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추위로 더 힘든 대표적 판자촌 구룡마을
“다음 달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라” 인사 나눠
40여 세대 직접 심방, 손과 발로 사랑과 복음 전해
▲김명혁 목사가 소망교회 문양금 목사, 문순자 할머니와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
김명혁 목사는 지난 6월 문득 구룡마을 생각이 났다고 한다. 강변교회 담임 시절 2-3번 봉사차 다녀갔던 곳이었는데, 코로나19로 힘든 지금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던 것이다.
곧장 성금과 선물을 챙겨 택시를 타고 달려간 마을에서 처음 만나 길을 물었던 사람이 문순자 할머니(83)였다. 30여년간 이곳에 살며 통장을 지내기도 했던 문 할머니는 이곳 지리와 함께 동네 사람들 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김명혁 목사가 문순자 할머니(오른쪽부터) 도움으로 선물과 성금을 나눠주고 있다. ⓒ이대웅 기자
|
구룡마을은 30여년 전인 1980년대 도심 개발로 쫓겨난 철거민들이 집단 이주한 곳으로, 제대로 된 건물 하나 없는 상태였다. 비포장 골목 사이사이로 뼈대만 남은 집들, 추위를 막으려 덕지덕지 붙어놓은 각종 나무와 구조물이 즐비했고, 매캐한 냄새와 함께 곳곳에 연탄이 쌓여 있었다.
▲마을 너머 보이는 초고층 건물들. ⓒ이대웅 기자
|
이번이 벌써 9번째 방문. 이날은 여느 달과 달리 금요일 오후에 마을을 찾아 ‘깜짝 방문’이 됐다. 그래서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곳에도 여느 때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김명혁 목사는 동네 곳곳을 직접 누비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반갑게 인사한 뒤 3만원과 직접 사온 빵을 하나씩 전했다. 김 목사는 선물을 나눠준 후 악수와 포옹을 하기도 하고, ‘하하하 호호호’를 외치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구룡마을을 지키고 있는 소망교회. 성도 5-6명이 출석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웅 기자
|
그곳에는 나사렛 교단 ‘소망교회’가 여전히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남아 있었다. 김 목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올해 81세의 문양금 목사는 “예전부터 설교집을 들으면서 은혜를 받았던 목사님께서 이렇게 매달 직접 찾아와 섬겨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이곳을 지키는 이유를 묻자 “성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추운 날씨에도 그렇게 40여 세대를 1시간여 동안 직접 ‘심방’한 후, 그는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말 대신, 손과 발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한 것이다.
▲김명혁 목사가 구룡마을을 가가호호 방문하는 모습. ⓒ이대웅 기자
|
목회 은퇴 후에는 직접 차를 몰고 전국 곳곳의 작은 교회들을 찾아 말씀을 전하면서 선물을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