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미술 토착화, 예수님 갓 씌우고 한복 입히는 게 아니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성 교육과 예술적 영성’ 강연

성화 통해 뒤편의 주님 말씀까지 들려야 하는데
작품이 장벽처럼 주님의 말씀을 가로막고 있다면
아무리 믿음 깊어도 그 뒤편의 빛 볼 수 없을 것

▲기념촬영 모습. ⓒ교목회

▲기념촬영 모습. ⓒ교목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성 교육과 예술적 영성’을 주제로 2020년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동계연수회 및 한국대학선교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총무 이승문 목사(명지전문대 교목실장) 사회로, 5만원권과 5천원권 화폐 속 신사임당과 율곡 영정을 그렸던 일랑 이종상 화백(서울대 명예교수)이 같은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이종상 교수는 “거의 모든 영역이 AI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겠지만, 인성만큼은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며 “윤리와 도덕과 인품과 영적 문제는 절대로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집트에 가면 피라미드가 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 마지막에 놓은 하나의 돌이 세부전공이라고 한다면, 그 아래에 토대를 놓은 무수한 돌들이 모두 인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만큼 인성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된다. 예술 작품이 피라미드 꼭대기의 마지막 하나의 돌이라면, 사람다움과 사람됨 즉 인성이 그 밑에 놓인 수많은 돌들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人)자와 ‘성’(性)자 사이에 ‘사이 간’(間)자가 있으면 인간성(人間性), ‘인’(人)자만 있으면 형이하학이다. ‘성’(性)은 보이지 않는다”며 “‘저 친구는 인간성이 좋아!’ 왜 여기서 인간에 ‘성’(性)자를 포함시킬까? 이웃간 사이가 있기에, 다툼도 있다. 인인(人人)이 아니라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람이 혼자 있을 때조차 인성은 드러난다는 점에서,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종상 교수. ⓒ교목회

▲이종상 교수. ⓒ교목회

이종상 교수는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예술이다. 종교도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의 조화이다. 창조주께서 형이하학에 생기를 불어넣어 창조가 되었다. 필자의 예술은 창세기 2장 말씀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창조는 할 수 없으나 창조주 흉내는 낼 수 있다. 즉 ‘예술’은 창조는 못하고 창조를 흉내내 창작하는 것이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것을 이렇게 발견하고 저렇게 종합해서 그걸 변형시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운보 김기창 선생께서 1만원권을 그리시고 10년 정도 사용하셨는데, 필자와 마지막 회견에서 ‘성(聖)미술과 일반 그림에 어떤 차이를 두십니까?’ 여쭈었더니 ‘차이 없어! 일반 그림이 다 성미술이야!’ 이러셨다”며 “‘십자가 그리는 것은 성미술이고 매화를 그리면 성미술이 아니다’는 것이 아니고, ‘신앙과 예술은 하나야, 하나!’ 그러셨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창세기를 읽어보면 소름 끼칠 정도로 ‘이것은 내가 배웠던 예술 이론이다. 내가 배웠던 창작의 조형론이다’ 이런 생각을 수없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미술을 통해 그 뒤편의 주님 말씀까지 들려야 하는데, 작품이 장벽처럼 주님의 말씀을 가로막고 있다면 아무리 믿음이 깊은 사람이라도 그 뒤편의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 성미술도 자생력을 길러 정체성을 찾고 토착화해야 한다. 예수께 갓 씌우고 성모님께 한복 입히는 외형적 토착화가 아니라, 한국성을 기반으로 국제적 보편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 길은 오직 하나, 성미술에 대한 열린 안목과 절절한 믿음”이라고 했다.

이종상 교수는 “한국적 미감과 민족의 사상적 얼을 바탕으로, 그동안 우리 수족을 묶고 시야를 가렸던 녹슬은 족쇄를 풀고, 낡은 형식의 담장을 뛰어넘어 무한대로 열려진 가능성을 향해 비판과 저항과 고민 속에 새로운 역사의식으로 태어난 예술이라면, 수묵으로 그렸든 유화로 그렸든 양식과 매재에 관계 없이 참다운 현대 한국 회화, 곧 한국화(韓國畵)가 될 것”이라며 “가장 지역적·민족적 특수성을 이 시대 역사 앞에 자랑하면서 국제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길이 현대회화로서 한국화가 가야될 방향”이라고 개진했다.

이 교수는 “인성이 바탕이 돼야 기운생동으로 ‘얼’이 담긴 예술 작품이 가능하고, ‘얼’이 담긴 예술 작품이 사람다움, 인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며 “따라서 미래에는 인성교육과 예술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인성 함양을 위한 예술을 활용한 기독교 교양교육이나 신학교육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신 교수(배재대)는 논찬을 맡았으며, 이후 천사무엘 교수(한남대)는 편집위원장 최영근 교수(한남대)를 좌장으로 ‘디지털원주민 Z세대에 대한 대학선교방안 모색’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회장 이대성 교수(연세대 교목실장) 사회, 장정권 카운터테너의 특송, 구완서 교수(인덕대 교목실장)의 기도, 변창배 목사(예장 통합 사무총장)의 설교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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