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에 관하여
염려에 관하여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272쪽 | 15,000원

인생은 염려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육체를 가진 인간은 육체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본성이니 그것을 위해 살아갈 때 인간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으로 행동합니다.

인생의 행복은 소유와 소비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이 육체를 위해 살아갈 때, 그것은 그의 인생의 목적이 되어 이 땅에서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합니다. 마치 이 땅이 무한하고 저 세상이 없는 듯 여기서 모든 쾌락을 자석처럼 빨아들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하게 말하길, 이것은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오지 않은 세상의 권세와 악한 영의 지배를 받는 질서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우주적인 죄의 세력은 절대적으로 무너지고 제거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잔존하는 죄의 세력은 남아 있어서, 궁극적인 종말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 땅을 두루 다니며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사탄의 통치 아래에서 살게 합니다.

게할더스 보스는 종말론에서 궁극적으로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가 주님의 초림으로 이 땅에 이미 임했다는 것을 성경신학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것을 이어받은 존 머레이는 그의 성화론에서 성도는 점진적 성화의 길을 걸어가면서, 피를 흘리며 힘겹게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도가 중생할 때 결정적으로 성화되어 우주적인 죄의 세력이 제거되기에 승리의 확신으로 성화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이고 미래적인 차원과 성화의 현재적이고 점진적인 차원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물들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을 긍휼히 여기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성품이 향기롭게 날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학자이지만 목회자로서 불에 그슬린 나무처럼 인생을 안타깝게 여기며 눈물 흘리는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은 합당한 염려로 살아가기보다, 부당한 염려로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신자라도 어긋난 관계와 잘못된 목적 때문에 부당한 염려로 인생을 얼마나 허비하고 살아가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필자의 경우도 나의 욕심과 이기심과 마음의 부족함으로 얼마나 시간을 헛되이 보냈는지 후회가 많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님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보면 무의미한 것인데 나의 좁은 생각으로 얼마나 후회한 적이 많았는지요….

필자는 이 책을 두 번 읽었습니다. 자를 갖고 샤프로 줄을 그으며 읽었고 두 번째는 형광펜을 들고 다시 덧칠하며 읽었습니다.

내면으로 이 책을 끌어안는 심정으로 읽어나갔습니다. 나라는 인생이 실력이 없기에 나의 무능함으로 모든 관계가 틀어지고 도망칠 때가 있었습니다.

나의 무지함으로 기차 레일에서 탈선하고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는 것 같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염려하고 근심하고 초라해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목회자로서 현재 눈에 드러나는 열매가 없어서 자신감도 약해지고 고개가 푹 숙여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럼에도 한 성도를 존귀하고 엄숙한 존재로 인정해 주십니다. 그분의 인정이 얼마나 힘과 위로가 되는지, 어떤 시련이 와도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운명이라는 파도가 덮쳐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믿음과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망망한 바다 위에 인생이라는 배에 돛대를 달아줍니다. 세상의 인정은 가변적이지만 하나님의 인정은 절대적이니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됩니다.

염려에 관하여
ⓒOasis of Peace
성도의 행복은 이 땅에서의 아파트와 자동차 등 육체적인 것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성도의 행복은 하나님과의 동행으로 결정됩니다.

육체의 소욕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어지며, 누군가 빼앗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소욕이라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사귐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고 침범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과의 교제는 영원한 상급이요 이것을 위해 사는 자에게는 또 다른 보상도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와 동행을 행복으로 여기는 자는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하여 살게 되어 있습니다. 성도의 내면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진 만큼, 세상에 하나님 나라와 의가 이루어지길 갈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추구하는 것은 그의 인생 목적이고 비전이고 그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세상 나라와 질적으로 다른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우리는 예수님의 생애와 사역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그렇고 사도들도 역시 선포했던 것은 하나님 나라입니다. 우상숭배가 가득하고 눈물과 한숨과 자본이 신이 된 세상 나라를 보며 예수님과 사도들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고, 줄기차게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그 지속적인 말씀 사역으로 영혼이 변하고 지역이 변하고 사회가 개혁되고, 시대가 변혁되는 놀라운 역사가 나타났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힘이 있어 세력을 얻는 위대한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성도는 바로 이러한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상 나라의 질서와 가치에 현혹되어 우리의 인생을 낭비하고 거대한 세력 앞에 주저앉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보며 의기소침해지고 염려를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세상의 염려는 뼈를 상하게 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염려는 기도하게 하는데 전자의 염려가 있어 근심만 하지 생명력이 없는 기도를 하고 염려에 염려를 더할 뿐입니다.

성도는 세상의 염려가 없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이겨내고 하나님의 염려를 하는 자이고 깊은 기도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사는 자입니다.

우리의 존재는 세상의 걱정으로 살아가는 자가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를 꿈꾸고 이 사회가 하나님의 질서로 변화되고 하나님의 목적대로 돌아오도록 하는 축복의 통로가 우리입니다.

인생의 염려가 없는 자 어디 있겠냐마는, 우리가 누구이고 하나님이 누구신지 안다면 우리는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염려하지 말라고 끝내지 않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을 갈라지게 하는 많은 염려들이 한 순간에 해결되지는 않지만, 마음이 평안해지고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에게 주신 인생, 내가 존재하니 살아가게 하는 힘이 생기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이 굳세어집니다. 인생을 살피시고 나를 보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생깁니다. 그 아버지 하나님이 얼마나 감사한지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엄숙한지요. 하나님의 구원이 평범해지고 십자가 사랑의 감격이 무뎌지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이고 죄입니다.

그러나 우리 존재도 별거 아닌 것처럼 여겨져 패잔병처럼 사는 것도 그에 버금가는 죄와 문제입니다. 이 둘은 연결되어 있으니, 하나님의 마음을 속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걱정과 근심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더 염려가 심해지는 시대, 이 책은 인생을 돌보시는 하나님을 믿게 해 줄 것입니다. 염려하는 인생이 의미있는 인생으로 변화되길 소망합니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