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예지
▲예송논쟁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두 사대부, 허목과 송시열(왼쪽부터). 자의대비의 상복문제로 서인과 남인이 대치한다. 껍데기는 예(禮)였지만 알맹이는 권력투쟁이었다. 고상하게 권력을 차지하느라 정치인들의 눈에는 백성이 뵈지 않았다.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은 상처난 씨앗 심어 망국으로,

촛불정권은 탐심의 씨앗 심어 희망 없는 세상으로”

씨앗 속에는 생명력이 있다. 그래서 열매를 맺는다. ‘어떤 씨앗이 심겨졌는가’는 열매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생각하고 말할 수 있으며 또 생각한 대로 행동한다.

사람의 말과 행동, 감정은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준 사건들이 하나하나 쌓여 그 사람의 씨앗, 곧 내면이 형성된다.

열매 안에는 똑같은 종자의 씨앗이 존재한다. 조선 왕가도 이와 같다. 아들을 시기 질투한 아버지. 적통이 아닌 왕. 아버지의 혼란을 이어받은 아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통을 보고 자란 손자까지.

씨앗은 대를 이어 비극의 싹을 틔웠고, 결국 독살이라는 열매가 맺혔다. 조선 왕가는 하나같이 썩은 씨앗을 심었다.

인조는 인조반정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 인조의 내면에는 ‘언젠가는 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행의 씨앗이 심겨졌다.

인조는 소현세자를 사랑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조에게는 삼전도의 치욕이라는 상처가 있었다. 반면 소현세자는 청나라의 신임을 받았다.

그때 인조의 씨앗은 가시로 변했다. 그 가시는 사랑하는 아들을 마구 찔렀다. 인조에게 소현세자는 이미 적이었다. 적은 독살당했고, 부인과 아들들은 유배되었다. 인조의 씨앗은 살인의 열매를 맺었다.

세자가 죽으면 세자의 아들, 즉 세손이 뒤를 잇는 것이 국가의 법이었다. 하지만 왕위를 계승한 인물은 인조의 둘째 아들, 효종이었다.

효종의 내면에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왕위’라는 불안의 씨앗이 심겨졌다. 효종은 청나라와 친하게 지냈던 소현세자와 달리, 북벌만이 자신의 왕위 계승을 정당화시켜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대부가 지배하는 조선에서 북벌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평생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 출구 없는 인생을 살았다. 효종의 씨앗은 결국 자신을 외로운 인생 가운데로 몰아넣고 독살당하는 열매를 맺고 만다.

아버지의 죽음은 현종에게 평생의 숙제였다. 현종의 내면에는 ‘신하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왕’이라는 씨앗이 심겨졌다. 왕위에 있는 동안 할머니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을 당쟁에 먹이로 주었다. 한쪽에서는 아버지 효종을 적통이라 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효종은 적통이 아니라 했다.

아버지의 뿌리가 곧 아들의 뿌리인 조선에서 현종은 효종이 내어준 숙제를 풀어내야 했다. 하지만 숙제를 마치기 직전 서인 세력에게 독살당하고 만다. 현종의 씨앗은 사건의 중심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는 평생 논쟁을 빙자한 당쟁에 휘말리는 열매를 맺었다.

2020년 이 순간, 누가 인조이고 효종이며 현종일까. 이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우리는 인조처럼 상처에 얽매여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한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살리고 죽이는 것을 반복한다. 효종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길 거부한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닌 가식으로 포장하려 한다. 모든 체력은 소진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촛불혁명으로 전(前)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청와대를 차지한 세력들. 그들에겐 어떤 씨앗이 심겨졌을까. 단순한 권력욕일까? 아니면 천대만대 호의호식할 권문세족을 이루고 싶은 야망일까.

탐심으로 범벅된 씨앗은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갔다. 청년 실업률은 21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뛰어넘은 업적이다.

집값은 미쳐 날뛰었고 5천년 한반도 역사상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국민들이 눈에 뵈지 않는 정치인들, 그들의 입김에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 왕가는 상처난 씨앗을 심어 조선을 망하는 길로 이끌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어떤 씨앗이 심겨졌는가.

현 정권은 어떤 생명력을 가진 씨앗을 심고 있는가. 국민을 살리는 씨앗인가. 국민을 죽이는 씨앗인가.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다. 유능한 농부의 모습으로 주인의 의무를 다하자.

남예지
▲남예지 청년.
남예지(1995년생)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졸업
청년한국 아카데미 회원
정암 리더십 스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