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단순히 성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저주 아래 있다 하나님과 영원한 관계를 맺은 자녀로
하나님 사랑하는 참 자유 누리게 하는 복음 힘껏 외쳐야

체리 힐 페리 게이 걸 굿 갓
게이 걸, 굿 갓

재키 힐 페리 | 조계광 역 | 개혁된실천사 | 262쪽 | 15,000원

재키 힐 페리는 작가이다. 자기 이야기를 담아낸 <게이 걸 굿 갓> 외에도 《Bible Study Book: Jude》, 《Teen Girl’s Bible Study Book: Jude》 등을 썼고, 존 파이퍼 목사가 이끄는 사역인 디자이어링 갓(Desiring God), 줄리어스 김 목사가 대표인 복음연합(The Gospel Coalition) 등에도 여러 아티클을 기고했다.

재키 힐 페리는 또한 시인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담은 시를 짓고 노랫말을 붙여 힙합 음악으로 2014년 《The Art of Joy》, 2018년 《Crescendo》 두 장의 앨범을 냈고, 현대 찬송가를 만들고 부르는 게티 부부가 2020년 1월 발매한 음원, 《The Power of the Cross》에 참여하기도 했다.

재키 힐 페리는 아내이자 엄마이다. 프레스톤 페리와 2014년 결혼하여 에덴과 오텀을 낳았다.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은 재키에게 특별한 하나님 은혜의 결실이다. 재키 힐 페리는 그녀가 쓴 책 제목처럼 ‘게이 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것을 자신이 타고난 성품이나 본성이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불우한 환경과 끔찍한 범죄의 결과로 그녀는 ‘게이 걸’로 살게 되었다. 재키는 ‘동성 간 끌림’과 계속해서 싸우고 있으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복음을 깨닫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으며,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오늘날 기독교는 세상이 정의하는 ‘성 정체성’에 맞서, 성경이 말하는 성 정체성을 걸고 싸우고 있다. 세상은 동성애를 순리라고 말하고 합법으로 만들려 애쓰지만, 교회는 그에 맞서 동성애를 역리라 말하고 불법으로 만들기 위해 홀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상은 대중의 생각과 동떨어져 오래된 고전 율법에 매여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교회를 비판하지만, 재키 힐 페리는 대중문화 속에서 힙합 음악으로 진리를 노래하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그녀의 간증을 통해 힘 있게 선포한다.

재키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는 내가 좋아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하는 능력을 의미한다(119쪽)”. 그녀는 오직 동성애만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 간 끌림’에서 해방되어 ‘이성애자’가 되는 것이 복음이라고 왜곡하지 않는다.

복음은 단순히 성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죄와 허물로 죽은 영혼을 살리는 것이다. 하나님과 관계없던 불순종의 자녀, 저주 아래 있던 자가 하나님과 영원한 관계를 맺은 자녀, 은혜 아래 있는 자로 바뀐 것이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 2장에서 말한 것처럼, 자기 육체와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을 자유로 알고 누렸던 죄의 종이 풍성한 하나님의 긍휼로 구원을 받아 선한 일을 위해 새롭게 지어질 때 비로소 영혼은 죄에서 놓여 참된 자유를 누린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체리 힐 페리 게이 걸 굿 갓
▲체리 힐 페리. ⓒ페이스북
3부에서 재키가 동성 간 끌림 문제를 다루면서, 실제적이며 신학적으로 명료하게 다룬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재키 힐 페리가 나눈 구원 간증에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녀가 회심한 후 여성성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여성이 되는 것은 내가 배울 필요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여성은 이미 주어진 나의 정체성이었다. 여성성이 태도만을 포함할 뿐, 몸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몸과 태도 모두를 통해 그리스도를 반영함으로써 그것을 온전하게 발현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154쪽).”

세속 철학은 몸과 정신을 억지로 분리하여, 어떤 몸을 가지고 태어났든지 정신이 남성 혹은 여성이면 그 성 정체성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몸과 태도는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면 이미 여성인 것이다.

동시에 재키는 그녀의 몸과 태도 모두를 통해 그리스도를 반영하여 여성성을 발현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남자나 여자 모두 마찬가지다. 그리스도 안에 새사람이 된 이들은 이제 주를 기쁘시게 하는 태도를 갖추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성별대로 자기 성 역할에 충성한다. 그럴 때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것이다.

로자리아 버터필드는 <뜻밖의 회심>에서 레즈비언 영문학 교수인 그녀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깨닫게 되었는지 설명한다(아바서원, 2018).

그때 버터필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의 다소 과격하고 사랑 없는 접근을 책망하는데, 재키의 책에서도 그런 질책이 발견된다.

동성 간 끌림 문제를 탐욕이나 음욕 등 다른 죄에 대한 욕구보다 더 악하고 더러운 것으로 규정하거나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잘못되었으며, 동시에 죄인을 은혜로 부르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담긴 사랑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진리와 함께하는 사랑을 말하되, 무례하지 않은 사랑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과적으로 진리를 끝까지 거부하는 자에게는 그리스도의 심판을, 진리에 이끌려 하나님께 회개하는 자들에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함이 아닌가.

버터필드와 페리가 회심한 것은 결국 그리스도인의 끈질긴 사랑과 그 안에 귀중하게 담겨 결코 변질되지 않고 신실하게 간직된 진리 때문이었다.

재키 힐 페리는 결혼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은 나의 첫사랑이셨다. 나는 프레스턴과 결혼하기 오래전 에 그분과 결혼했고, 죽음이 내가 사랑을 맹세한 남자와 나를 갈라놓은 후에도 나는 하나님과의 영적인 결혼 관계 안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193쪽)”.

하나님을 사랑하여 영원히 그리스도의 신부로 남을 자가 되는 것, 바로 그것이 복음이 모든 죄인에게 베푼 놀라운 은혜이다. 모든 가이(guy)와 걸(girl)은 게이든 게이가 아니든, '굿 갓'이 필요하다.

세상은 침몰하는 배처럼 말세의 고통하는 때가 지속될수록 자기를 사랑하고 돈과 쾌락을 사랑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교회는 죄에서 자유를 얻어 하나님을 사랑하는 참 자유를 누리게 하는 이 복음을 힘있게 외쳐야 한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재키 힐 페리의 간증은 복음이 갖는 매력과 능력을 아름답게 비추어 독자로 하여금 그 복음 안에서 참 기쁨을 누리고 말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외치고 싶은 강렬한 소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