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성탄 시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가는 가운데, 유독 교회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듯한 방역 당국과 언론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 이제 교회들은 성탄 예배를 어떻게 드릴지가 아니라, 성탄 예배를 드릴 수 있을지 자체에 대해, 심지어는 교회를 폐쇄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 성탄을 맞고 있다.

감염법예방법이 개정됐을 때, 교계 일각에서 이를 ‘교회폐쇄법’이라 칭하며 우려하자, 다른 한쪽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지금까지 교회들이 방역을 명분으로 당해 온 일들을 생각하면, 결코 이를 기우라 할 수 없다.

교회 예배와 모임은 처음부터 아무런 형평성 없이 제재의 대상이 됐다. 교인들 중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당국과 언론은 교회발 확진이라며 교회를 마녀사냥하기 바빴고, 이는 8.15를 기점으로 극에 달했다. 8.15집회에 참석한 교인들은 대역죄인 취급을 받았고, 한 교회는 확진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단지 민원만으로 교회가 폐쇄되는 경악할 만한 일을 겪었다.

동일하게 확진자가 발생해도 교회에 대해서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 당국의 방침에 따르면, 일반다중시설은 소독 후 하루 정도 충분히 환기 후 사용 재개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에 대해서만큼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아예 일정 기간 폐쇄해 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모 교회의 경우 무려 세 달 가까이나 폐쇄를 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계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방역은 신앙이 아니라 의학과 과학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나 애초에 현대 의학과 과학을 우리나라에 주도적으로 들여온 것은 기독교인들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정부 당국이야말로 의학과 과학을 가장 무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에만 자꾸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의학적·과학적 근거는 대체 무엇인가? 다른 시설에서는 소독 후 하루만 지나면 없어지는 바이러스가, 일단 교회에 들어오고 나면 며칠이 지나야만, 반정부 시위를 했던 교회에 들어오고 나면 몇 달이 지나야만 없어지는가?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도 아직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이 팬데믹이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그 긴 기간 동안 계속해서 정죄와 엄포로 국민들을 옭아맬 것인가? 부디 당국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해 방역에 실패했음을 겸손히 인정하고, 전문가들에게 경청하고 사회 각계에 정중히 협조를 요청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