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인간의 출애굽으로 구원을 제한하지 않아
피조 세계 해방되고 자유 얻을 날 고대하고 있어
요한계시록,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출애굽 마무리
출애굽 응답, 하나님 향해 살 때 아름다운 하모니

출애굽의 메아리
출애굽의 메아리

알라스테어 로버츠, 앤드루 윌슨 | 송동민 역 | 복있는사람 | 264쪽 | 13,000원

출애굽 사건은 구약과 신약에서 아주 중요한 주제이다. 성경의 핵심이고 복음의 중심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도 중심축이다.

홍해를 건너는 이 놀라운 세례를 경험하지 않고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없고, 그 감격과 흥분이 홍해를 건넌 후 하나님의 백성다운 삶으로 인도한다. 물을 건너는 사건은 성경에서 아주 중요한 영적사건인데 신분과 정체성의 변화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통과하는 사건을 말하라면 홍해 사건일 것이다. 애굽에서 하늘까지 솟구치는 애통하는 부르짖음을 하나님이 들으시고, 모세라는 인물을 민족의 구원자로 부르셔서 당신의 지팡이로 사용하신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민족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기적을 경험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에게 세례를 베푸신 것이다. 이제 바로를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신 것이다.

성경에는 물과 관련된 비슷한 의미의 여러 사건이 기록된다.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나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향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지나 수십 년 후 요단강을 건넌다. 그리고 수백 년 후 바벨론 강을 지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예루살렘을 입성하실 때 기드론 시내를 건너 올라가신다. 이 모든 물은 혼돈과 불안과 공포와 인생의 눈물이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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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로 나서는 모세와 히브리 민족의 모습. ⓒ못생긴나무 제공
필자는 출애굽 사건과 연관된 물을 묵상하며 제일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이사야 43장에서 우리가 물 가운데로 지날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침몰하지 않도록 돌보고 보호하셨다는 것이다.

선지자는 아마 이 말씀을 출애굽을 떠올리며 기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보호의 말씀은 성경 전체적으로 새출애굽을 향하는 모든 하나님의 백성을 포함하는 메시지이다.

우리는 출애굽을 경험한 후에도 다양한 물을 지나게 되는데, 침몰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의 말씀이 우리의 소망이 된다.

출애굽의 목적은 단순히 신비한 경험의 만족으로 끝나지 않는다. 칭의와 구원을 받았다고 자족하며 여전히 옛 습관과 옛 성향으로 살아가는 자들이 많이 있는데 출애굽의 의미와 가치를 왜곡한 것이다.

출애굽에서 기억해야 할 변화는 ‘~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를 향한 자유’이다. 그동안 출애굽의 구원에만 집중하여 하나님이 우리를 사망에서 건지셨다는 것에만 자족했지, 그 목적과 의미는 되새기지 못하였다.

주인의 변화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출애굽에서 가장 큰 변화는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애굽의 노예로 바로의 학대와 고통을 받으면서 이방 나라와 황제를 위해 살았는데, 출애굽은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백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홍해를 기점으로 바로를 섬기는 사람과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 나뉜다. 인간은 누구나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섬기게 되어 있는데 홍해 사건은 나의 주인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분의 지배와 통치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적의 사건을 단순히 나에게 칭의가 이루어졌다는 확신으로만 끝나면, 여전히 자기가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옷만 갈아입었을 뿐이지, 속사람은 애굽의 노예이다.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은 경험하였지만 속사람이 갈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광야를 지나며 반석이 쪼개지고 샘물이 솟아나는걸 보았지만, 자아는 쪼개지지 않았고 영생의 샘물을 맛보지 못하였다. 바다를 건너기는 했으나 완전한 출애굽이 되지 못하였다.

내면과 삶의 변화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출애굽의 목적은 내면과 삶의 변화이다. 성경에 기록된 출애굽 기사만 하더라도 14장에 불과하지만, 출애굽 후의 삶은 광야 40년을 포함하여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까지 성경 4권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것도 출애굽을 완성하지 못한다.

모세의 출애굽은 광야에서 1세대가 죽고, 여호수아도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만 가나안 족속을 다 몰아내지 못한다. 다윗도 통일왕국을 이루었지만 이후에는 나라가 둘로 나뉘고 우상숭배를 하고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다.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넜다는 위대한 역사를 이루었지만, 그들의 정신과 내면은 참된 자유를 향하지 못했다. 육체적인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는 얻었지만, 정신적인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는 얻지 못했다.

외적 억압도 우리를 구속하고 피곤하게 하지만, 영적 속박은 우리를 더 구속하고 지치게 한다. 외면은 옷을 바꾸어 주면 되지만 내면은 마음의 변화를 받아야 한다.

바로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킬 때는 열 가지 재앙이면 충분했지만, 백성의 자아와 죄와 성과 정욕과 우상숭배로부터 건지는 데는 한 세대가 광야에서 죽었고 그후에도 지속됐다.

그러므로 출애굽의 목적은 육체의 할례가 아니라 마음의 할례이다. 놀라운 세례의 효과는 마음의 변화와 삶의 갱신으로 나타난다.

한 번의 구원은 구원받고 싶은 간절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성화의 은혜로 이어져야 한다. 이게 성경적이고 진정한 출애굽이다.

하나님은 출애굽한 백성을 하나님 나라에 어울리는 백성이 되길 원하셨고, 그것에 합당하게 빚어가셨다. 그래서 광야에서 일어난 수많은 불순종과 실패를 기억한다면, 우리는 출애굽의 의미와 가치를 값싼 것으로 만들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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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를 건너는 이집트 군대의 모습. ⓒ못생긴나무 제공
만물의 출애굽

성경의 출애굽은 출애굽기에만 나오지 않는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애굽이 녹아져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성경을 출애굽의 관점으로 조망하고 전체 성경으로 읽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은혜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천막을 만드는 바울을 장막을 치는 모세와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출애굽의 관점으로 충분히 연관성이 있고, 법궤를 빼앗긴 굴욕을 통해 승리를 거두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십자가의 수치를 통해 구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경륜과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출애굽의 모티프가 성경 전체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보여주고, 성경신학의 풍성함을 맛볼 수 있다. 이미 출애굽에 대한 주제는 여러 논문과 책을 통해 연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교향악 장의 형식으로 구성되었고 또한 성경 전체를 출애굽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을 읽고 해석함에 성경이라는 대해에 견고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끝으로 성경은 인간의 출애굽으로 구원을 제한하지 않는다. 피조물이 허무한데 굴복하고 탄식하고 있기에, 하나님의 아들로 인해 피조 세계가 죄의 속박에서 해방되고 자유를 얻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요한계시록에서는 에덴에서부터 시작한 출애굽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마무리되고 영광스러운 구원을 계시한다.

이 땅을 살 때 우리는 미완성의 출애굽 속에 수많은 변주가 있지만 그럼에도 출애굽에 응답하며 하나님을 향하여 살 때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