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정인이
▲재판 후 양모를 호송하는 버스에 달려드는 시민들. ⓒSBS
2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1247회에서는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으로 정인이 학대치사 지난 2일 방송 후속 보도에 나섰다.

방송은 양부모 변호사의 입장으로 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양모가) 아동치사 부인하고 있는데 살인을 인정하겠나”라며 “아이를 밟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모 측은 재판에서 실수였고 사고였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자 김상중 씨는 “아이의 죽음을 막지 못한 진짜 이유들을 이제부터라도 찾아야 한다”며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 분노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특히 아이가 사망하기 직전에 이뤄졌던 3차 신고를 놓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김상중 씨는 “아이를 신고한 소아과와 아이를 돌보던 어린이집이 있던 곳은 강서구였고, 주거지는 양천구에 있었다. 이 둘은 월정로를 기준으로 나뉘어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를 ‘월정로의 비극’이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서는 강서경찰서 모 지구대였고, 112 신고 내용만으로 아이의 심각한 상황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긴급하게 분리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은 수사를 하고 아이를 양모와 분리했어야 할 양천경찰서에 전달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자였던 소아과 의사는 “두 달만에 아이가 왔는데, 완전히 축이 나서 왔다”며 “그래서 엄마와 반드시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사는 “직접 들은 경찰이 조사를 했다면 좀 더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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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묘원을 방문한 김상중 씨. ⓒSBS
정인이가 묻힌 묘원을 방문한 김상중 씨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그만큼 정인이의 죽음이 어른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 사이 법원에서는 양부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고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관련 법률이 통과됐다. 그만큼 정인이 죽음은 개선돼야 할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취지를 전했다.

김 씨는 “우리 역시 지난 방송을 통해 못다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감당할 수 없으면서 왜 아이를 입양했는지, 왜 양부는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는지, 3번의 신고에도 정인이를 구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제2의 정인이를 구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아프지만 아이의 죽음을 되짚는 이유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방송에서는 먼저 ‘다자녀 청약 혜택 때문이 아닌가?’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전문가는 “양부모가 이사한 아파트는 청약이 필요한 신축 건물이 아니었다. 다만 투기 과열 지역이라 대출이 힘든 지역”이라며 “대출 액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있지만, 집 혜택을 위한 입양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입양 두 달 후부터 학대의 흔적들이 발견됐다. 의혹을 품게 되는 이유는 양부모의 입양이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입양이라는 쉽지 않을 결정을 하고 사랑만 줘도 모자랄 아이를 학대 끝에 죽였다”고 전했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양부모는 입양 당시 건강한 동기를 이야기했고,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해 합의한 부분이었다고 했다”며 “사망 직후 만난 양부는 순수한 의도를 강조했다. 양부는 종교적 신념과 더불어 저희 둘 다 미국 생활을 했기에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 희망도 피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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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장면. ⓒSBS
그러나 양모의 지인 이야기는 달랐다. 이 지인은 “(양모는) 임신도 싫고 입양도 싫다고 했다. 아이를 낳으면 양부가 서울로 가겠다고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며 “둘째를 낳지 왜 입양을 하냐고 했더니, 자매를 만들어주고 싶고 여아를 원하지만, 임신이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 “첫째를 돌보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입양을 반대했다. 첫째 키우는 것도 싫어했다”고 덧붙였다.

방송에서는 양모가 입양 한 달 뒤부터 위험한 행동을 시작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당시 8개월이던 정인이를 두고 양모 혼자 외출하기 시작했고, 갈수록 외출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모는 최소 15회에 걸쳐 정인이를 방치한 채 외출했다.

전문가는 “양모는 그 시간 동안 사람을 만나거나 입양 전부터 하던 운동을 했다”며 “양부모는 아기가 옴으로써 포기해야 할 것들을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학대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이 중심으로 삶을 바꿨다던 양모는 입양기관 사후 방문 다음 날부터 정인이에게 신체적 학대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에는 폭력까지 시작됐다.

전문가는 “아기가 10개월이 되면 걷기 시작해 움직임이 많아져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며 “이를 제어하기 위해 더 많은 학대를 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방송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양모가 정인이를 거칠게 다루는 모습이 나왔고, 공소장에는 왼팔로 목덜미만 감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짐을 들듯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잡기도 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왜 ‘파양’을 고민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양부는 정인 양 사망 직후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도 아내가 입양에 더 적극적이었다”며 “저는 한두 번 포기하자고 했는데, 아내는 끝까지 용기 내서 해보자고 북돋웠던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 그리고 사망 직전 두 달간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것은 모두 죄 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