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왕따를 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움츠러들고 전학을 생각한다. 가해자가 강제 전학을 간 후 남아있는 방관자들을 견디는 것은 피해자의 짐이다. ⓒAlaric Hartsock on Unsplash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교복과 두발 자율화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는 교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교복이 자율화되면서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복패션의 유행이 일어났다.

필자가 학교 다니던 시절 청바지는 등급이 있었다. 가장 높은 등급은 리바이스, 그 다음은 죠다쉬, 뱅뱅 순이었다. 대학에 올라가니 닉스라는 고가 브랜드 청바지가 판을 쳤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리바이스를 입고 가면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신발은 나이키, 프로스펙스 테니스화가 폭발적이었다. 흰색 운동화에 검은색, 혹은 파란색, 붉은 색으로 그려진 나이키 로고는 부(?)의 상징이었다. 거기에 람보 티셔츠를 입고 가면 난리가 났다.

중학교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람보2가 개봉이 되었다. 종로3가에 있는 피카디리 극장에서 조조 선착순 100명에게 람보 티셔츠를 주었다. 그 티셔츠를 받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극장 앞에서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그 중 한 명이 필자였고, 람보 티셔츠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때 나의 패션은 죠다쉬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 그리고 프로스펙스 희색 양말, 거기에 정점은 바로 람보 티셔츠였다. 그렇게 학교에 입고 가면, 친구들로부터 ‘우와~’ 하는 환호성 아닌 환호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 학교 일진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는 산지 며칠 되지 않은 뱅뱅 청카바를 빌려달라고 했다. 말이 빌려달라고 한 것이지, 자기에게 달라고 하는 이야기였다.

처음에 거부를 하다가 몇 대 맞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청카바를 일진에게 빼앗겼고, 졸업할 때까지 그 옷은 받을 수 없었다.

이것이 내가 경험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학폭이었다. 요즘 학폭에 대한 이야기가 2년 전 미투가 폭풍처럼 밀려드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사회에 혼란을 주고 있다.

여자배구 쌍둥이 선수가 어린 시절 학폭을 한 것으로 시작되어 남자 배구, 프로야구, 국가대표 축구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학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축구팀이 있었는데, 꽤 성적을 잘 내고 있었다. 그 팀 축구부 주장은 대학에 진학한 뒤 바로 국가대표가 되었고, 프로팀에 입단까지 해서 학교에 현수막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우리 반 한명이 축구부였는데, 그 선배로부터 정말 자주 맞았다.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이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운동선수는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이런 학폭의 배경에 철저한 권력관계가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세상은 늘 권력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진 이 권력은 우리 눈에 보이는 권력을 기초로 할 뿐 아니라, 무형의 권력으로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돈이 있고 없음을 통해서,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배우지 못함을 통해 권력은 우리를 지배한다.

뿐만 아니라 운동선수들의 영향력이 있고 없음을 통해 잘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권력은 늘 존재한다. 대학에 진학을 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유명한 선수에 비주전 선수를 포함시켜 진학시키는 일은 다 알려진 비밀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 세상은 피라미드식 권력 구조로 움직이고 있지만, 예수님은 그런 권력구조를 깨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누가 높아져야 하는지에 대한 권력을 놓고 싸웠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향해 몸소 발을 씻겨 주시고, 참된 혁명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아지고 섬기는 일임을 몸소 보여주셨다.

세상은 낮은 자가 쿠데타를 일으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사회적 구조를 깨트리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할 것을 요구하신다. 그러면 사람들이 너희가 제자인 것을 알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폭력성은 철저한 권력구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권력 구조로서의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교회 내에서 권력 구조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권력 구조가 있기에 세습이 일어나고 있고, 장로, 권사, 집사가 될 때, 돈을 내서라도 그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이런 성직매매는 결국 교회 내 권력을 돈을 사용해서라도 가지겠다는, 세상의 시장경제와 똑같은 이치임을 알아야 한다. 천국의 모형이라고 할 있는 교회는 ‘기브 엔 테이크’ 식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낮아지고, 섬김을 통해 세상에서 추구하는 권력 구조를 깨트리고, 온전히 하나 됨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것이 주님의 몸 된 교회가 교회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서상진
▲서상진 목사.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