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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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나그네길’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누구나 돌아가야 할 시간 안에서 희로애락의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나그네길 여행을 하다 보면 아름다운 만남도 있고, 만나지 말아야 할 만남으로 인하여 낙심의 환경에 빠질 때도 있다. 악연(惡緣)도 있고, 호연(好緣)도 있는 세월 안에서 인생은 사랑하고 이별한다.

인생은 종착역을 향하여 달리는 열차와 같다. 이별하고 사랑하는 중에 ‘다 먹자고 하는 짓’이라는 농조처럼, 누구나 여행 중에 먹고 마시고 잠자며 인생이라는 여정을 여행한다.

인생 여행 중 수많은 간이역을 경유하며 감동과 환희, 더러는 좌절과 분노를 추스르며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한다.

처음 여행길을 나선 어린아이와 청년들은 미지의 여행에 대한 설렘과 소유하고 싶은 사물들이 참으로 많은 세상 여행지이다. 그러나 여행을 지속하면서 어느새 병들고 지친 발걸음 앞에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했던 기물들을 하나둘씩 내려놓게 된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며, 무심코 지나친 기억들이 의미로 다가오는 깨달음으로 평온을 체감한다. 그래서 종착역의 시간을 가늠하는 일성(一聲)이 ‘공수레공수거’이다.

그래서 나그네 인생 여행은, 봇짐을 싸고 푸는 여정이다. 여행하면서 봇짐은 점점 커지고, 어느 순간부터 봇짐은 작아지다 이내 봇짐조차 내버려야 하는 시간 앞에 서게 된다. 종착역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 생(生)이 좋다’ 고 말하지만, 종착역이 없다면 소중한 일생이 아닐 수 있다. 종착역이 있다는 전제는 자칫 허무함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종착역의 전제는 간이역 같은 인생 여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아름다운 심성으로 살아가야 할 목적을 수용하고 실현하게 한다.

종착역은 반드시 끝의 의미만은 아니다. 종착역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점검의 시간이고 다시 달리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종착역은 곧 새로운 시발역이고, 시발역은 곧 종착역을 의미한다. 시작과 끝은 동그라미 안에서 원(原)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인생 여정은 ‘하루’라는 작은 간이역을 지날 때마다 희비(喜悲)가 교차 되는 만감(萬感)의 시간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때로는 실의와 좌절의 환경이 기쁨과 환희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양분으로 작용한다.

하나님께서 인간과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영원을 사모하는 주셨으나 하나님 하시는 일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 하셨다(전 3:11)고 기록하셨다.

종착역을 알 수 없는 인생 여행이다. 인생은 누구나 인생 여정 중에 크고 작은 것들을 분실하는 허망함을 경험한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시련의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수용해야 하는 아픔을 경험한다. 잃어버릴 것과 버려야 할 것이 가득한 인생 등짐이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려도 분실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열차표다. 열차표를 잃어버린 인간은 재물과 명예, 인본주의와 철학, 폭언과 음란, 이단과 우상숭배에 빠지고, 심지어 사탄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생명까지 분실하는 자살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인생은 모두 스스로 종착역에 도착할 수 없다. 종착역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다. 인생 여정 중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애통함의 환경에 처해진다 해도,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될 것이 있다. 천국행 열차표이다.

인생 나그네길 여정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달리는 열차다. 인생의 종착역은 죽음이지만,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섭리 안에서 인생은 모두 죽음의 종착역에서 즉시 새로운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천국행 열차와 지옥행 열차가 서 있는 종착역이다.

지옥행 열차를 잘못 타면 돌아오거나 바꿔 탈 수 없는 영원한 멸망에 처하게 된다. 더군다나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의 견딜 수 없는 형벌을 받아야 하는 참혹한 길이다. 착한 일을 많이 했다고,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변명해도 소용없는, 돌이킬 수 없는 형벌의 불지옥이다.

인생은 모두, 반드시 종착역에서 천국행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천국행 열차표는 ‘그리스도’다. ‘예수’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다.

웨민총회신학장 하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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