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9월 25일 열린 젠더주의기독교대책협의회 출범 기념 학술포럼 ‘젠더주의와 성혁명, 퀴어신학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신학교육 개혁’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곽혜원 박사의 ‘젠더주의의 도전에 봉착한 21세기 한국 기독교의 과제’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젠더주의기독교대책협의회
▲젠더주의기독교대책협의회 출범대회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크투 DB
2.2. 성규범을 해체시키는 성애화 – 사회문화 전체(특히 다음세대)에 타락과 패륜의 확산

젠더주의는 사회문화 전체의 성애화(性愛化, sexualization)를 통해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므로, 성애화는 젠더 주류화와 함께 젠더주의의 핵심 전략에 속한다고 필자는 진단한다.

젠더주의가 강행하는 패륜적 성혁명의 핵심은 바로 성규범의 해체이며, 그로 인한 악영향은 사회문화 전체의 성애화를 통한 타락과 패륜의 확산이다.

성혁명이 한창 진행중인 서구 세계에서는 성규범이 와해되고 도덕적·윤리적 기준의 해체가 강요됨으로써 음란의 규범이 형법을 통해 강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포르노에 대한 규제 완화로 인해 ‘새로운 글로벌 재앙’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포르노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고 영적·육체적·사회적 차원에서 매우 심각하고 지속적인 해악을 끼침으로써, 이를 통한 이 세상의 음란화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재앙과도 같은 파괴적 결과를 초래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패륜적 성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국가들에서는 성(性)과 관련된 강고한 규범들이 급속도로 풀려 사람들이 점점 더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동성애가 또 하나의 묵인된 성문화, 또 다른 인류의 대체적 쾌락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동성혼은 단지 시작일 뿐이고, 명백히 성혁명의 끝자락은 폴리 아모리로 귀결될 거라는 것이 필자의 예단이다. 성도덕 및 성규범 와해는 문화가 부패한다는 징후인데, 이것은 개인에게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혼 급증으로 인한 가족 공동체의 붕괴, 광범위한 정신·심리적 장애의 만연, 사라져 가는 질병이었던 성병의 전염병적 유행, 엄청난 수효의 태아 살해 등은 사회가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매독이나 임질처럼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던 성병이 귀환하고, 새로운 유형의 성병이 전염병 수준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치명적인 것은 클라미디아, 트리코모나스, 그리고 자궁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험성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900만 건에 달하는 새로운 성병들이 발생하는데, 감염자 중 절반이 15-24세 젊은이인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성적으로 왕성한 청소년들이 가장 위험한 집단인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10대 소녀 중 25%가 성병을 앓고 있으며, 매년 2만 4천 명의 여성이 성병으로 인해 불임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가브리엘레 쿠비는 성애화가 매독과 임질 발병률을 다시 높였으며, 많은 젊은 여성들을 영구적 불임으로 만드는 성병의 폭발적 확산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특히 젠더주의가 야기하는 가장 심대한 악영향은 아동 및 청소년이 성애화로 말미암아 크나큰 해를 입는 일이다. 앞서 소개한 젠더주의의 핵심 전략인 젠더 주류화의 패키지, 즉 남녀의 완전한 평등(동등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정체성의 해체, 이성애적 성규범에 대한 투쟁, 생식권리로 포장된 ‘인권’으로서의 낙태, 성교육을 통한 아동과 청소년의 성애화 등에는 필수 교과목으로서의 성교육이 포함돼 있는데, 이 성교육은 거의 포르노 수준의 왜곡된 교육이다.

잘못된 성교육 사례를 보면,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성교육은 초기엔 단순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수치심과 도덕성, 양심의 가책을 말살시켜 버리는 방향의 주입식 세뇌교육이 실행되고 있다.

본래 독일 공교육에서 시행되는 성교육은 68혁명의 산물이며, 주 목적은 기독교적 가치 파괴를 통한 성 해방이었다.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저항, 특히 교회들의 저항이 예상됐지만 사실상 침묵하거나 방관함으로써, 68혁명 세력에 의해 성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체계의 전복이 가속화되었다.

결국 기독교적 성도덕의 포기가 오늘날 젠더주의가 강행하는 패륜적 성혁명과 성도덕 붕괴를 자초한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서구 세계 성애화(sexualization)의 물꼬를 튼 장본인이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S. Freud)의 제자 빌헬름 라이히(W. Reich)가 성도덕 붕괴에 끼친 폐해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라이히는 6천년 동안의 성적 억압이 전 세계적으로 인류를 병들게 했다고 확신하면서, 아무런 제약 없이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인생의 모든 재앙은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확신 속에서 그는 서두에서 논했듯 일부일처제 결혼과 자녀양육의 도구로서의 전통적 가족을 해체시키는 데 강조점을 두었는데, 특히 성애화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가족제도를 폐지하고자 했다.

그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 단절을 통한 결혼과 가족의 파괴, 나아가 사회문화의 성애화를 통해 교회와 국가의 말살을 획책했던 성 혁명가였다.

라이히는 무엇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성애화 전략의 희생양으로 삼았는데, 성적으로 왕성한 청소년에게 사춘기부터 성행위를 시작하라고 권장하면서 자위를 금욕의 해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찬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빌헬름 라이히를 필두로 젠더주의 추진 세력들은 성애화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성애화가 모든 유의미한 관계들(인간과 하나님, 인간과 교회, 인간과 전통, 인간과 부모, 인간과 교사 등)을 파괴시키기 위한 가장 막강한 수단이자 사회 전체의 구조적 질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다음 세대를 성에 탐닉하고 쾌락에 함몰된 존재로 만드는 성애화가 동력을 얻게 되면, 나머지 목표들(교회 말살 및 기독교 해체, 사회 교란 및 국가 전복)은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히에게 있어 문화를 완전히 성애화한다는 것은 교회와 국가의 멸절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것이 그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현재 시행되는 국가 주도(학교 공교육 주도)의 잘못된 성교육을 통해 사회의 건전한 가치체계를 제거하는 것은, 인류의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고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인류 역사의 심판을 받을 중범죄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계속>

젠더주의기독교대책협의회
▲곽혜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곽혜원 박사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한세대와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튀빙엔(Tübingen) 대학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Dr. theol.)를 받았다. 현재 21세기 교회와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연구공동체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Das Todesverständnis der koreanischen Kultur(한국문화의 죽음이해), 『현대세계의 위기와 하나님의 나라』, 『삼위일체론 전통과 실천적 삶』(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자살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저작), 『제2종교개혁이 필요한 한국교회』(공저),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공저), 『죽음 목회』(공저), 『과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공저), 『우리는 죽음을 왜 두려워하는가』(공저)가 있다.

역서로는 위르겐 몰트만(J. Moltmann)의 『절망의 끝에 숨어있는 새로운 시작』, 『세계 속에 있는 하나님』, 『하나님의 이름은 정의이다』, 『희망의 윤리』를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