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클래즘
‘마지막 고전주의자’를 표방하고 있는 모노클래즘(MONOCLASM)이 최근 새 싱글 앨범 ‘Panique(빠니크)’를 발매했다. ‘Realize(레알리제)’, ‘Ideale(이데알레)’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신곡 ‘빠니크’는 엄격한 17세기 바로크(baroque) 양식의 본질성을 이 시대 속에서 재현한 실험적 결과물이다. 순수 고전 예술의 가치관을 회복하는 동시에 당대의 시대정신을 함유하는 정통파 클래식 음악의 본격적 부활을 꿈꾸던 모노클래즘은, 이번 앨범에서 훨씬 더 아득히 먼 시공간으로 청자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중세와 근대, 신학과 계몽 사이의 변증법(辨證法)적 긴장 속에서 자연스레 등장했던 바로크적 리얼리즘(realism)의 세계관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모노클래즘은 “서구 문예사에서 바로크의 개념은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며 “비정형적 인식과 우연적 감각을 탐닉하는 시각적 데카당스(decadence)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엄격한 형식주의의 외형을 추구하면서 그 이면에 화려한 수사학적 관용들도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은 평균율(平均率)과 같이 동일성(同一性)을 기반으로 표출된 이성주의(rationalism)적 사유 형태를 폭넓게 유도하는 것”이라며 “바로 이러한 역설적인 문예사적 개념의 혼용 사이에서 현시대의 사운드 테크놀로지를 방법론으로 상정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서구 고전주의 태동기에 밀접히 접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소 투박하고 건조한 당대의 공간성을 머금은 듯한 사운드 디자인의 핍진성은, 당시의 대위법(punctus contra punctum)적 사유를 표현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표현 양태로 작동된다”며 “러닝타임 내내, 음(tone)과 음이 군집하는 광경 속에서 매우 예리하고 미세한 지점들과 복수의 선형성들을 배열한 다성(多聲) 음악의 유기체적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환유(換喩)하고 있으며, Libera me domine(주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라틴어 구절은 나약한 인간의 실존과 신학적 토로를 감정적으로 진술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작곡가 ‘이 우’의 건반 테크닉은 푸가(fugue) 양식의 심도 높은 고찰에서부터 비롯된 정수들을 직면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또한 바리톤 ‘고 진엽’의 문학적 복합체인 텍스트 작법이 눈에 띄며, 보이스 속에 효과적으로 녹아 들어간 엄격한 절제미와 더불어 다채로운 고전음악의 발아(發芽)들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노클래즘은 예술 가곡(lied)의 본질적 실험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체화시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모노클래즘은 고집엽 바리톤과 이우 작곡가가 결성해 팀으로, 고진엽 바리톤은 18세기 전통 독일 예술 가곡의 계보를 고집스레 고수하는 바리톤으로 팝페라 듀오 ‘라보엠’으로 활동하며 ‘눈부신 고백’, ‘주 안에 있는 나에게’, ‘예비’ 등의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 활동과 함께 교수로 후진 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예술미학을 전공한 이우 작곡가는 MBC 대학가요제와 창작가요제 등에서 입상했고, 그룹 라보엠, 로고스(Logos), 모든(Moden) 등 다양한 음반에 작·편곡 컴퓨터 프로그래머, 프로듀서로 참여한 바 있다. 또 이우음악연구소의 대표로 학계에서 모더니즘 전후의 음악담론 및 사운드 미학을 연구하고 있다. 앨범은 ‘Decade’, ‘하얀 세상의 축제’ 등이 있으며 저서 ‘사운드 코기토(여음에 대한 미학적 고찰)’을 발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