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위에서 ‘빛’나는 목회자나 찬양 사역자들뿐 아니라
주방과 식당, 주차장과 화장실, 로비와 복도 등 예배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금’으로 녹아든 성도들 수고 위에

마르다의 식탁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옥합을 깨뜨려 빛나는 마리아처럼

칭찬은 나의 것 아니리
다만 나는 소금으로 녹아
주를 위한 만찬이 되리니
주를 위한 식탁 이곳이 나의 지성소’.

민호기 목사가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제작진과 새 CCM 곡 ‘마르다의 식탁’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노래는 ‘행복’을 부른 하니와 민호기 목사가 함께했다. 국내 최정상 뮤지션들이 연주를,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Miles Showell이 마스터링을 각각 맡았다. 앨범 자켓과 뮤직비디오 일러스트에는 민 목사의 아내와 아이들이 참여했다. 콰이어에는 전주 더온누리교회, 대구 나눔과섬김의교회와 열린교회, 부산 새로운교회 등이 참여했다.

신곡 ‘마르다의 식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는 많은 봉사자들을 위해 만든 곡이다. 강단을 지키고 빛냈던 목회자와 찬양사역자들뿐 아니라, 교회 주방과 식탁을 지성소로 삼은 이 땅의 여성도들과 소금처럼 녹아들어 섬기고 있는 남녀노소 수많은 마르다들에게 드리는 ‘소망의 노래’다.

민호기 목사는 “지난 해, 전주 더온누리교회에 갔을 때 1층 식당 앞에 붙은 이름을 보고 잠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담임목사님 사모님이 이름 붙였다는 ‘마르다의 식탁’이라는 여섯 글자였다”며 “아니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내 어머니의 모습으로부터 내 아내에게까지 이어지는 이름 없는 섬김의 역사는 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마르다의 식탁
▲뮤직비디오 중 교회 봉사자들로 구성된 콰이어가 함께하는 모습. 자막 옆 큰 인물이 메인 보컬 하니.

민 목사는 “한국과 세계 교회의 역사, 복음이 증거되는 모든 곳에서 함께했던 이 거룩한 헌신은 어쩌면 마르다 본인마저 스쳐 지나가, 예배가 시작되고 인류가 시작된 근원 지점으로까지 회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강단 위에서 ‘빛’나는 목회자나 찬양 사역자들뿐 아니라, 주방과 식당, 주차장과 화장실, 로비와 복도 등 예배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곳들에서 조용히 ‘소금’으로 녹아든 이들의 수고 위에 세워졌다”며 “성도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주차 안내를 하고, 주보를 나누고,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교회 청소를 하고, 강단을 꽃으로 꾸미고…, 성별을 초월한 그 모든 마르다들에게 바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 중 성도의 사귐이 이뤄지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인 식당의 주인은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그들은 마르다의 후예를 자처하며 그 곳을 지켜왔다”며 “그들에게는 주방과 식탁이 그들의 지성소였고, 음식을 준비하고 차리고 내놓고 뒷정리하는 모든 과정이 예배였다”고 말했다.

민호기
▲찬양하고 있는 민호기 목사.

민호기 목사는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마리아의 옥합’과 ‘마르다의 식탁’이 비교나 경합의 대상이 아라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마리아만 기억한다”며 “마리아의 옥합은 너무 유명해 칭송도 받고 노래로 만들어져 널리 불리지만, 마르다는 일의 분주함에 쫓겨 더 좋은 편을 택하지 못한 사람처럼 다소 부정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마르다는 결점이 있는 사람이지만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양성 평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이 노래가 자칫 여성의 위치를 주방과 식당에 한정시키는 듯한 낡아 빠지고 기울어진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남성 중심적 사회의 편향성에 기여하는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한다”며 “1차적 대상 청자인 권사님들과 여성도님들을 위무하기 위해 만든 노래가, 자칫 안티 페미니즘적 동원가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역설”을 우려했다.

민 목사는 “물론 마르다는 성(性)역할을 초월해 누구나에게 부여되는 부르심이라는 대전제 아래 있지만, 그럼에도 이 노래를 계기로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의 자리가 확장되기를 바란다”며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과 남성이 하는 일의 구분과 차별이 적어지기를 바란다. 여성 사역자가 강단에서 말씀을 선포하고 찬양을 인도하는 것처럼, 교회 주방을 남성도들이 가득 채우는 모습도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뮤직비디오는 민호기 목사의 유튜브 채널인 ‘민호기쉼천국’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