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 은밀하게 스며든 ‘기름기’ 제거하고,
영적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한 교회로 돌아가자
현대 교회가 잃어버린 것, 바로 이 원색의 복음

예수님의 10가지 명령
예수님의 10가지 명령

송태근 | 샘솟는기쁨 | 212쪽 | 14,000원

아직도 생생합니다. 강남교회를 섬기실 때 신학교에 오셔서 강의를 하셨습니다. 칠판에 새하얀 분필로 글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한가득 채워가면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셨죠.

두 가지 측면에서 놀랐습니다. 현장 목회를 하시는 목사님인데 대단히 학문적이었습니다. 일반 목회자들을 보면 신학교를 졸업하는 동시에 책을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가벼운 설교집이나 예화집을 읽는 것이 고작이죠.

모든 목사님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조금 깊이 있는 주석 책들이 거의 팔리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목사님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무게 있는 책들을 읽어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송태근 목사님은 깊이와 넓이에서 남달랐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송태근 목사님은 지독한 독서광이었습니다. 시간이 없음에도 성경을 연구하고 다양한 책들을 읽기 위해 애를 쓰는 분이었습니다.

나아가 명료한 설교와 원색적 복음에 사로잡힌 분이었습니다. 교회를 성장시키기 위해 인간적인 방법이나 비성경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책도 그러한 송태근 목사님의 성향이 짙게 스며 있습니다.

송목사님는 프롤로그에서 인도 선교지 방문을 통해 ‘원색의 복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결의를 가졌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오래 전부터 복음에 천착(穿鑿)하는 성향이 더 발현(發現)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원색의 복음이 선포되고, 믿고 세례를 받는 무리가 더해지며, 결신한 이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생생한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 돌아오는 내내 한국교회와 우리의 삶이 너무 비본질적인 것으로 기름기가 끼어 있구나, 이것을 좀 걷어 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13쪽).”

저는 ‘기름기’라는 단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유난히 의학 쪽에 호기심이 많아 의학전문 서적들을 읽어 나가면서 지방(脂肪)의 해로움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고픈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름기’는 보약과 같습니다. 하지만 단백질과 당분,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현대인들에게 ‘기름기’는 모든 질병의 원인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방을 제거하려는 이들이 널려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지방의 해로움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비대해졌을 뿐, 질적으로 깊어진 것은 아닙니다. 질적 깊이는 신학적 깊이가 아니라, 복음에 더 가까이 나아가는 것입니다.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진의(眞意)는 모호합니다. 아니, 현대교회는 초대교회로 절대 돌아갈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영적으로는 가능할까요? 제가 볼 때는 영적이란 표현도 참 모호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우리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구호 속에는 ‘순수한 복음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복음은 ‘오직 예수의 복음’입니다. 현대 교회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 원색의 복음이 아닐까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분들이 예수를 믿고 산다는 것은 우리네 사정과 달랐습니다. 문자 그대로 생명을 걸고 어떤 위협 속에서도 예수를 따르겠다는 결단이었습니다. … 기꺼이 복음과 함께 고난 받겠다고 나선 사람들입니다(14쪽).”

‘기꺼이 복음과 함께’, 맞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오직 복음이었습니다. 송 목사님은 인도 선교지를 방문해, 그들이 순수한 복음에 매료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삼일교회 성도들과 함께 나눈 것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삼일교회 송태근
▲저자 송태근 목사. ⓒ크투 DB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신약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명령 10가지를 심도 있게 살펴본 것입니다. ‘회개, 세례, 말씀 안에 거하기, 기도, 성령 충만, 성찬, 사랑, 헌금, 전도와 제자화, 핍박 속에서 기뻐함’이 그것입니다.

제목대로 내용은 그 부분에 대해 강해합니다. 첫 장만 읽어봐도 저자가 얼마나 고민하여 글을 적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적당한 성경 읽기로는 파악할 수 없는, 아니 파악될 수 없는 내용을 언급합니다.

야곱의 생애는 파란만장합니다. 20년 만에 가나안에 돌아왔지만 에서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얍복강에서 보내다, 천사를 만나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얻게 됩니다. 하란으로 도망가는 중,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야곱은 에서와 화해한 후에도 벧엘로 올라가지 않았고, 세겜에 안주합니다. 저자는 ‘야곱은 아직도 가야할 길(23쪽)’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을 그대로 두지 않았고, 디나 사건을 통해 벧엘로 부르십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곳에서 매우 특이한 것에 주목합니다. 세겜 상수리나무 아래 야곱의 가족들이 섬기는 장식과 이방 신상을 묻고 갑니다. 놀라운 건 ‘묻었다’로 번역된 히브리어의 뜻이 ‘감추었다, 은닉했다’는 뜻입니다. 야곱은 회개는 했지만 완전한 회개는 아니었던 것이죠. 아직도 혹시 모를 일에 대해 차선책으로 잠깐 숨겨놓은 것입니다.

“야곱이 이 우상들을 완전히 버릴 마음이었다면, 묻을 것이 아니라 불태우거나 찍어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그렇게 하지 않고 숨김으로써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강권적으로 밀어붙이시니 하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차선책을 남겨둔 것입니다. 이것을 온전히 회개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24쪽).”

왜 자녀들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사랑하는 라헬과 요셉, 그리고 베냐민까지 잃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참으로 ‘인간 스스로 온전한 회개에 이를 수 없다는 것(25쪽)’은 분명합니다.

저자는 회개의 문제를 거룩한 체 하는 바리새인의 이야기로 끌고 갑니다. 겉으로는 거룩한 척 하고, 율법적 삶을 지향하지만 그들은 돈을 좋아했고, 높은 자리에 앉아 칭송 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종교적 의식으로는 완벽한 정결을 유지했는지 모르지만 ‘그 속에는 탐욕과 악독이 가득(31쪽)’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세례를 다룰 때는 좀 더 예리하게 분석합니다. 개인화된 한국교회는 세례를 개인의 구원쯤으로 축소시키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공동체 품격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대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세례는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새로운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 표식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백성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실체이지만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지상의 교회에서 공동체로 나타나는 것이기도 합니다(44쪽).”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장애인 학교나 건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교회 성도들이었습니다. 진정한 복음을 받지 못한 탓입니다.

김제 금산교회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감동입니다. 목사가 된 이자익도 대단하지만, 머슴이던 이자익을 후원하고 담임목사로 섬긴 조덕삼은 더 위대해 보입니다. 철저한 계급 사회에서 오직 복음 때문에 사랑과 헌신의 자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이죠.

현대교회는 ‘갈등, 분열, 이기주의, 반목’이란 단어가 팽배합니다. ‘사랑, 헌신, 섬김, 복음, 평안, 소망’이란 단어로 가득차야 할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교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복음밖에 없다(53쪽)’고 말합니다. 어쩌면 한국교회의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원색적 복음을 상실한 탓이 아닐까요?

2021년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새해에는 모든 목회자들이 이 책을 필독서로 삼아 목회의 원점으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복음으로,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안에 은밀하게 스며든 ‘기름기’를 제거하고, 영적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한 교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짧지만 강력한 책입니다. 저를 비롯한 한국교회의 모든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돌아가야 할 곳, 바로 복음으로 인도하는 책입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