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아동학대로 인해 생후 1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동 정인이의 이야기가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민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특히 생기발랄하던 아이가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엄청난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인이의 양부모가 모두 기독교인들일 뿐 아니라, 그들의 부친들이 모두 목회자일 정도로 기독교 가정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고 개인적인 일탈행위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독교계가 책임이 없다 할 수는 없다. 그저 세상을 떠난 정인이와 이 일로 상처 받은 모든 국민들에게 한없이 사죄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독교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된, 부실한 아동보호체계를 바로잡는 일에 힘써야 한다. 수 차례 신고가 있었고 조사도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책임자들은 그저 양부모의 의견만을 지나치게 반영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렸다. 이는 단지 이번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당국의 책임 또한 간과될 수 없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2020년 아동학대예산은 보건복지부 총예산의 0.03%에 지나지 않았고, 2019년 재학대 발생비율은 2015년 대비 177% 증가했다고 한다. 국가의 지도자들은 정쟁과 사익에만 몰두하지 말고, 이 같은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양부모들을 포함한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시스템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입양가족들이 피해를 입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부분에서 교회들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살피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다른 어떤 종교나 단체들보다 앞장서 고아들을 돌보고 입양에 힘써 왔다.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복지와 봉사에도 기독교인들의 사랑의 손길이 있었다. 그 같은 노력과 헌신이 이와 같은 충격적인 일탈행위로 인해 빛이 바래지 않도록, 더욱 깨어서 세심하게 소외된 이들을 섬겨야 할 것이다.

정인 양의 묘지에서 추모하고 있는 한 시민
▲故 정인 양의 묘지에서 추모하고 있는 한 시민 ⓒ 송길원 목사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