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수변공원
▲원주 수변공원 일몰 사진.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발전을 통한 ‘초연결 시대’의 희망에 부풀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전 세계부터 각 개인까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포에 모두가 얼굴부터 국경까지 빗장을 치기 바빴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내년에는 기필코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며, 2020년 한국 기독교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23일 비대면 예배
▲20명 이내가 참석해 예배드리는 모습. ⓒ교회

1. 비대면 예배부터 교회 폐쇄법까지

2월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이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감염 위험으로 사회는 ‘접촉’을 꺼리게 됐다. ‘모이기를 기뻐하는’ 성도들에게는 ‘고난의 기간’이었다. 비대면 예배와 유튜브 생방송이 본격화됐고, 신학적 논쟁도 이어졌다. 마땅히 현장 예배를 드려야 하지만, 이번 사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방역당국은 교회 등 종교시설은 ‘필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20인 미만 비대면 예배’ 등 더욱 엄격한 제재를 가했고, 소위 ‘교회폐쇄법’까지 통과됐다. 비대면이 ‘뉴 노멀’화되면서 온라인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 목회자들은 머리를 싸매야 했다. 헌금 감소로 이중고를 겪는 미자립교회들을 돕는 손길도 이어졌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 기자회견
▲지난 3월 2일 기자회견에서 청력이 약해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가 도움을 받는 모습. ⓒ송경호 기자

2. 신천지 실체 폭로와 이만희 구속

올해 초 미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상륙 직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초반 전염병이 대유행한 것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모임 때문이었다. 신천지 대구교회 모임에 참석했던 ‘31번 환자’의 영향으로 ‘슈퍼 전파’가 진행되면서, 기독교 내에서만 경계했던 신천지의 실체가 전 국민 앞에 드러났다.

신천지는 기성 교회 내부에 숨어든 신도들의 존재가 드러나는 등의 이유로 전체 명단 공개를 꺼렸고, 방역당국은 역학조사에 애를 먹어야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 본부가 있는 경기 과천과 연수원이 있는 가평을 방문해 명단 입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신천지 해체’ 청와대 청원을 비롯해 탈퇴자들과 내부 폭로 등으로 신천지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전국 신천지 시설들도 공개돼, 사실을 모른 채 출입하던 성도들이 경악했다.

결국 3월 2일 교주 이만희 씨가 가평 연수원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무릎 꿇고 사죄했으나, ‘박근혜 시계’로 논란만 키웠다. 신천지 피해자들은 이만희의 구속을 촉구했고, 결국 6개월간 수사 끝에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 등의 혐의로 8월 14일 구속됐으나, 석 달만인 11월 1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외에도 JMS 등 이단들이 코로나 감염과 관련해 홍역을 치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6번째 확진자 다녀간 이후 굳게 잠긴 명륜교회
▲확진자가 발생한 명륜교회 문이 닫힌 모습. ⓒ송경호 기자

3. 일부 교회 모임에서도 확진자 발생

코로나는 교회도 비껴가지 않았다. 사태 초창기 첫 ‘2차 환자’인 ‘6번 환자’가 1월 26일 서울 명륜교회 예배에 참석, 한국교회에선 처음으로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교회를 폐쇄하고 2월 2일 주일예배를 담임목사 인도 하에 녹화 영상으로 대체했다. 사태 초기여서 모두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명륜교회는 2주간 폐쇄됐다 2월 16일 다시 본당에 모여 예배드렸다.

이후 여러 교회들에서 크고 작은 감염 사례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확진자 또는 무증상 성도들이 소모임이나 식사 등에서 감염됐을 뿐, 예배에서는 마스크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할 경우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수원중앙침례교회의 경우 확진자 3명이 사실을 모른 채 예배에 참석했으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과 거리두기 준수를 통해 함께 예배드린 성도 700여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부산 온천교회와 대구 문성교회는 확진 성도들 중 신천지 의혹이 일기도 했다. 명성교회도 감염 부목사가 신천지로 오해받았고, 구청 여직원 ‘엘리베이터 감염’ 논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언론과 방역당국이 교회 감염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사회 여론이 더욱 나빠졌다. 작은교회들은 신천지 오인 신고로 교회가 폐쇄되는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8.15 국민대회
▲8.15 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송경호 기자

4. 8.15 국민대회와 코로나, 정교분리

지난해 10월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본격화된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 사태와 전광훈 목사의 구속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총선 직후인 4월 20일 전광훈 목사가 병보석 허가를 얻고, 7월 말 확진자들이 줄어들면서 보수 인사들과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내건 8.15 국민대회가 개최됐다.

국민대회는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에서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그러나 대회 직전 사랑제일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대회 후 전광훈 목사까지 확진되면서 비난 여론도 거셌다. 전광훈 목사는 국민대회 참석을 이유로 재수감됐고, NCCK 등은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해묵은 정교분리 논쟁도 계속됐다. 전광훈 목사는 12월 3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곧바로 풀려났다.

부활절연합예배 대회장 소강석 목사
▲대회장 소강석 목사가 출범예배에서 한국교회 연합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5. 보수 교계 연합기관 통합 ‘재시동’

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총 등으로 10년 가까이 나뉘어 있는 보수 교계 연합기관의 ‘통합’이 다시 시도될 전망이다. 소강석 목사는 예장 합동 총회장 취임 후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에도 취임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소강석 목사는 내년 부활절 연합예배를 기점 삼아 2021년을 ‘원 어게인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코로나 사태 중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지탄받은 아픔을 거울 삼아,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의당 포괄적 차별금지법 기도회
▲한여름 정의당사 앞에서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6.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발의

4월 21대 국회에서 소위 진보 측이 180석을 획득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우려가 커졌다. 결국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를 발의했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이름만 바꾼 ‘평등법’을 내놓았다.

교계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매달 기도회를 열고 정치권과 포럼을 여는 등 한 목소리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법사위 계류 중이지만, 2021년에도 통과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통과 후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jtbc

7. 대북전단 금지법 통과와 인권

‘北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린 휴전선 일대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여당 주도로 12월 14일 통과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 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북한으로 전단 살포시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이 법은 현 정부의 북한 인권과 국민 자유권에 대한 인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심지어 미국 의회에서는 청문회까지 예고한 상태다.

기독자유통일당 기자회견
▲기독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송경호 기자

8. 기독 정당, 또 원내 진입 실패

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독자유통일당은 비례대표 1% 득표에 그쳐 5번째 도전에도 실패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2.64%를 얻고 다른 기독당이 0.54%를 기록했었다.

전 국정원장 김승규 장로까지 영입하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 사태로 여당 압승 분위기가 점쳐지면서 보수 국민들이 대표 보수 정당으로 몰리면서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 바이든 미국 대선
▲미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유튜브

9. 트럼프 재선 실패와 美 복음주의

코로나 사태 가운데 치러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지지했던 공화당 트럼프 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다.

투표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드러났다. 선거 후 연방대법원은 코로나 예배 제한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에이미 배럿 판사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
▲청와대 인근에서 개최된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 현장. ⓒ송경호 기자

10. 법 개정 실패, 낙태죄 폐지 눈앞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결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새로운 입법을 권고했다. 그러나 사실상 올해 내 입법이 무산됐다.

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작년 낙태죄 판결 이후 계속해서 낙태죄 존치와 대체입법 마련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조해진 의원이 ‘10주 이후 낙태 금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성단체들은 낙태죄 폐지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훈국제중 특성화중 재지정 취소와 사학법 개정 시도 △성경 왜곡까지 하는 중국의 기독교 핍박 △코로나로 위축된 해외선교 △‘동성애자 축복식’ 이동환 목사 정직 2년 판결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에 이철 목사 선출 △전광훈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사퇴 △동성애 반대 강의로 해임당한 총신대 이상원 교수 복직 판결 △분당우리교회, 30개 교회로 분립 선언 등 ‘일반성도 파송운동’ 본격화 △넷플릭스, ‘예수=동성애자’, ‘사이비 메시아’ 등 기독교 신성모독 작품 잇따라 발표 △김홍도 목사 소천 등 여러 사건들이 2020년 한 해를 뜨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