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최선 다해 코로나19 방역에 협력했음에도
정부 지나치게 간섭해 이미지 추락… 대응도 소극적
하나님 vs 정부 요구 충돌, 정부 지나치게 두려워해

교회, 조직 이전 생명 흐르는 ‘유기적’ 관계성 심화를

각자 은사에 따른 기능과 섬김 중심으로 작동되어야
코로나19, 개교회 넘는 ‘우주적 교회’ 몸소 체험케 해

정성욱
▲정성욱 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감염 위험 차단을 위한 ‘비대면 예배’ 등으로 홍역을 치른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변화의 기로에 선 세계와 한국,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향후 전망과 과제에 대해 들어본다. 美 덴버신학교 정성욱 교수가 들려주는 코로나와 교회, 그리고 미국 대선 이야기.

복음주의 조직신학자인 정성욱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M.Div.) 졸업 후 영국 옥스퍼드대 신학부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 지도 하에 조직신학 박사학위(D.Phil.)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등이 있다.

-코로나 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덴버신학교는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셨고, 신학적인 부분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 지난 3월 중순입니다. 감사하게도 그 직후부터 덴버신학교는 아주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처해 왔습니다.

우선 모든 수업을 온라인 방식으로 재편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참여해 주어서 큰 어려움 없이 9개월간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5월 중순 봄학기가 끝난 후 여름학기 등록 학생 수가 작년보다 2.2배 정도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코로나로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은 이미 지난 6-7년간 덴버신학교가 꾸준히 온라인 방식의 교육을 위해 ‘Educational Technology’를 착실하게 준비해 왔던 결과이자 주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신학적인 부분에서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대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주님의 약속을 온전히 신뢰하면서,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와 신학계도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비롯해 정부 방침에 어디까지 따라야 하는가 등으로 논쟁이 계속됐습니다. 성경적 관점을 제시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정부의 방역방침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교회가 정부를 존중하고, 정부를 위하여 기도하는 공동체임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종교나 비즈니스 영역에 비해, 유독 한국교회에 대한 방역 지침이 과도하게 엄격했던 것 같습니다. 교회는 최선을 다해 협력했음에도, 정부가 여러 면에서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를 더 부정적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예배의 영역에서, 정부의 과도한 간섭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 측면이 많습니다. 게다가 교회가 너무 소극적인 순응의 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하나님의 요구와 정부의 요구가 충돌하는 영역에서 지나치게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통일된 목소리를 통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지 못한 책임도 있습니다.”

파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파주 운정참존교회 고병찬 목사.
▲코로나 민원을 이유로 교회를 폐쇄당한 파주 운정참존교회 고병찬 목사가 파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중인 모습. ⓒ크투 DB

-특히 ‘예배’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습니다. ‘예배당 위주의 예배’를 탈피할 기회라는 의견도 있고, ‘온라인 교회’와 ‘유튜브 교회’도 출현하고 있습니다. 신학적으로 평가해 주신다면.

“한국교회는 지난 135년 역사 동안 조직적 교회론(organizational ecclesiology)을 강조해온 반면, 유기적 교회론(organic ecclesiology)에서는 취약했습니다.

조직적 교회론이란 눈에 보이는 예배당 중심, 공적 예배 중심, 직분 중심, 제도 중심 교회론입니다. 유기적 교회론이란 교회가 예수님의 몸임을 강조하면서 생명의 흐름, 막힘이 없는 소통, 끈끈한 연합, 서로을 위한 희생적 관계를 강조하는 교회론입니다.

조직적 교회론의 약점은 예배당을 교회와 동일시하고, 예배를 예배당에서만 드려야 한다는 신화를 심어준 것입니다. 물론 예배당에서 모든 성도가 함께 모여서 드리는 공적 예배(public worship)는 교회의 생명력을 유지함에 있어 절대적입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배당에서의 공적인 예배는 반드시 유지돼야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드리는 비대면 예배도 하나님 앞에서 합당한 예배라는 인식 또한 필요합니다. 만일 유기적 교회론을 좀 더 풍성하게 가르쳤다면, 코로나라는 비상사태가 왔을 때 비대면 예배에 대한 저항감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적 교회론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교회 풍토에서 온라인/비대면 예배를 정당한 예배로 인정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간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일입니다.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뿐 아니라, 가정과 직장에서 드리는 예배, 일상의 예배, 나아가 온라인/비대면의 예배도 우리가 성령과 진리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주님은 우리의 예배를 기쁘게 받으실 것입니다.

온라인 교회와 유튜브 교회의 출현에 대해 저는 조심스럽게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회를 통해 그동안 접근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말씀과 복음이 전달되는 사례들을 많이 발견합니다.

다만 온라인 교회가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예배, 말씀교육, 성례, 교제, 봉사·섬김이 건강하게 통합될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교회론에 대한 깊은 성경적·신학적 탐구가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견고하고 바른 성경적 진리 위에서 급변하는 상황에 전략적으로 적응하는 창조적이고도 실천적인 방법들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사랑의교회 전 성도 온라인 예배
▲코로나19로 성도들이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교회와 정치의 관계 설정은 미국에서도 화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을 현지에서 바라보신 생각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미국 헌법은 정치와 종교, 종교와 정치의 분리라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의 정당한 정치적 참여를 억제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가 신앙과 예배의 자유를 억압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확립된 것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사실상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깝게는 12월 초, 더 늦어지면 내년 1월이 되어야 후임 대통령이 확정될 것입니다.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의 지배적인 다수, 거의 80퍼센트가 트럼프 현 대통령을 지지했습니다. 이것은 복음주의 교회가 생명의 신성함(sanctity of life), 전통적인 결혼관(traditional marriage), 종교와 신앙의 자유(freedom of religion and worship)라는 성경적 가치관을 지지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의 공화당이 지지해온 보수적 가치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공화당이 지지하는 근본적인 가치를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 공화당이 제시해온 다른 정책들과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동시에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이민자들에 대해 좀더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 온 민주당의 가치도 하나님의 가치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양당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한편으로 지지하면서, 한편으로는 거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현실적인 정치 영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정부와 국가 안에 하나님 나라 가치관이 조금이라도 더 농도깊게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미국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이번 대선이 최선(the best)과 차선(the second best)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최악(the worst)과 차악(the second worst) 사이의 선택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도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분명한 것이겠지요.”

-동성애와 낙태, 전통적 가정 가치 파괴 등 성경적 가치에 반하는 정권이 들어섰을 때, 성도 개인과 교회, 신학계와 교계 연합단체는 각각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성경에 비춰 가장 바람직할까요.

“로마서 13장 1-7절을 보면, 바울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고 권면합니다. 그런데 혹자들은 이 말씀을 오해하여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지, 또 무엇을 요구하든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문에 대한 잘못된 해석입니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그 역할을 잘 감당할 때, 즉 선을 도모하고 선에 대해 칭찬하며 악에 대해 징계하고 악을 보응할 때 우리는 당연히 정부에 굴복하고, 정부의 권세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본문이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과 반대되는 일을 할 때, 즉 선을 폐기하고 핍박하면서 악을 도모하고 칭찬할 때 우리는 정부보다 더 높은 권위이신 하나님께 복종해야 합니다. 악한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뜻과 권위에 순복하고자 할 때, 교회는 당연히 핍박과 박해를 받게 돼 있습니다.

동성애를 지지하고 낙태를 조장하며 결혼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면서 성경적 가치에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우리는 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는 정권이나 정책보다 상위에 있는 하나님의 권세,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법에 복종하며 순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교회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때, 그 방식이 결코 폭력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계속하여 정부에 대하여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회의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핍박하는 정부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선한 정부가 되도록 계속 기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미국 중보기도, 워싱턴 D.C, 회개 운동,
▲미국 대선 전 수만 명의 미국인들이 워싱턴D.C. 내셔널몰에 모여 나라를 위한 회개와 중보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크투 DB

-정교분리에 대한 주장들도 다양했습니다. 미국에서 본래 정교분리가 시작된 취지와 배경, 그리고 오늘날 정교분리의 오용 또는 남용 사례들은 한국과 미국 등에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미국에서 헌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미국은 유럽의 여타 국가들과 달리 국교(國敎)를 거부했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 정교분리의 원칙이 세워진 것입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원리의 본래 정신은 국가가 교회의 자유, 즉 신앙의 자유를 간섭하거나 억압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교분리는 ‘자유의 원리’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세속적·현세적 생활에만 관여할 수 있고, 내면적·신앙적 생활은 국민의 자율에 맡겨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인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 내지 비종교성이라는 원리와 연결됩니다. 미국 헌법뿐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도 종교와 신앙의 자유, 그리고 정부의 불간섭 원칙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개념은 심각하게 오해되고 있습니다. 정교분리를 교회가 정치에 참여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으로 엉뚱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그것은 원래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오해입니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교회의 자유, 신앙의 자유, 종교의 자유, 예배의 자유를 신장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합법적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때로는 간섭해야 합니다.

정교분리의 오용과 남용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정부가 아무리 악한 정책, 즉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정책을 펴더라도, 교회는 입 다물고 묵묵히 굴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에게 있어 정교분리 원칙이란 교회가 정치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정교분리 원칙을 완전히 오해한 것입니다.”

-이런 팬데믹의 시대에 설교자들이 특히 주목하고 모범으로 삼을 만한 성경과 교회사 속 텍스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팬데믹 시대에, 설교자들은 로마서 8장 28-29절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우리는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조차도 합력하여 하나님의 선을 이루어 갈 것이라 믿고 확신해야 합니다. 더 깊이 들어간다면, 이 코로나 사태도 결국은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 개인이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되는 선하고 아름다운 일에 쓰임 받게 될 것임을 성도들에게 분명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낙심하거나, 낙망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당신의 선하신 목적을 이루어 가시는 절대 주권자 하나님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서 지금의 현실을 해석해 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일도 하나님의 계획과 허락하심이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는 섭리사관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것 같은 사건들조차, 결국 하나님이 계획하시는 더 큰 선을 위해 허락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요셉과 욥의 삶이 그러했고, 우리 주님의 십자가가 그러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23일 비대면 예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20명 미만이 참석해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모습. ⓒ크투 DB

-포스트 또는 위드 코로나 시대, 2021년 한국교회가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2021년을 맞으면서 한국교회는 두 가지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유기적 교회론’의 확립입니다.

교회를 눈에 보이는 건물, 조직, 제도, 직분 중심으로 보았던 조직적 교회론을 뛰어넘는 유기체적 교회론을 회복하고 강조해 나가야 합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교회는 조직이기 이전에 생명이 흐르는 공동체입니다. 교회가 주님 주신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제도나 조직 중심이 아니라, 각자의 은사에 따른 기능과 섬김을 중심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머리 되신 주님과 완전히 연합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주님의 몸을 이루는 모든 지체들이 아주 긴밀하고 끈끈하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과 교회 사이의 수직적 관계가 강화될 뿐 아니라, 지체와 지체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가 견고해져야 합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개교회를 뛰어넘는 ‘우주적 교회’에 대한 시각을 얻게 되는 유익이 있었습니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나 타국에 있는 지체들과 함께 예배하는 기쁨을 누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바로 우주적인 차원에서 유기적 교회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죠.

교회가 대면으로 모이든 비대면으로 모이든, 이러한 유기적 관계성을 어떻게 심화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입니다.

둘째는 ‘밝고 행복한 종말론’의 회복입니다. 135년간의 한국교회 역사 동안, 어둡고 두려운 종말론이 한국교회를 지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주님의 재림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가장 밝고 행복한 약속이요, 소망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밝고 행복한 종말론’을 확립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재림과 역사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감사, 열망, 기쁨, 환희, 축제, 승리의 확신이 지배적인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요한계시록에 대한 건강한 해석학을 정립해야 합니다. 계시록은 어렵고 공포스런 책이라는 오해와 신화를 깨뜨리고, 적절한 훈련을 받으면 계시록은 훨씬 이해하기 쉽고, 공포보다는 기쁨과 행복과 소망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들이 교회 안에 널리 퍼져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한국교회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차원의 성장과 성숙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득세하고, 공동체와 이 사회에 대한 거대담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헌신과 희생이라는 단어가 외면받는 가운데, 교회에서도 급진적이고 본질적인 메시지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메시지도 변해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교회가 전하는 메시지는 한결같아야 합니다. 절대 불변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묻은 은혜의 복음입니다. 오직 예수, 오직 믿음의 복음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돼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내용물과 메시지를 담는 ‘그릇’입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는 예수님과 사도들이 전했던 바로 그 복음을 계속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복음을 위해 고난받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삶에 대해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복음을 담는 그릇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합니다. 16세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당시 새롭게 발전되고 있었던 인쇄술을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소논문과 팜플릿을 통해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역사상 인쇄술을 양적·질적으로 가장 탁월하게 활용한 사람으로 인정되고 었습니다.

21세기에는 인터넷,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그리고 영화나 음악, 미술같은 다양한 예술매체와 심지어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복음을 땅끝까지 전해야 합니다. 그 결과는 약속하신 대로 주님의 영광스러운 재림이 될 것입니다.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 24:14)’”.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직접 가서 전하는 선교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선교는 어떠해야 할까요.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많은 선교사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별히 선교지를 떠나올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경험하신 선교사님들이 많습니다. 선교지에 남아있는 선교사님들도 심각한 사역적 위기와 재정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 때에 쉽게 절망하거나 좌절할 수 있지만, 우리는 도리어 주님의 권능과 지혜를 힘입어 새롭고 창조적인 선교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별히 선교 현장의 선교 대상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 내야 합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대의 과학기술, 특히 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드론기술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맥그래스
▲지난 2017년 12월 옥스퍼드대를 찾은 정성욱 교수가 은사인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운데)와 만난 모습. ⓒ크투 DB

-끝으로, 덴버신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덴버신학교는 1950년에 설립돼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세계 복음주의권 명문 신학교입니다. 초교파 복음주의 노선의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속한 교단은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를 비롯해 매우 다양합니다. 덴버신학교의 신학적 성향은 성경의 무오성(inerrancy)을 철저하게 붙드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복음주의입니다.

지난 1월 덴버신학교는 한국어부를 신설하고, 교역학 석사(M.Div.), 성경과신학 석사(MA-BTS), 그리고 목회학 박사(D.Min.) 과정을 개설했습니다. 모든 학위과정이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에,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신학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덴버신학교 한국어부의 모토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신학자’라는 만인신학자론입니다. 신학은 풀타임 목회자나 선교사와 같은 전임 사역자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열려 있는 삶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덴버신학교 한국어부에 대하여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기대는 오늘날 한국교회와 이민교회 내에 팽배한 성경해석상의 혼란과 교리적인 혼돈을 정리하고, 바른 성경해석, 바른 교리가 정립되고 많은 성도들에게 공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성경이나 교리에 대한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정확한 분별력이 없다면 너무 쉽게 미혹될 수 있는 위험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종말론’이라는 주제를 검색하면 그야말로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들을 접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 성경적 근거가 없는 것들입니다. 심지어는 완전히 반기독교적이고 이단적인 정보들도 흔합니다.

나아가 오늘날 구원론의 혼란이 심각합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오직 은혜에 의하여,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교리가 오해되고, 왜곡되고, 심지어는 심각하게 비판을 받을 뿐 아니라, 완전히 무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바른 성경해석인지, 그리고 무엇이 바른 교리인지를 확립하고, 또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덴버신학교 한국어부가 제공하게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유기적 교회의 모델을 생각해 볼 때, 성경적·신학적으로 잘 준비된 평신도 리더들을 길러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자신이 속한 전문 영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흩어져 소규모의 가정교회나 셀교회와 같은 유기적인 교회 공동체를 세워갈 수 있는 일반 성도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합니다.

미래의 교회를 세워가는 이 일에 덴버신학교 한국어부는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사이트(denverseminary.edu/academics/한국어-프로그램)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