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공청회
▲낙태죄 개정 공청회 현장.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가 8일 개최됐다. 이날 진술은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연취현 보아스 사회공헌재단 자문변호사,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김혜령 이화여대호크마교양대학 교수, 최안나 산부인과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 순서로 이어졌다.

헌재 결정 취지, 낙태죄 폐지 아냐
정부안, 허용 범위 지나치게 넓어

정현미 원장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입법자에게 입법 개선 의무를 부과해 입법자인 국회는 실체법적 측면에서 결정 취지에 상응한 후속 입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선 입법 방향은 헌재 결정 취지를 준수해야 한다”며 정부안을 중심으로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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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취지 부합 여부에 대해 진술한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정 원장은 “헌재 결정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또한 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임을 분명히 한다”며 “헌재는 현행 낙태 규정의 위헌적 부분을 짚으면서도 임부의 결정권과 태아 생명 보호의 조화로운 입법 방향을 다소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낙태 폐지를 말하고 있지 않다. 헌재 결정으로 당연히 낙태죄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 생존 가능 시점인 22주 내외에 도달 전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 보호의 수단 및 보호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고 했다”며 낙태 입법 형식, 허용 사유, 기한의 절충, 절차 규정이 입법 쟁점임을 상기시켰다.

정 원장은 “현행법과 같이 형법의 ‘금지 규정’과 ‘허용 규정’을 함께 규정하는 것이 규제 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허용 방식 및 기간에 대해서, 해외는 크게 일정한 기간 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기한방식 입법례, 일정 낙태 사유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적응사유방식 입법례, 두 방식을 병행한 사실상 가장 허용적인 혼합방식 입법례로 나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안은 임신 14주까지 기한방식, 24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혼합방식을 취하고 있어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논쟁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14주 이내의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더 확대할 이유가 있나 싶다. 정부안은 사실상 허용 사유 없이 전면 허용하는 안”이라면서도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라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는 부합하다고 했다. 또 “현행법의 우생학적, 유전적 사유에 대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를 헌재가 명시하진 않았지만 정부에서 삭제한 것은 적절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정 원장은 “낙태죄 존치론자이든 폐지론자이든 낙태가 줄어드는 사회가 바람직한 모습이고, 낙태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낙태는 형법으로 처벌한다고 해서 줄어들진 않는다”며 “낙태가 생명 침해라는 것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으므로, 형법에 의한 법치와 함께 생명 보호를 위한 양심의 호소를 강화하고 임신 여성을 심리·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면 더 큰 낙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안, 명확성 원칙 위배와 민법 충돌 등 재고 필요
생명권은 절대 우위… 모성 보호 등 정책 선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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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가 정부안이 옳은지에 대해 진술했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이어 이흥락 변호사는 “임신 14주까지 사유가 없더라도 낙태가 가능하고, 24주까지는 기존 사유를 포함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정부안이 옳은지 검토하겠다”며 “헌재는 사유 없는 낙태의 경우 12주, 일정한 사유 있는 낙태의 22주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넘고 있다. 24주 전인 22주 때부터 이미 태아가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 의학적으로는 분만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24주는 과도하다. 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헌재는 형벌이 있다고 해서 낙태를 하지 않는 건 아니라며, 남자들의 여성 억압과 불법 낙태 양산을 문제 의식으로 삼고, 태아 생명권과 여성 자기 결정권의 조화를 고민했다. 입법론적 측면에서 처벌이 능사가 아님에 공감한다”며 “재판관 4명은 생명권에 절대 우위를 두고 있어서 법익 균형이 파괴된다고 말했는데, 그 발언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고 있다. 생명권은 절대 우위에 두어야 한다. 생명권은 여성의 결정권이 양보해야 할 천부적 권리”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인데, 개정안이 국민 여론과 일치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바른인권여성연합의 여론조사 결과, 90% 이상이 10주 내까지 낙태를 허용하자는 견해가 나왔다. 의료계에서도 임신 10주 이상 낙태를 허용하지 말라고 의견을 내고 있다. 이 견해를 잘 살펴야 하고, 저출산 국가 해결을 위해서라도 생명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변호사는 “정부안은 처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사유는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법안이고 ‘등’은 어디까지 포함되는가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있다. 또 상담을 받았다고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도 재판에서 가려내야 할 문제로 재고를 요한다. 민법에서 상속, 친자, 손해배상 경우에서 태아를 출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형사법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생물학적 부(父)인 남성에게 양육의 책임을 지우는 법,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여성이 부담없이 임신, 출산, 양육할 수 있는 모성보호 정책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경제적, 양육에 대한 부담은 국가와 남성이 함께 지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의료계 현장, 살릴 수 있는 태아 살려야
조해진 의원안, 정부안에 대한 의료계 입장

낙태 공청회
▲의료계 현장 상황을 진술하고 있는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이필량 이사장은 “산부인과 의료계의 현장, 현실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며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대한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사단체 등 4개 단체가 종합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권인숙·이은주·박주민 의원이 낙태죄 폐지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는데,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절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세 의원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여성의결정권, 형법 사문화 등 다양한 이유를 든 반면,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들은 모체와 태아 모두의 안녕을 책임지는 입장이다. 윤리가 있다. 태아의 생명권도 존중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살릴 수 있는 태아는 살린다”며 “낙태를 하려 했는데 태아가 살이 있는 경우는 진료 현장에서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태아의 생명을 홀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21주 490g, 22주 530g으로 태어난 신생아 사진을 보여주면서 “볼펜 사이즈 정도밖에 안 되는 신생아지만, 이 아기들 모두 건강하게 부모의 품에 안겼다. 이러한 일들이 이미 2011, 2013년에 이루어졌고 지금도 있다”며 “산부인과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절충점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사회 경제적 사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고, 임신 주수를 제한하자는 게 저희 목적이다. 태아가 살 수 있다는 의학적 판단은 낙태 결정의 중요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조해진 의원(사유 없음 6주 미만/숙려기간 없음, 사회 경제적 사유 10주 이내/숙려기간 상담 후 7일 이상, 의학적 사유 20주 이내/숙려기간 없음)의 법안과 정부 법안(사유 없음 14주 이내/숙려기간 없음, 사회 경제적 사유 24주 이내/상담 후 24시간 이상, 의학적 사유 24주 이내/숙려기간 없음)을 비교했다.

이 이사장은 조 의원안에 대해 “우리나라 임신 중절 시기는 평균 6.4주인데, 6주 미만의 경우는 현장에서 자궁 외 임신 등 낙태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했고, 정부안에 대해서는 “국내 여성의 낙태 시기가 임신 10주 이내가 90%인데, 임신 10주 이후의 낙태는 기구를 이용한 자궁소파술을 사용해 단기 합병증으로 출혈, 자궁 파열, 복강 내 장기 손상, 감염 등이 장기 합병증으로는 난임, 유산, 조산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안에 대해 “24주에 태어난 신생아는 국내 통계로 생존률이 70~80%에 달하고 있다. 임신 22주도 살아서 태어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의료계는 낙태법 폐지가 태아의 생명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기에 반대한다”며 “임신 주수는 10주 이내로 해야 하고, 의학적 사유 등은 10~22주까지 상담과 숙려 기간을 거쳐 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입장과 관련해 최안나 간사는 “여성에게 책임을 맡기고, 방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여성의 안전을 위해 숙련된 의료진에 의한 낙태만 허용, 불법 낙태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 낙태 강요에 대한 처벌 강화, 출산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 의사의 낙태 진료 선택권 보장 등을 강조했다.

낙태죄 존폐 여부, 법익 기능 볼 때 존속해야
사회·경제적 이유 전면금지 국가 67%(131개)
낙태 허용 OECD 국가 혼외자식률 40% 이상

연취현 변호사는 “형법의 기능을 보통 보호적 기능, 보장적 기능으로 분류하는데, 낙태죄 존폐 여부와 관련해 형법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법익, 사회 윤리적 행위 가치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 질서, 사회 보호적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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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취현 변호사.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이어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사회, 경제적 사유의 낙태에 대해 전면금지하는 국가가 67%(131개국), 허용하는 국가가 32%(62개국)로, 이 중 39개국이 11~12주만 허용, 9개국이 10주 이하만 허용하고 있다”며 “또 많은 분들이 OECD 국가가 낙태법을 폐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혼외자의 비율은 2.2%, OECD는 47.7%다. 흔히 아는 독일, 캐나다 다 40% 이상의 국가에 포함된다. OECD에서 포르노가 합법화된 국가 중 낙태 허용된 나라가 82%, 낙태가 허용된 국가 중 포르노가 합법화된 국가가 93%다. 성적 자유와 연관된 낙태가 만연될 우려, 혼외자들이 무방비 상태로 보호받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유엔에서 낙태죄 폐지를 권고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보면 유엔 인권 A규약인데, 사산률·유아사망률의 감소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의료가 발달되지 않은 나라를 고려해서 조치를 취하란 취지고 낙태란 용어가 전혀 없다”며 “우리나라는 산부인과 접근성이 좋다. 2018년 실태조사를 보면, 낙태 경험 여성의 98%가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연 변호사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즉시 성별과 눈동자 등 신체적 모든 특징이 결정되고, 수정 후 20일이면 심장이 뛰고, 10주면 신경 세포가 발달하고, 11주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이고 얼굴에 표정도 나타난다. 13주엔 소리를 듣고 꿈도 꾸기 시작한다. 태아는 단순한 세포가 아닌 생명을 가진 인간”임을 재차 강조했다.

또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낙태 이유는) 사회생활에 의한 것이 22.4%, 경제가 32.9%, 자녀계획이 31.2%, 배우자와의 관계 불안정이 17.8%, 배우자의 요구가 11.7%, 부모의 요구가 6.5%, 태아 건강 문제가 11.3%, 산모의 건강 문제가 9.1%, 강간의 경우가 0.9%로, 강간 문제 원칙을 확대해서 보호하기보다 예외적 사유로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며 “35주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 사산한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다. 형법에 예외를 배려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도 했다.

헌재, 여성의 결정권 침해 여부 심사했을 뿐
국회, 헌법의 가치 실현에 충실한 입법해야

음선필 교수는 “헌재는 낙태죄 자체 폐지를 요구하지 않았다. 현행 형사법에 있는 조항이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심사했을 뿐이지, 낙태에 대한 처벌 위헌성을 논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법 목적은 정당하고 수단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헌재는 태아 생명 보호와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조화와 균형의 노력을 요구했지, 낙태죄 전면 폐지는 헌재 결정에 반할 뿐만 아니라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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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선필 교수.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음 교수는 “국회는 임신 14주 시기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 14주 시기는 결정 주문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헌법 해석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14주는 안전 낙태가 가능한 하나의 시점의 일례”라며 “이 부분은 의학적 근거와 현행 의료 수준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부인과, 전문가의 견해를 존중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또 “사회·경제 사유 해당 여부를 상담 절차를 거쳤는가로 판단한다고 했는데, 이는 입증 문제를 절차 확인 문제로 바꿔버려, 사실 충족됐는가를 형식적 절차 이행 여부로 바꿨다. 그 결과 상담 기관의 전문성, 중립성, 절차의 신중성, 숙고기간의 충분성에 따라 상담이 자칫 형식화될 수 있는, 이른바 상담 사실 확인서가 낙태 허용서가 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독일 형법은 상담의 내용, 목적, 절차를 법률 차원에서 명시했다”고도 덧붙여 말했다.

아울러 “결론적으로 국회는 헌법에 충실한 입법을 해야 한다. 헌법 가치 실현의 최대한을 입법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며 “또한 국민의 다수 의견을 확인하고 입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태아 생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생명권 침해 예방을 위한 헌법상 의무에 충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김정혜 연구위원, 김혜령 교수가 “출산률, 종교적, 생명권을 들어 낙태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것은 종료된 논리”, “낙태죄는 여성차별”, “윤리 영역을 법으로 강제하면 안 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