지를 날마다 소망하고 기도하면서, 예수님의 행적들을 더듬어 가며 실행에 옮기는 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사순절과 부활절도 알맹이 없는 빈 껍질의 형식적인 행사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주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이웃을 나 자신같이 사랑할 수 있는 뜨거운 믿음으로 이 세상을 향해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도 돈과 명예와 권력을 누리는 교회들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목사와 장로들이 성도들 모르게 당회가 연합하여 죄악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주님의 타작마당 비유가 참으로 위로가 되는 것이 필자의 심정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손가락질과 거칠어진 목소리로 교회 공동체를 향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 세상을 향하여, 원초적인 신앙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더 이상 주님께서 ‘욕’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 한 사람 때문에 이 땅의 교회 공동체가 큰 낭패를 당해서는 안 될 것임을 명심하고, 사순절 시기 가운데 지난날 있었던 모든 잘못들을 회개하는 소망의 사순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