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고택
▲에포크타임에 나온 경주 한 고택. ⓒ문화재청
이 글은 에포크타임의 ‘경주의 한 고택에서 버려진 라면 박스를 열었더니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를 보면서 작성한 것입니다.

경주 양동마을은 우리 역사를 담고 있는 지역입니다. 문화재청에 의해 건물들이 보물로 지정되어 수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리하는 과정에 고택에서 라면박스에 보관되었던 다량의 고서가 나왔고, 고택 주인인 손성훈 씨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하기로 했습니다. 라면박스에 대한 수준에 대해 주인과 논의할 때 단순한 중국책으로 여겨 연구원으로 이관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박스 안에서 <지정조격(至正條格)>이라는 고서가 나왔습니다. ‘지정조격’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중국 원(元)나라 순종(順宗) 지정 연간(至正年間)에 만든 법규. 고려 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적용되었음”입니다.

고서의 연령은 600년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지정조격’이 중국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지정조격’으로 몽골 대통령이 방한할 정도로 위력적이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은 600년의 세월을 지낸 한 권의 힘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겨하며, 독서 증진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결실의 한 모습은 세대에 남을 책을 우리 출판계에서 산출시키는 것입니다. 수많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 어떤 책은 세대를 지나면서도 버티면서 남아 후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매로우 논쟁(marrow controversy)도 토마스 보스턴 목사(Thomas Boston, 1676-1732)가 심방 중 성도 가정의 서가에 놓인 한 권의 책, 『The Marrow of Modern Divinity』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The Marrow of Modern Divinity』는 1645년과 1649년 출판됐고, 저자의 이름도 이니셜 E. F. 만 있는 저술입니다.

만약 토마스 보스턴 목사가 그 책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역사에 묻힐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손에 한 책이 들어가니 그 책이 그 사람을 바꾸었고, 스코틀랜드 교회를 움직였습니다.

토마스 보스턴 목사님은 스코틀랜드에서 『The Marrow of Modern Divinity』을 출판해서 함께 읽으며 한 신학 공동체를 형성하였습니다. E. F.에 적합한 사람이 에드워드 피셔가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저자로 추측하기도 합니다.

E. F라는 저자가 어떤 목적으로 저술을 집필했을까요? 이러한 것을 ‘역사에 나타난 우연’,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찬북뉴스에서도 수많은 서평들이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한 사람이 매칭되어 그 한 권이 한 사람을 바꾸고 교회와 국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책 한 권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 기적과 영광이 우리에게 돌려지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 섭리의 한 시점에 우리의 사역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흥분이 되기는 합니다. 그 실체가 한 번 이상 다수가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주 양동 마을에서 발견된 한 권, <지정조격(至正條格)>은 역사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몽골 대통령은 그 책을 몽골에 기증해주길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KTX 사업을 프랑스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 때 한 조건으로 ‘외규장각 도서―의궤―반환’이 있었고, 바로 그 도서 사서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결렬됐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의궤’가 우리나라에 있지만 임대 형식이라고 합니다.

크리스찬북뉴스는 고서가 아닌 신간 도서, 독서할 도서를 추천하는 독서 증진 운동입니다. 고서를 보아도 흥분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독서를 하면서 내가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독서를 하면서 선한 변화가 발생하기를 기대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의 감정가가 1조원이라고 합니다(다른 의견으로 10억 원도 있음). <지정조격(至正條格)>은 그보다 가치가 더 높을 것 같은데, 가격이 얼마일까요?

한 권의 책의 가격은 정가가 있고, 평가 금액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보이지 않게 변화시키는 가격은 지구상의 평가로 가격을 부여할 수가 없습니다.

전자책과 스마트폰 액정으로 문자 정보를 습득하지만, 종이책을 만지면서 느껴오는 종이의 질감과 책장 넘기는 소리, 여백에 낙서하는 즐거움으로 독서하면서, 점차 변화되는 인간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가득한 지하철 안에 종이책 가득한 지하철을 보기를 기대하면서….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