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칼럼
 

미국을 흔히 자원봉사의 국가라고 합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던 시기부터 봉사활동을 통해 시민사회를 형성해오고, 역사적 주요 시점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참여와 봉사활동으로 지금 현재의 문화를 일궈왔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자원봉사는 청장년층뿐 아니라 고령층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제가 직접 만나본 미국의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은 그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며 삶의 활력의 원인을 자원봉사로 꼽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만족은 나의 작은 재능이 지역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큰 힘으로 변화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겠지만 결국은 봉사를 하는 자기 자신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봉사활동, 요즘은 재능기부라고 불리는 이 활동들은 우리 사회를 감동시키고, 변화하는 큰 힘 중에 하나입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홍제동의 ‘개미마을’은 인왕산 자락에 있는 조그마한 달동네였지만, 지자체 주관 하에 대학생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 마을에 여러가지 미술작품을 남기게 되면서 완전히 변했습니다. 낙후된 벽면은 알록달록한 벽화로 바뀌었고 인적이 드물던 마을은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활기를 띄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의 작은 봉사가 마을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계기이죠.

이 같은 움직임은 시니어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미8군에서 오랜기간 근무한 영어실력으로 해외 후원아동에게 보내는 편지를 번역하는 시니어, 망가진 장난감을 수리하고 고쳐진 장난감을 새로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엔지니어 출신 시니어, 사회복지사 경험을 살려 ‘생명의 전화’로 걸려오는 시민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니어 등 작은 봉사로 우리 사회를 밝게 빛내는 시니어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처음 자원봉사 혹은 재능기부를 생각할 때 어떤 걸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까요 ?그건 바로 본인이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하야하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는 일,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육군에서 1군단장 (중장)을 역임하다가 전역한 오현구 장로는 본인이 즐겨 부르던 하모니카로 현재 교회, 경로대학, 양로원, 요양원 등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모니카라는 악기 특성상 고독하고 쓸쓸한 감정부터 기쁘고 즐거운 감정까지 모두 다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르신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모니카를 두대를 사용해서 연주하는 오현구 장로의 기술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잘 하는 악기를 이용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표현하기에 어디에서나 환영받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열정적으로 하모니카 연주하는 오현구 장로
▲열정적으로 하모니카 연주하는 오현구 장로
시니어들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과 경험을 크거나 작다고 할 수 없고, 어떤것이 높고 낮다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어떤 재능이든 빛이 되고 따뜻함이 되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누군가의 마음을 감동으로 채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열정이 넘치던 청년시절 뜨겁게 일하며 경제적 풍요를 일궈온 삶이 인생 1막이었다면, 내가 속한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나누고 봉사하는 인생 2막의 삶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