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0월 10일 북한의 당 창건 열병식에 나타난 김정은. ⓒKBS 캡처

<평양 밖 북조선>, <평양 882.6km>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진짜 모습을 전해주고 있는 강동완 교수(동아대, 전 부산하나센터장)가 연말을 맞아 북한 김정은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 교수는 28일 데일리NK 칼럼에서 김정은에게 “당신은 인민에 대해 ‘자신보다 귀중한 존재이고 한 몸이 그대로 모래알 되어 뿌려진대도 아낌없이 사랑과 정을 바치고 싶은 생의 전부’라고 말했다는데, 인민을 위해 정작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리도 인민을 위한다는 분이 어떻게 서해상에서 민간인을 향해 그리도 가혹할 만큼 총격을 가할 수 있었는가”라며 “공화국 남반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여겼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 그리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얼마 전에는 ‘반동사상 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고 한다.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유입, 유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정신, 문화를 굳건히 수호한다’는 그 법도 과연 인민을 위한 것인가”라며 “하기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만들었으니, 당신을 비난할 처지까지는 못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까지 부를 만큼 당신들의 눈치나 살피는 일부 정치인들이 제정한 이 악법은 반드시 사라질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여기는 국제사회 역시 이 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온 세계가 우려하는 핵무기를 내려놓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 진정한 ‘인민생활 향상’을 꾀하기를 학수고대해 본다”며 “대한민국이 당신들처럼 사회주의화 되어간다고 판단하면서 너무 기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강 교수는 “영원한 권력은 없다 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자본주의의 가치를 아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당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동상을 무너뜨리고 자유를 쟁취할 주인공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러니 당신 역시 독재자로서의 비참한 최후가 아닌, 개혁개방의 상징이 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다음은 칼럼 전문.

강동완
▲강동완 교수는 책에서 “카메라를 들면 왜,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늘 앞선다. 렌즈 안에 비친 또 다른 세상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끊임없이 싸운다. 그럴 때마다 단 하나의 약속만은 지키고자 한다. 그저 하나의 선택이 진실을 가리는 외눈박이만 아니면 좋겠다는 간절한 다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 제공
“김정은, 자신보다 귀중한 인민을 위해 뭘 했나요?”

김정은 위원장?

굳이 위원장이라는 호칭까지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리설주 여사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사용하며 존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최소한의 양심상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습니다. 당신은 공화국의 최고지도자라 말하지만 제 눈에는 그저 북한 인민의 처절한 아픔 위에 군림하는 희대의 독재자일 뿐입니다.

2020년 한해가 마무리되어 갑니다. 올 한해 어떻게 보냈습니까? 당신들이 혈맹이라 그토록 숭상하는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으로 온 세계가 지금도 고통 가운데 있지요. 위대한 사회주의 제도 만세를 외치는 공화국에서는 ‘비루스(바이러스)’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공언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참 암울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집권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던 육성 신년사를 올해는 노동당 전원회의 발표문으로 대체했지요. ‘정면돌파’와 ‘자립경제’를 그토록 강조했는데 올 한 해 계획대로 되었나요?

대북 제재와 북중 교역 전면 중단, 거기에 최악의 수해까지 겹치는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통제와 내부결속을 이어가는 모습에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당신은 인민에 대해 “자신보다 귀중한 존재이고 한 몸이 그대로 모래알 되어 뿌려진대도 아낌없이 사랑과 정을 바치고 싶은 생의 전부다”라고 말했다지요. 그런데 인민을 위해 정작 무엇을 했습니까?

지난 8월에 개최한 당 전원회의 연설에서는 “인민생활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시인까지 했지요. 당 창건 75돌 기념식에서는 또 어땠습니까? ‘재난을 이겨내자’며 눈물까지 보이던 모습에 인민들이 ‘우리 원수님 만세’를 부르며 감동하던가요?

1만 2000여 명의 수도당원사단이 함경도 지역 수해복구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대대적인 환영행사까지 했다지요. 70여 일간 복구작업을 하면서 살림집을 짓고, 그 집에 입사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노동신문을 통해 봤습니다. 마치 한국의 70년대와 같은 마을 앞에서 깡마른 사람들이 집들이한다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게 너무 서글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날림식’으로 지은 집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요?

당신이 집권한 이래 ‘기념비적 건축물’, ‘우리식의 멋쟁이 건축물’이라며 려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 고층아파트, 문수물놀이장, 옥류아동병원, 대동강수산물식당 등 평양의 화려함을 선전하지만, 정작 인민들은 평양에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지요?

또한 대동강수산물식당에는 철갑상어회를 비롯해 온갖 요리가 넘쳐나고, 동화 속 궁전같은 문수물놀이장에서는 행복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선전했지요. 하지만 제가 북중 국경에서 본 북녘의 아이들은 트럭 짐칸에 실려 농촌지원을 나가고, 압록강에 떠내려오는 페트병을 주워 겨우 옥수수 한 줌을 바꿔 먹는 정도였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당신만의 평양공화국을 만들어 놓고 호의호식하면서도 늘 인민이 나라의 기둥이라 외치는 가식과 위선에 치가 떨립니다.

그리도 인민을 위한다는 분이 어떻게 서해상에서 민간인을 향해서는 그리도 가혹할 만큼 총격을 가할 수 있었나요? 공화국 남반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여겼나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 그리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또 얼마 전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지요.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유입, 유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정신, 문화를 굳건히 수호한다”는 그 법도 과연 인민을 위한 건가요? 하기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었으니 당신을 비난할 처지까지는 못됩니다. 하지만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까지 부를 만큼 당신들의 눈치나 살피는 일부 정치인들이 제정한 이 악법은 반드시 사라질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여기는 국제사회 역시 이 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남쪽 대통령에게 평양 연설을 허락해 준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나요? 그렇다고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쇼를 기획하면서 대북전단 문제를 구실로 삼다니 너무 부끄럽지 않나요? 당신이 제국주의 사상문화 침투를 막으라며 주민들을 통제할수록 외부세계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북한 내에 외부정보 유입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한 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2021년 벽두부터 제8차 당대회를 한다고 연일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지요? 80일 전투에 내몰려 한겨울 혹한을 보낼 북녘 주민들이 그저 안쓰럽습니다. 2021년 신년사에는 무엇을 담을 예정인가요?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자력갱생’,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 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보완한다는 식의 공허한 메시지는 아니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온 세계가 우려하는 핵무기를 내려놓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 진정한 ‘인민생활향상’을 꾀하기를 학수고대해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면, 대한민국이 당신들처럼 사회주의화 되어 간다고 판단하면서 너무 기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 했지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자본주의의 가치를 아는 절대다수의 국민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당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동상을 무너뜨리고 자유를 쟁취할 주인공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니 당신 역시 독재자로서의 비참한 최후가 아닌 개혁개방의 상징이 되는 것은 어떨런지요. 2020년의 해가 저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