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당국과 협의하에 평화적으로 성경풍선사역
고고도풍선·GPS·헬륨가스 사용해 안전하고 효과적
성경도 北 정부가 출판한 것 담아 北 내에서 합법
박해받는 성도들의 고통 함께 감수하는 것도 중요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현숙 폴리 대표
▲약 15년간 대북 성경풍선사역을 해 온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현숙 폴리 대표. ⓒ송경호 기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성경을 보급하는 사역도 압박을 받게 됐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계에서 이 사역을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한국순교자의소리(VOM)는 “여름이 오고 다시 바람이 북쪽으로 불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날 하라고 하신 사역을 계속해서 신실히 감당할 것”이라며 “그 때에도 최대한 당국의 권위를 수용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결과들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감당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북한 김여정이 대북전단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자 우리 정부가 즉각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화답한 이래, VOM은 다른 북한인권단체들과 함께 전방위적 압박을 받아 왔다. 이에 본지는 한국VOM 현숙 폴리 공동대표를 만나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한 견해를 들어 봤다. 다음은 폴리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에 통과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완전히 평화를 느낀다. 저희가 이제까지 풍선을 날리러 갈 때마다 몰래 간 게 아니었고, 국정원·경찰·군인들에게 사전에 알려 줬다. 거짓말을 하거나 싸운 적도 없다. 성경풍선사역을 해온 지난 15년간 대통령들 중 한 번도 이를 불법이라며 막은 이는 없었고, 다만 남북회담 같은 것이 있을 때만 잠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었다. 우리의 사역은 법적으로도 걸릴 것이 없고, 정치와도 무관하다. 오히려 예전에는 정부에서도 풍선사역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는 자금 지원을 해 주겠다고 제안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자금은 받은 적 없고, 다만 전 세계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헌금을 받아 사역해 왔다. 사역 특성상 광고하지 않고 조용히 진행했기에, 한국 기독교인들의 헌금도 거의 받지 않았었다.

법안 내용 중에 지난 10년 동안 대북전단을 보낸 단체들의 목록이 있는데, 우리는 거기 없었다. 내용에 대해서도 사전에 통일부 허가 받으라는 물품 명단에 성경 없었다. 그러나 굉장히 묘하게 돼 있어서 의도에 따라 성경 사역까지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거라 생각한다.”

-대북전단이 남북관계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순교자의 소리 풍선
▲에릭 폴리 목사가 풍선을 날려 보내는 모습. ⓒ한국VOM 제공
“우선 우리는 다른 대북전단 단체들과는 전혀 다르다. 저희는 조용히, 안전하게, 효과적으로 풍선사역을 해 왔다. 일반 풍선은 높이 날지 못하니 북한 포병이 이를 쏘고, 그것을 날린 지역의 주민들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날리는 것은 그냥 비닐 풍선이 아닌 고고도풍선으로, 날리자마자 2-3만km까지 빠르게 상승해 육안으로 볼 수 없다. 풍선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고 컴퓨터 모델링 시스템으로 각 풍선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확인하는데 지금까지 100% 다 북한으로 갔다. 그것을 받은 분들의 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장소까지는 밝힐 수 없는 것은 양해해 달라. 또 풍선 재료도 친환경소재를 사용하고, 안전을 위해 수소가스보다 10배 비싼 헬륨가스를 주입한다. 풍선사역을 위해 들어간 개발 비용도 엄청나다.

북한으로 보내는 성경도 북한에서 만든 것이다. 1980년대에 북한이 종교 자유 문제로 국제적 압박을 받으니, 거짓 선전을 위해 성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개신교-천주교 합동본과 묘령성 조선족 성경을 가져다가 단어만 북한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북한에서 주민들도 볼 수 있는 합법적 성경이다. 하늘에서 자신들이 인정한 성경에 떨어지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밖에 없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성경풍선사역으로 인해 고발을 당해 기소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사기와 횡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돼서, 기독교 단체로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 감사하다. 그동안 재정관리와 회계감사를 잘해 왔기에 전 세계의 후원자들과 후원단체들에게서도 신뢰를 얻게 됐다. 다만 국가안전보안법, 남북교류협력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세 가지로 기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식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언급했듯 너무나 억울한 부분이 많고, 법정에서 그 모든 것을 알릴 예정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된 뒤에는 더 박해가 심해지지 않겠나.

“저희가 북한 사역을 처음 시작했을 때인 20년 전, 에릭 폴리 목사님(VOM 공동대표)과 제가 중국에 가서 평양에서 온 북한 지하교인을 만났는데,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으니 성경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저희는 성경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지금까지 그것을 지키고 있다. 중국과 북한 등 전 세계에서 기독교를 핍박하는 나라들을 보면, 그곳 성도들의 고통을 함께 감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지금은 바람이 북한에서 남한으로 불기 때문에 풍선사역을 하겠다 하지 않겠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이고, 오늘 하나님께서 주신 사역에 집중할 뿐이다. 신실한 증인이라면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시는 것을 하고, 그것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면 기쁨으로 감당하겠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에릭 폴리, 현숙 폴리 공동대표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오른쪽)-현숙(왼쪽) 폴리 공동대표. ⓒ크리스천투데이 DB
-성경풍선사역이 그런 핍박을 감수할 만큼 효과가 있나?

“육·해·공군이 있다면 풍선사역은 공군과 같고, 이것을 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제공권을 잃는 것이다. 북한에 성경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것은 어렵고 돈도 많이 드는데, 풍선으로는 한 번에 천 권 정도를 보낼 수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다. 2000년도에는 북한 주민 중에 성경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0%였는데, 저희가 풍선사역을 시작한 뒤 2014년에는 8%로 올랐다. 약 200만면 정도가 성경을 봤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