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키, 고대 블레셋 도시 가드 관문 벽 폭과 일치
도시 방벽 크기와 강도만큼 강력한 전사 상징한다고

다윗과 골리앗
▲다윗의 물맷돌에 쓰러지는 골리앗에 대한 그림. ⓒ크투 DB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거인 골리앗이 실제로는 몸집이 거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고학자인 미국 브리검영대학 제프리 채드윅 교수(Jeffrey R. Chadwick) 연구진은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 동방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블레셋 전사 골리앗의 키는 구약성서에 2.38m(여섯 규빗 한 뼘, 삼상 17:4)로 나오는데, 이는 지난해 발굴한 고대 블레셋의 도시 가드(Gath)의 관문 벽 폭과 일치한다”라고 밝혔다.

언론들에 따르면, 채드윅 교수는 “구약에 나오는 골리앗에 대한 묘사는 그의 키가 실제로 오늘날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보다 크다는 것보다, 도시 방벽의 크기와 강도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전사였음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그동안 다윗과 골리앗이 당시 실제 전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인지 논란을 이어왔다.

가드 유적은 오늘날 이스라엘의 텔 에스-사피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스라엘 바-일란 대학 아렌 마에이르 교수 연구진은 1996년부터 이 지역을 탐사했고, 이번에 채드윅 교수와 함께 가드로 들어가는 문을 발굴했다.

이곳에서는 골리앗과 연관되는 이름 두 개가 새겨진 도기 파편도 발견됐으며, 도시가 2,850년 전 침략군에 파괴됐음을 보여주는 유물들도 나왔다.

채드윅 교수는 다른 연구진들이 발굴한 가드와 고대 이스라엘, 유대와 블레셋 왕국의 도시 건물들이 세 가지 길이 기준(큐빗)에 바탕을 두고 건설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척도에는 오늘날 54cm에 해당하는 큐빗(이집트의 52.5cm 큐빗과 다른 단위), 그보다 짧은 38cm 큐빗, 그리고 성인의 펼친 손 길이에 해당하는 22cm다.

채드윅 교수는 고대 유적지의 석조물이 이 세 가지 척도를 다양하게 조합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북부 거주지 에트-텔 정문의 두 기둥이 각각 폭 2.7m인데, 이는 54cm 큐빗의 5배에 해당한다.

또 도시 정문의 안쪽 기둥 네 개는 각각 폭이 2.38m인데, 이는 54cm 큐빗의 4배와 22cm 하나를 합친 길이라는 것. 에트-텔 발굴지는 성서에 나오는 도시 벳새다로 알려져 있다.

채드윅 교수는 2019년 가드의 방벽을 통과하는 문들 중 하나를 발굴했는데, 에트-텔 문 내부 기둥처럼 그 문들도 폭이 4큐빗과 1지간에 해당하는 2.38m로 측정됐다. 이는 성서에 나오는 골리앗의 키와 같다는 것.

채드윅 교수는 “고대 저술가들은 당시 골리앗이 도시의 벽만큼 크고 강하다고 묘사하기 위해, 키를 표현할 때 실제 건축물의 단위 기준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