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학교, 성 정체성 교육 문제 도전
성경적 교육 프로그램 권리 주장하되
우리와 다른 이들의 권리도 보호해야

기독교학술원
▲리처드 마우 교수가 영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유튜브
11월 26일 오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열린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주최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 서거 100주년 기념 학술포럼’에서는 미국 풀러신학교 전 총장 리처드 마우 교수(Richard J. Mouw)가 카이퍼의 사상을 기독교 교육 관점으로 발표했다.

<아브라함 카이퍼(SFC)>를 저술하기도 했던 리처드 마우 교수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 현대 기독교 교육과의 관계성’ 발표에서 “카이퍼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넘어 19세기 네덜란드 문화의 다양한 영역 속에서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리처드 마우 교수는 “이 모든 활동의 신학적 동기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여러 영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는 확신과, 주님께서 문화적 발전을 통해 각각 고유한 역할과 권위적 패턴을 소유한 다양한 삶의 영역들이 만들어지도록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믿음에 의한 것이었다”며 “이러한 관점은 창세기에 대한 해석을 토대로 한다. 카이퍼를 따르는 자들은 하나님이 천지창조 후 주신 이 사명을 ‘문화명령’이라 불렀다”고 설명했다.

마우 교수는 “영역주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타협할 수 없는 것은, 교회가 후원하는 교육기관에는 기독교 경계 안에 ‘포함될 수 없는’ 목표와 절차 그리고, 연구 범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며 “교회와 학교는 각자 적절한 방법을 통해 그리스도의 왕국을 나타내고, 교회와 학교는 보다 큰 영역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나가야 한다. 기독교 교육기관은 특정 교회나 기관에 속할 수 있으나, 국가와 학계 같은 다른 영역과도 책임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카이퍼는 암스테르담에 세운 대학을 ‘자유대학교’라고 명명했다. 이는 국가와 교회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동시에, 기독교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공유하는 개혁주의 기독교인들의 책임감 있는 자발적 연합을 추구하고자 함이었다”며 “카이퍼는 교육을 창조적 영역으로 보지 않았고, 다른 영역을 유지하는 역할로서의 교육을 강조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자녀 교육을 가족 영역에 기반을 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리처드 마우 교수는 “카이퍼는 학교가 국가나 교회의 통제를 받는 기관이 아님을 주장했으나, 교회의 ‘통제’로부터 대학을 보호하기 위해 교회와 어떠한 긍정적인 관계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은 아니었다”며 “영역주권이 요구하는 것은 각 영역이 지닌 고유한 기능, 규범, 권위적 패턴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 교수는 “오늘날 다양한 문화 속에서 기독교 고등교육 기관이 직면한 도전은 성 정체성 문제다. 복음주의 학교는 교수들이 성에 대한 전통적 견해를 포함해, 그들이 추구하는 성경적 표준에 동의하고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채용 방식은 오늘날 ‘차별’로 간주되고 있다”며 “사회적 기준을 따라 학교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을 거스르는 행위이자 종교의 자유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요구는 재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연방정부의 기금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대다수 복음주의 대학은 학비의 절반 이상을 연방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되면연방정부의 지원금을 더는 받을 수 없고, 이로 인해 많은 복음주의 학교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북미 복음주의 신학교들의 연합체인 기독교 대학협의회(CCCU)는 ‘모두를 위한 공정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위한 이 접근은 오늘날 ‘원리적 다원주의’라 부르는 카이퍼의 견해를 담고 있다”며 “각 기관들이 신념에 따라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본다.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께서 믿음과 선함에 대한 성경적 기준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원하신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리처드 마우 교수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주장하는 권리가, 우리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의 권리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LGBTQ가 주택 공급, 공공기관 취업, 의료 혜택 등 더 넓은 사회 속에서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면에서 이는 정치가 ‘절충의 미학’이라는 오랜 공식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우 교수는 “이는 법률 제정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저는 죄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을 불법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 정의에 대한 문제”라며 “다양한 세계관과 도덕적 시스템이 경쟁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크리스천들은 신앙을 따라 살 권리를 확신함과 동시에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는 우리의 입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두를 위한 자유를 옹호함으로써,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그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를 얻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또 “카이퍼는 과거 칼빈주의자들의 종교적 편협함을 가슴 아파했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를 부인하는 것만이 칼빈주의적 관점이 아니다”며 “카이퍼는 ‘칼빈주의의 근본적 특징은 과거로부터 내려온 것에서가 아니라, 칼빈주의가 새롭게 창조한 것들로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의 방향성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일관된 방어이다. 국가가 양심의 자유를 보존하는 가장 일관된 방법은 학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순수한 기독교 연합 구축을 격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카이퍼는 그가 자유대학교를 설립할 때 담대히 선언했던 것처럼, 다양한 문화 영역에 대한 사명을 가져달라”며 “카이퍼는 하나님의 통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을 촉구했다. 일반 은총에 대해 학계에서만 나눌 것이 아니라,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과도 나누며 배우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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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영역주권 사상의 교회와 국가 관계 관점
삶의 현장 속 그리스도의 주권 드러내야
교회, 국가 영역과 권위 정당하게 존중을

앞서 박태현 교수(총신대)는 ‘카이퍼의 영역주권 사상, 그 현대적 의의: 교회와 국가 관계’를 제목으로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발표했다.

카이퍼의 중심 사상인 영역주권 사상을 천명한 자유대학교 연설문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다함)>을 번역·해설한 그는 카이퍼의 영역주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한국교회와 국가에 대한 시사점을 발표했다.

박태현 교수는 먼저 “카이퍼의 영역주권은 개혁파 원리에 바탕을 둔 기독교 세계관으로서, 일종의 문화변혁과 문화혁명 운동이었다”며 “21세기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로 기존 전통과 권위를 부정하는 시대정신 가운데, 한국교회는 세상과 교회를 통치하시는 그리스도의 주권을 다시금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 속에서, 자신의 직업 가운데 그리스도의 주권을 드러내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기독교 복음은 결코 경건의 골방에 갇힐 수 없고, 개인의 구원에만 한정된 구원의 사사화에 만족할 수 없으며, 교회당 울타리에 갇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국가와 정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자세 정립이 필요하다. 교회는 먼저 국가에 대해, 사회의 유기적 영역들의 보존과 조화를 위해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기계적 성격을 지닌 영역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 다음 국가는 자율적으로 권위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인 사람이 법률에 의해 그 주권을 발휘하므로, 교회는 국가 운영의 주체인 사람을 기독교적 세계관과 영역주권 개념을 갖도록 교육하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셋째로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 때문에 국가와 정부를 제정하셨음을 기억하고, 시민적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의 영역과 권위를 정당하게 존중해야 한다”며 “국가 역시 교회처럼 하나님의 권위를 위임받아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하지만 만일 국가 주권의 오만함이 헌법과 법률에 거슬러 시민들의 양심과 신앙의 영역을 침해한다면, 교회는 단호히 자유를 위한 투쟁을 경주해야 한다”며 “자유를 위한 투쟁은 각 영역 사람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한편 국가는 자신의 주권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기억하고, 하나님께 대한 소명으로서 사회적 영역들의 고유한 영역주권을 존중하며, 각 영역들의 경계를 조정하고 원만하게 작동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넷째로 “한국교회는 교회에 대한 국가의 불법적 위력과 침해에 마땅히 저항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도덕성 상실로 인해 불의한 국가 주권에 대해 저항력을 상실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회개해야 한다”며 “한 예로 교회 내 분쟁 발생시 국가의 판단을 받기 위해 법정에 호소하는 일은 교회 자체의 영적 능력을 상실한 반증이다(고전 6:1-7)”고 꼬집었다.

끝으로 “교회와 국가는 모두 각기 서로의 권위를 존중하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맡은 바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이 기독교 신앙과 삶을 파괴하려 도전하는 이때, 한국교회는 만유를 창조하시고 은혜로운 섭리 가운데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의 절대 주권을 바라보고, 오늘 우리가 선 자리에서 가정과 학교와 직장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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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영역주권 사상의 사회윤리적 함의
정치 영역에도 하나님나라 노력을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최용준 교수(한동대)는 ‘한국 사회에서 카이퍼의 영역주권 사상의 사회윤리적 함의’에 대해 “첫째로 한국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이원론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네덜란드의 기독 정치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 정치 영역에도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교육 부문에서 네덜란드만큼 기독 학교들이 전액 지원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을 받아도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국 교육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사교육으로,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창의적 인재 배출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의 신실한 가정들에는 가정교육이 살아 있다. 교회, 학교 및 가정이 하나 되어 자녀들 교육을 책임진다”며 “우리는 많은 부모들이 교육을 학교와 학원에 맡기고 신앙은 교회에 의존하는데, 오히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올바른 신앙교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로 인한 여러 가지 폐단을 극복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상호 이익을 위해 각자 영역을 넘어 타협함으로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는데,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라며 “카이퍼 서거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이러한 교훈들을 새롭게 적용해, 앞으로 카이퍼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철호 교수(장신대), 이상원 교수(총신대), 김도일 교수(장신대)가 각각 논평했으며,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설교했다. 개회사와 주제강연은 김영한 박사, 인사말은 이재훈 목사가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