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은 덮을 일이 아니라 약과 함께
주위의 관심과 사랑,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상도 아니고, 위험하고 힘든 병이지만
사람들이 욕하고 비판하지, 이해 못해요

에스더 미제이
▲가수 에스더(코로나 사태 이전 사진). ⓒ크리스천투데이 DB

얼마 전 한 유명 개그우먼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슬픔에 젖었다. 화려한 조명 뒤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처럼, 연예계의 자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10만 명당 24.6명, 하루 평균 38명(2019년 기준)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과 깊은 연관이 있는 우울증도 10년 새 2배 증가했다.

가수 에스더는 “정신질환은 덮을 일이 아니라, 약도 필요하고 주위의 관심과 사랑,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에 시달려 수 차례 자살 기도를 했던 그녀는, 이제 그와 같은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이번 인터뷰에서는 지금도 호르몬 등으로 인해 약을 먹고 있지만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상처 입은 치유자’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 그녀를 만나본다.

-약을 먹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호르몬이 무너지고 깨진 상태지만, 약을 안 먹어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 앞에서 감정 조절을 못하는 저를 보고, 진단을 받고 아이 때문에 먹기로 결심했어요. 기질 자체가 원래 조울증이 있고 다혈질적인 사람이라고 진단받았어요.

조울증을 안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평생 이걸 앓고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기도하니 마음의 분노가 사라지고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것으로 인해 오히려 저의 약함을 고백하게 되었어요. 제가 청개구리 심보가 심한데, 결국 하나님께서 망나니 같은 저를 순한 말로 훈련시키는 과정임을 깨달았어요.”

-자살을 고민할 만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어떻게 돌이킬 수 있을까요.

“그때는 어떤 말도 상처예요. 특히 죽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 내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보통 이것을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타고난 것도 있고 호르몬 문제도 있어요. 마음가짐을 고친다고 이길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호르몬 치유도 필요하고, 약이 필요하고, 주위의 관심과 사랑과 이해가 필요해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정상이라고 보면 안 되는데, 위험하고 힘든 병인데도 사람들이 욕하고 비판만 하지 이해를 못해요. 예를 들어 세로토닌 호르몬의 기능이 망가졌으면 그걸 심각하게 봐야 되는데, 그런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제 신랑도 그런 부분에서 이해하지 못했고 갈등이 있었는데, 병원을 다니고 상담 다니면서 저를 이해하게 됐어요.

제일 중요한 게 환자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병원을 안 가려 해요. 저도 평생을 앓아왔지만, 병원을 가기 시작한 지 몇 년 안 됐어요. 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싶지 않거든요. ‘내가 왜? 난 괜찮아’라고. 저도 그랬지만, 아이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깨지게 됐죠. 쉬쉬하고 덮을 일이 아니라 잘 알려지면 좋겠어요.

또 환자들이 약에 대한 불신도 큰데, 약의 부작용이 없을 순 없어요. 암도, 항암치료도 똑같아요. 부작용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먹어야 그래도 나아지니 먹거든요. 부작용이 있어도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항암치료를 받듯, 정신적인 약도 의사가 처방해 준대로 먹어야 돼요. 약을 정해준 것 이상 먹거나 술을 마시면 최악이에요.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극단적인 실수를 하게 될 수도 있고요. 저도 필름이 끊긴 적이 있는데, 정신 차리고 나면 무서워요. 본인 스스로도 깨고 나면 무서워요. 처방한 대로 먹어야 돼요.

에스더
▲가수 에스더. ⓒ김신의 기자

그리고 자살을 하기 전에 의미심장한 표현들을 해요. 그때 부정적 시선으로 보기보다,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주시면 좋겠어요. 결론을 주기보다,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좋겠어요.

특히 신앙을 가진 분이 이 병을 가질 때 더 힘드실 거예요. 왜냐면 정죄감 때문이에요. ‘내가 매일 말씀을 보는데 왜 안 되지?’ 이런 생각이 저로 하여금 더 하나님과 멀어지게 했어요. 저 같은 경우 가족조차 저를 이해를 못해 줘서 방송에 나가서 얘기해 버렸어요.

환자들에게 힘든 시기가 환절기, 겨울이에요. 저도 지금 좋은 상태가 아닌데, 매일 하나님을 붙들고 버티고 있어요. 항상 행복하고 기쁘고 그런 건 초보 신앙이었던 것 같고, 신앙이 자라면 자랄수록 고난 속에서 믿음을 지키고 버티고,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신뢰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런 단계를 지금 지나고 있어요.”

-혹시 앨범 발매 계획도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앨범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계시잖아요. 제가 먼저 그런 시간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2년 전에 위로가 됐던 CCM이 있어요. ‘옆에 있을게’라는 곡인데, 가요로 낼 수 있느냐고 2년 전에 작업을 해서 녹음을 했는데, 계속 무기력하고 힘들고 하다 미뤄졌죠. 이제야 뮤직비디오를 찍고 앨범을 내려 준비 중에 있어요. ‘하나님께서 이 시기에 앨범을 내게 하시려 이런 시간을 보냈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 인생을 제가 보면 버려진 것 같아도 하나님께서 제 인생을 다 보고 계시고 계획하고 계신다는 믿음도 생기고, 이제는 예전처럼 사역을 크게 하지 않는다고 해도 삶에서 아이를 키우고 만나는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의 비전을 이야기해 주신다면.

“미제이(기독 연예인 모임) 때는 제가 한 것도 아닌데 제 ‘의’가 있었고 자랑이 있었는데, 이제는 제가 그곳의 리더였던 것이 믿기지 않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울타리 안에서 사역했던 것이 정말 귀한 은혜였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 안에 또 다른 비전이 들어왔어요.

누가 에이즈보다 위험한 병, 정신적인 병이 온다고 했는데, 예전에 미제이를 만들어서 연예계에 있는 친구들을 전도했듯이, 하나님께서 제 연약함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친구들의 아픔을 알게 해 주셨어요. 아프니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는 것, 그들을 주님 품으로 전도하는 것이 새로운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태어난 것 같아요. 상처 입은 치유자. 그 말이 제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었거든요. 전에는 연예계의 상처인 노예계약이었는데, 이번엔 정신질환이구나. 지금은 그걸 받아들이고, 또 하나님께서 주위에 그런 사람들을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과정 속에 사탄의 공격도 많고, 사람으로 오는 공격도 많아요. 그럴 땐 확 엘리야처럼 무너졌다가, 다시 힘을 얻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사탄이 잘하는 게, 늑대인데 양의 탈을 쓰는 거잖아요. 예전에 미제이할 때 세상에 나아가서 하나님을 전할 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전도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집 아니면 클럽, 놀다가 만난 사람들이었어요. 기독교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정죄하고 판단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제게 주신 색대로 세상 가운데 하나님 전하는, 늑대의 탈을 쓴 양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