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
▲<테넷>의 한 장면. 피조계의 모든 존재자는 정해진 시간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
믿음을 흔들리게 하는 요소들이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신뢰하고 의지했던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무너지는 요즘은 더욱 우리의 믿음이 시험을 받습니다.

믿음을 붙잡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데 있을테지요. 같은 헌금이라도 누군가는 축복받겠다는 탐욕으로 드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삶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으로 각종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것이 모두 하나님께 드려지고 응답받을 만한 믿음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입니다.

얼마 전 서울에 큰 눈이 왔을 때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송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것들이 마치 우리의 상황과 우리의 믿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는데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뻐하실 만한 노력일까? 내 삶에 그럴듯한 열매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그냥 내가 마침 광야의 시기를 걷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뭔가를 놓치고 있어서일까?’

정말 이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듯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우겨도’ 괜찮을까 하고 말입니다.

한편 저는 그 눈 오던 날의 전날 밤에 <테넷>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려운 영화였지만 저 나름대로 그 영화의 포인트를 잡아보자면, 첫 번째는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인간의 무력함이었습니다.

물론 인간이 ‘마냥’ 무력하지만은 않지만, 흘러가는 상황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무력한 데가 있습니다. 마트에 가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어도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까지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전도서를 읽으면 그러한 현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인간의 의지였습니다. 특히 시간을 역행하는 자들이라도 거꾸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시선에서 정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혼돈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의 의지를 보는 듯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삶도 그것과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안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처럼 계획되어 있지만, 그 흐름은 우리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요. 의지들의 맞물림, 우연의 연속, 짓궂은 운명의 장난, 때로는 악의적인 방해로 가득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신중하게 자기의 의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믿는답시고 의지를 놀리면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계획을 거슬러서 의지만 사용했다가는 무력감에서 오는 절망을 맛보기 십상입니다. 기차가 달리려면 바퀴를 굴리기 전에 먼저 레일 위에 올라야 하는 법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작정 달려나가기 전에 하나님의 계획을 알고, 그 분의 목적을 이해하고, 거기에 순종하면서 의지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일이 안 풀린다면 그분이 왕이라는 믿음에 문제가 있을 확률보다는(이 확률은 기독교인들에게는 제로에 수렴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오해하고 방향을 잘못 잡고 있었을 확률이 훨씬 더 높겠지요.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는 지금보다 나은 믿음의 삶이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원래부터 온전하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닌 이상, 이것이 진실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단순한 노력이나 저돌적인 믿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믿음과 ‘어떤’ 의지로 그 상황을 파헤쳐 나가느냐에 있습니다.

당연히 하나님의 뜻에 맞는 믿음 안에서 의지를 발휘하는 사람은 보호를 받을 것이고, ‘내가’ 아는 믿음을 따라 자기 스타일대로 노력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의도와 보호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분은 우리에게, 힌트라고 하기에는 꽤나 분명한 말씀을 남겨주신 모양입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도서 12:13)”.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3)”.

이 하나님의 말씀들은 마치 이미 일어난 일처럼, 변치 않고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를테면 코로나라는 상황 속에서도 말입니다.

그 말은 곧 이 말씀이 오늘도 우리의 삶을 통과할 때, 합당한 삶이라면 축복받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삶은 무너질 것이라는 의미겠지요.

<테넷>의 주인공들은 ‘세계를 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자기 의지를 다해 헌신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요?

혹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답이 저마다 다르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진실한 크리스천이라면 최종 결론으로 삼는 답은 한가지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적 동의를 넘어서 그 답대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화인 맞은 양심을 버리고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만 한다면,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틀림없이 저마다 다른 우리의 잘못된 점을 각자에게 일러주시고 돌이키게 하신 뒤, 더 나은 그분의 보호와 평안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실 것입니다.

바로 그 길이 우리가 기차로서 달려나가야 하는, 믿음을 가지고 의지를 발휘해야 할 길입니다.

김영광
▲김영광 작가.
김영광
아동문학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회원
프리랜서 일본어 통번역사
아동문학세상 동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