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부교역자로 청년 사역하고 있는 노재원 목사의 글을 연재한다. 노재원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Div), 연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석사)했으며, 현재 ‘알기 쉬운 성경이야기’, ‘기독교의 기본 진리’, ‘영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대중문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등을 유튜브를 통해 연재하고 있다.

펜트하우스, 욕망의 아이콘
노재원 목사의 <성경으로 공간 읽기> #1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 ⓒunsplash.com


펜트하우스(penthouse)란 아파트, 주상복합, 호텔 등 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최고급 주거공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서 살고 싶은 욕망을 한 번쯤 가질 법하지요. 펜트하우스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꼭대기 층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자신을 볼 수 없지만, 자신은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죠.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볼 수 있음은 그만큼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함의합니다.

시선이 곧 권력

영화 <공작>(2018)에서 사람들은 눈을 들어서 최고 권력자를 바라봐서는 안 되는데요. 이러한 장면은 자유로운 시선이 곧 권력을 의미한다는 점을 잘 드러냅니다. 높은 곳에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간명한 이치는 자연히 높은 곳을 권력의 자리가 되게끔 합니다. 대기업의 총수가 꼭대기 층에 방을 가지는 것도 맥을 같이 하겠지요. 건물에서 높은 곳이란 권력을 가지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사람이란 높은 곳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을 채우려 합니다. 자신은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남들로 하여금 은근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죠.

물리적 높이가 사회적 신분을 상징

영화 <기생충>(2019)에서 가난한 주인공은 반지하에 살지만 박사장네 집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 높이는 곧장 사회적 신분의 표상으로 기능하는 것이지요. 부자들이 비싼 값을 치르면서 펜트하우스에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그만큼 지불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돈을 써서라도 공간이 상징하는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죠. 이렇듯 ‘높은 곳’이란 곳 부와 권력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고대 당시 신전 내지 성탑의 기능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라트(Ziggurat,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의 건조물)는 신에게 드려지는 제사를 집례하는 제사장의 권력을 뒷받침해 주었을 것인데, 그 권력이란 거대한 높이와 규모로 지어진 건축물로 인해 더욱 실재화되는 것이었습니다. 제사장은 군중들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권력을 가시적으로 확인했을 것입니다.

절대권력자의 ‘내려다 봄’

성경에도 권력자가 ‘내려다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은 저녁 무렵 한가하게 왕궁 옥상 위를 거닐다가 밧세바라는 여인이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자태에 마음을 뺏깁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인을 취합니다. 그 여인은 엄연히 부하 장군 우리아의 아내였는데도 말이죠. 여기서 의미심장한 것은 다윗이 왕궁 ‘옥상 위’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왕국 옥상이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는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펜트하우스, 자본주의의 즉물적 번안

펜트하우스 드라마 포스터 썸네일
ⓒSBS


이렇듯 다른 사람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은 보이는 대상보다 권력의 위계상 우위를 점한다는 점에서, 펜트하우스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즉물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 하겠습니다. 최근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루프탑 카페(전망이 좋은 건물의 옥상에 설치되는 카페나 식당)들은 높은 곳을 소유하고 싶긴 하지만 지불능력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적은 돈으로 잠깐이나마 공간의 권력을 누리게 해 주는 셈입니다.

최근 방영된 TV드라마 <펜트하우스>(2020)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질주하는 인간군상을 그리고 있는데요.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성하기 위해 위악을 떠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펜트하우스’라는 주거공간이 그 자체로 상류사회 진입의 표식이자 욕망의 아이콘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드라마의 포스터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요. 펜트하우스처럼 ‘높은 곳’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이 긍정되는 현대사회에서 부유층의 수요를 겨냥한 펜트하우스는 엄연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주거형식일 것입니다. 욕망을 완전히 거세하지 못하는 우리네 인생들이 한 번쯤 꿈꾸어보는 것을 속물적이라고 흉볼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풍요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하지 아니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전도서 5:10)라고 훈계했던 지혜자의 권면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