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소녀 꽃밭 선물 자연 잔디 여름 햇볕 행복 초원 아이 사랑
▲ⓒ픽사베이
삶의 권태에 대해 어느 작가는 “… 날씨가 추우면 옷이 조금 두꺼워지고, 날씨가 풀리면 조금씩 얇아지는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어요. 아마도 퇴근길에 달이 떴던 날이 없지 않았을텐데 보이지 않고, 별이 떠 있던 사실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심하게는 매일 은행나무 밑을 지나면서 그 잎이 파랬는지 노랬는지 감지하지 못하게 돼요”라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도 ‘권태기’란 게 있습니다. 그 사람의 모습이 어떤지,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무심코 지나가는 거리의 사물처럼 마음 한 줌도 내놓지 않고 흘려볼 때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바라보는 사물들이 우리의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을 서정(抒情)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만나는 것들에 대한 ‘감탄’ 혹은 ‘놀라움’입니다. 시인들은 이런 서정(抒情)이 찾아들어 시를 씁니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서정이 사라지면, 우리의 삶은 딱딱하게 말라버려 어떤 생명도 자랄 수 없습니다. 청년들을 볼 때 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은 단지 그들이 젊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얼굴에 내가 잃어버린 소소한 것들에 대한 기쁨과 놀라움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줌마들이 아저씨들보다 오래 사는 이유가 ‘아아~’ 라는 감탄사를 입에 달고 다니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신앙도 권태에 빠지면 ‘기쁨’과 ‘경이로움’을 잃어버립니다. 한 줌의 영혼도 없이 기도하고, 무심히 예배합니다. 미동도 없이 내 곁의 형제자매를 바라봅니다.

우리의 신앙에도 서정(抒情)이 되살아나서, 하나님의 기운이 우리의 마음을 살짝만 건드려도 황홀한 감격을 누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신앙이란 우리에게 소소한 기쁨과 감탄이 회복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성 프란체스코가 노래했던 ‘찬송가 69장’에는 ‘바람, 구름, 물, 땅, 해, 꽃, 열매, 불, 사람’ 이 모든 것들이 목청껏 ‘할렐루야’를 외치는 찬양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따뜻한 서정으로 겨울 채비를 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서중한
▲서중한 목사.
서중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다빈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