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혼인잔치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의 가나의 혼인잔치(1563). 요한복음에 나오는 가나의 혼인잔치가 초대교회에서 첫 번째 표적이라 말한 것은 전통적으로 성령 강림의 징후를 방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이는 새 술에 취했다 하고, 어떤 이는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함을 듣는다" 하였다.
본문: 요한복음 2장 3-4절

갈릴리 가나 혼인잔치 장면입니다. 그 혼인잔치에 주님은 어머니 마리아, 주님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포도주가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이 일어납니다. 이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리아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리아의 놀라운 믿음이 발휘됐습니다. 본문을 바탕으로 ‘때를 바꾸는 믿음’이라는 제목으로 묵상하고자 합니다.

1. 믿음은 시기를 앞당기게 만든다
믿음은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때를 바꾸게 한다는 말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3-4절)”.

여기서 “여자여!”라고 대응하는 주님의 엉뚱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마리아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자여?’의 헬라어 ‘구나이’는 조소나 힐책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은 순수한 경어(敬語)라고 합니다.

주님께서는 어머니에게 헬라어로 ‘메테르’ 대신, 갑자기 경어인 ‘여자여!’를 사용하셨습니다. 이는 부드러운 거절로 보아야 합니다. 상당히 객관적 자세를 취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아직 내 때가 이르지 못하였나이다”라고 거절 의사를 표시합니다. 공개적으로 표적을 행하실 명분을 찾으실 때가 아니라고 거절하셨습니다. 요청에 거절당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마리아는 끄떡하지 않습니다. 자세를 흐트러뜨리거나 바꾸지 않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어머니 마리아의 믿음이 보입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주님께서 간곡한 청탁을 반드시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마리아의 요청대로 됐으니, 결과적으로 마리아의 믿음이 기적이 일어나게 한 것입니다. 이는 ‘믿음이 시기를 바꾸게 한다’는 교훈입니다.

2. 믿음은 계획을 바꾸게 만든다
믿음은 이미 계획된 것도 바꾸게 만든다는 말입니다.

3-4절에서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당시에는 상당히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 팔레스틴에서 결혼식은 동네 전체의 경사여서, 항상 축제행사로 지켜졌다고 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는 음식제공이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포도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음료인데 떨어진 것입니다. 지금 잔칫집의 위기입니다.

잔칫집에 가장 중요한 포도주가 떨어진 급박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내가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하고 거절을 하십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럼에도 어머니 마리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황을 진행시킵니다. 이는 하나님의 계획이 간절한 기도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실제로 히스기야가 죽을 병에 들었을 때, 목숨을 걸고 간정히 기도하여 생명을 15년이나 연장시켰습니다. 또 아브라함 때 그의 조카 롯이 살던 소돔성이 그랬습니다.

하나님이 소돔성을 유황 불로 멸망시키려 하자, 아브라함의 간절한 기도로 보류시키게 됐습니다. 창세기 18장 32절에 “소돔 땅에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뜻을 돌이켜 심판을 보류하겠노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이 진실되고 끈질긴 믿음의 기도에 의해 변경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는 마리아의 끈질긴 믿음에 의해 주님이 표적 행할 계획을 앞당기게 되었다는 교훈입니다.

3. 믿음은 예정론도 바꿀 수 있다
믿음은 하나님의 특별계획이라는 예정론도 바꾸게 만든다는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동 지역에는 물이 귀해서 포도주를 음료수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상황은 큰일입니다. 포도주는 잔치의 여흥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은 잔칫집의 결례이면서 집안의 수치입니다. 이 난감한 상황에 마리아는 응급조치 방안으로 주님에게 기적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주님으로부터 “내 때가 이르지 못하였나이다” 하고 거절을 당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정론을 바꾸는 마리아의 믿음을 보게 됩니다.

마리아는 예정론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님에게 간청했습니다. 예정론이란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는 원리입니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다(전 3:11)”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기한과 때가 있다는 것은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순리입니다. 눈이 녹으면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셀리(Percy Bysshe Shelley, 1792-1822)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Ode to the west wind)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만약 겨울이 온다면 봄도 멀지 않으리”의 주제는 자연의 순리이지 예정은 아닙니다.

그리하여 마리아의 믿음은 반석처럼 굳어진 예정론을 바꾸고 맙니다. 이는 간절한 믿음에는 그렇게도 바꾸기 어려운 예정론도 바꾸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김충렬
▲한국상담치료연구소에서 만난 김충렬 박사.
4. 정리

우리는 천둥이나 번개는 더 이상 하나님의 진노가 아니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실로 우리는 과학의 논리가 믿음을 압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과학의 시대에 믿음으로 기적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시기를 바꾸는 믿음을 갖게 하소서. 하나님의 계획도 바꾸게 하는 믿음을 갖게 하소서. 반석 같은 예정론도 바꾸는 믿음을 갖게 하소서. 때를 바꾸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게 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