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반대 차량 시위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제공
“낙태에 대해 할 말 없고 도리어 사각지대인 한국교회!”

낙태는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선물인 생명을 경시하고 함부로 취하는 있을 수 없는 행위이며, 크리스천으로서 단호히 반대한다.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대통령의 당락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의제이다. 가톨릭을 위시하여 복음주의적 교회들이 강력하게 낙태 반대 전선에서 똘똘 뭉쳐 있다.

한국에서의 낙태 문제는 이제야 정치적 아젠다로 부각되고 있으며, 전통적 낙태 반대 그룹인 가톨릭과 함께 보수적 기독교 그룹에서 낙태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상당히 정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교회는 실제로는 낙태를 막지 않는 이상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교회의 아픈 혹은 비열한 역사가 숨어있다. 해방 전까지 한국은 일본의 형법을 따라야 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식민지의 납세자와 군인들이 필요했던 일본은 반낙태법―타태죄(墮胎罪)―로 엄격히 낙태를 금했다.

하지만 식민지 경제적 수탈과 압제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수많은 여성들이 자격 없는 시술자들에게 불법 낙태를 받다 죽거나 영원한 상해를 입어야 했다. 한국교회는 이에 대해 침묵했다.

해방 후 낙태금지법은 낙태죄 조항의 존속으로 유지되었지만, 경제개발과 효과적 가정계획을 원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모자보건법(1973년)’을 제정하고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조항들을 마련했다. ①유전적 질병 발견 ②전염성 질환 발견 ③강간 및 강제적 임신 ④친족 결혼 임신 ⑤산모의 목숨이 위험한 경우.

이러한 경우 임신중절(낙태)이 허용 가능한 시기는 임신한 날부터 28주 이내로 규정했다(현 개정 낙태법은 기존의 이유 없이도 14주 이내 가능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어쨌든 박정희의 모자보건법으로 합법적 낙태의 길이 열렸고, 실제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낙태는 사실상 준자율화되었다. 낙태가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관심으로 대두되던 1990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낙태는 거의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한국교회는 이에 대해 침묵했고 또 이를 활용했다.

1994년 조선일보와 갤럽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시 한국 여성들은 연간 150만 건의 낙태를 한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이 중 세 번 이상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종교를 분석한 것이 있는데, 불교가 32%, 무종교가 22.1%, 그리고 개신교가 30.1%였다.

무종교를 가진 여성들보다 개신교 여성들의 낙태 비율이 10% 가량 높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하나님 앞에 지은 죄를 회개하라는 개신교 목사는 기록상에 없다.

작금 한국은 여전히 모자보건법에 명시한 특정 이유가 아닌 이상 낙태가 죄로 규정되어 있고, 이번에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쪽으로 개정하려는 중이어도 여전히 14주 이후의 낙태는 죄가 되는 나라이지만, 연구자들의 추청으로 낙태율이 세계 최고라는 말이 있다.

문제는 여전히 그 낙태자들의 30%는 개신교인들이라는 것이다(물론 1990년 대 중반 조사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민 조사에서 특별히 교육 정도가 높은 그룹에서 낮은 그룹보다 낙태의 비율과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크리스천들의 교육 정도는 항상 높은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한국교회는 낙태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가져야 한다. 생명 경시는 분명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분명히 먼저 짚고 회개하고 변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 보수적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타인이나 정부에게 손가락질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살피고 회개 각성하여 스스로 개혁해야 할 것이 아닌가?

정부의 낙태죄 폐지(혹은 14주 이내 유지)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맞지만, 그보다 훨씬 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동안 개신교인들이 암암리에 얼마나 태아의 생명을 경시해 왔는지 밝히고 회개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나를 나으시기 전과 후에 여러 번 낙태를 하셔야 했고, 그것을 후에 얼마나 가슴을 치며 울며 회개하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설교자도 그것으로 “하나님 앞에 회개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교회 현실이다. 아마 지금도 교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낙태에 대해 함구하는 목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저 정부의 낙태죄 폐지 논의를 손가락질하며 반대하기 바쁠 뿐이다.

진짜로 한국의 낙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바로 이런 교회들의 위선적 모습 때문이 아닐까? 먼저 내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낙태를 살피고 막고 보듬고 대안을 세우고 교회가 세상의 대안이 되는 것이 진정으로 낙태를 막는 길일 것이다.

신동수
▲신동수 목사.
신동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국 플로리다 성빈센트병원 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