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만나거든
시험을 만나거든

박대영 | 두란노 | 392쪽 | 20,000원

야고보서는 지혜서다. 단지 의신칭의에 대적하는 율법을 강조한 유대적 그리스도인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은 대체로 야고보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시대적 상황이 야고보서를 곱게 보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야고보서는 그렇게 만만하게 볼 책은 결코 아니다. 철저히 교회론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할 보물과 같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야고보서를 ‘광야를 걷는 신앙(18쪽)’으로 읽어야 한다고 넌지시 귀띔한다. 광야에는 신비가 있고, 안내와 오래참음이 필요하고, 혼돈을 끌어안는 믿음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이 아들 예수님을 그 조건 속으로 보내어 친히 자신이 원하는 인간상과 공동체(하나님의 나라)상을 보여 주셨듯이, 이제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역시 광야 같은 현실 속에서 자기 변명과 자기 정당화를 버리고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을 이루며 사는 것이 야고보서가 말하는 신앙이다(19쪽).”

그렇다! 광야는 모든 변명을 버리고 존재론적으로 하나님을 직면하는 곳이다. 저자는 통찰력 있게 야고보서의 가장 큰 주제를 ‘광야에서 만나는 시험(29쪽)’으로 상정한다. 이것은 대단히 옳은 것이며, 광야와 지혜는 불가분의 관계다. 저자가 제시하는 광야의 지혜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수신자들은 흩어져 있고, 광야에 있다(1:1). 야고보는 그들에게 시험을 만나거든 기쁘게 여기라고 조언한다(1:2下). 시험을 대할 때 첫 번째 자세는 ‘기쁨(40쪽)’이다. 기쁨은 감정이 아닌 ‘존재(40쪽)’이며, ‘사유의 결과’(41쪽)이다.

happy 행복 기쁨
▲ⓒPixabay
기쁨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묵상함으로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기쁨은 다시 인내로 나아간다. 인내는 검증의 과정이다. 야고보는 지혜가 부족하다면 기꺼이 하나님께 구하라고 조언한다(1:5). 도대체 그 지혜가 무엇이기에 구해야 하는가?

“무엇이 지혜인가? ‘지혜’는 온전한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 그래서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지혜롭게 행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분의 때를 기다리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한다는 의미이다. 지혜를 구하는 기도는 곧 하나님의 지혜가 자기 자신을 완전히 맡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52쪽).”

놀라운 통찰이 아닌가. 저자는 정확하게 야고보가 말하는 지혜를 조명한다. 지혜를 구하는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전적 신뢰의 고백인 것이다. 신뢰하기에 기다릴 수 있으며, 기다림은 믿음의 발현이다. 믿는 자는 기다린다.

이제 두 번째 지혜로 넘어간다. 시험을 대하는 자세 또는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예리하고 섬세한 성경 주석가답게, 저자는 헬라어 원어가 가진 본의적 의미를 관통하며 지혜를 설명한다.

시험을 견딘 또는 검증의 방법은 다른 아닌 ‘사랑(80쪽)’이다. 소유는 곧 ‘충성(81쪽)’의 문제로 확장된다. 사탄의 시험은 명백하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깨뜨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의심하게 하고, 결국 하나님으로부터 떠나서 자기 눈에 옳은 대로 살게 하려는데(84쪽)’ 목적이 있다.

시험을 견딘다는 말은 곧 하나님께 충성한다는 말이며, 그 말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세 번째 시험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랑’으로 나아간다.

사랑은 차별을 대적한다. 차별은 사랑이 아니다. 야고보는 차별 없는 사랑을 ‘최고의 법(2:8)’으로 상정한다. 저자는 야고보가 의도한 율법관을 정확하게 통찰하여 차별 없는 사랑이야 말로 세상에 대한 ‘대항 문화적 성격을 띤 하나님 나라 복음(168쪽)’으로 정의한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실천적이다. 그렇기에 믿음과 행함을 분리할 수 없고, 분리되지 못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 주해와 설교의 간극을 이어주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충실해 감당할 뿐 아니라, 야고보서가 의도한 본연의 소리에 천착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야고보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한 권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특혜다.

4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이 버거우리라 생각했지만, 읽기 시작하면 넘기기 싫을 만큼 아깝다. 문단과 행간을 이어가는 사색적 문장이 야고보의 신앙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다.

정현욱
▲정현욱 목사.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