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의례, 비물리성 동반하는 초월적 신비
예배 공간이 무한하듯, 예배 양식도 무한하다
영적 소통 초월적 속성, 핵심은 ‘영과 진리로’

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 김병석
▲김병석 박사가 대표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다. ⓒ유튜브

코로나19 이후 소위 ‘비대면(온라인) 예배’가 전면 도입되면서, 예배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논의의 핵심인 ‘예배의 시공간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와 실천신학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황병준 박사) 제78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예배학자 민장배 박사(성결대)와 김병석 박사(숭실대)는 ‘포스트 코로나19 뉴노멀 시대, 예배의 시공간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신앙 공동체가 대면 예배의 일상화와 더불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뉴노멀 예배를 수용하는 신앙 양식의 한 모습과 입장”에 대해 탐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예배가, 온라인 디지털 미디어 네이티브 세대에게 어떤 양식으로 영과 진리에 합한 신앙적 실천을 이룰 수 있을까”라며 “본 연구는 온라인 예배에 대한 긍정적 측면에 대한 합당성 논증은 아니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접근은 신앙 공동체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신학자들은 “교회는 보이는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가 있고, 이 같은 교회는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 가운데 동참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며 “신앙 공동체의 예배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 나라에서는 영원한 그의 나라 안에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예배할 것이다. 예배의 본질적 속성에는 와 같은 시공간 안에서의 자유로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앙인이 믿음으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고, 하나님께서 받으실만한 예배가 되도록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유일한 길을 안내하는 성령 하나님은 문화에 초월적이시고, 시간과 공간에 초월적으로 우리 신앙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신다”며 “즉 성령은 우리 믿음의 가능성이자 우리가 예배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는 하나님의 재앙과 심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뜻을 파악할 수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 아무런 신앙적 고민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어려움과 재난이 다가올 때, 이것이 하나님의 어떤 사인일지 모른다는 신앙적 자각과 반응이 일어나야 한다”며 “코로나19 원인은 인간의 이성으로 함부로 속단할 수 없으나,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안에서 진행되는 사건과 전혀 무관한 역사의 흐름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소강석 비대면 새에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온라인을 이용해 성도들과 소통하며 비대면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크투 DB

‘역사 속 전염병과 신앙 공동체의 예배’에 관해선 “칼빈은 목회자가 감염 두려움 때문에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핑계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에는 성찬 양식도 변화했다. 성찬식에서 원래 공동의 잔을 사용했으나, 스페인 독감 이후 점차 개인 잔 사용으로 바뀌었다. 이는 성찬 형식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 사례”라고 언급했다.

신학자들은 “성경을 보면, 예배 장소와 형태는 하나님의 천지창조 후 에덴동산에서부터 족장시대, 출애굽 이후 광야시대, 가나안 땅 입성 후 사사시대, 이스라엘 왕정 시대, 바벨론 포로기, 신구약 중간기를 거쳐 신약시대까지 어느 하나에 고정되지 않았다”며 “예배 장소의 다양성과 더불어 환경도 일률적이지 않았고, 각 시대 상황과 형편에 맞게 적응했다. 동방 교회에서 예배 시 향로를 앞뒤로 흔드는 전통은 구약의 분향을 계승한 것이면서, 공기 정화와 오염을 막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수단이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이처럼 전염병으로 예배 환경이 달라지거나 첨가된 행위가 의식적 전통으로 이어지고 변화 발전된 예배로 고착되는 형태도 있다”며 “즉 고정된 예배 양식이 초대 신앙 공동체에 있었더라도, 시대가 달라지고 상황 변화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연하고 유동적으로 변모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2,000년 역사상 예배가 중단된 적은 없었다. 양식은 달라졌을지라도, 예배는 계속됐고, 앞으로도 어떤 형식으로든 계속 될 것”이라며 “예배 형식이나 배열이 당시 느끼는 습관과 같지 않다 해서 예배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초기 교회는 핍박을 피해 카타콤에서 예배드리고, 재난이 닥칠 때는 예배를 폐하거나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예배드리기도 했다. 방식은 좀 더 단순하고 조용하고 조심스러웠더라도, 그 예배는 극심한 현실과의 갈등 상황 속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신앙의 예배 실현이었다”고 밝혔다.

 2020 CCC 온라인 여름수련회
▲2020 CCC 온라인 여름수련회. ⓒCCC

예배 공간에 대해 이들은 “기독교 의례는 비물리성을 동반하는 초월적 신비의 속성이 있다. 사실 신비가 사라진 종교는 진정한 정체성을 의심받는다”며 “때문에 물리적 공동체성에 직접 참여했는지 여부로 예배자와 비예배자를 구분할 수 없다. 이는 전자파를 이용하는 예배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예배의 신비로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시는 신비적 초월 가운데 한 예배에 참여하는 신앙 공동체의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배와 설교의 시공간성은 하나님 임재의 초월적 존재양식으로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가능한,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신비의 내재성이 있다. 이것은 예배와 설교에 임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현실 때문에 가능하다”며 “그렇다면 여기서 예배와 설교의 초월적 신비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예배와 설교의 시공간 초월적 신비의 중심에 있는 실천적 존재가 된다”고 했다.

이들은 “예배자는 과거 예배 양식과 습관에 고착돼 초월적으로 임재하시는 하나님과의 교류 방식을 제한하지 말고,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예배자 본연의 예배 양식에 집중해야 한다”며 “예배와 설교의 시공간은 과거 오프라인과 더불어 온라인 환경으로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 온라인 환경은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온라인 예배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데, 온라인 예배에 대한 찬성·반대가 나뉘고 있다”며 “어떤 이는 신학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인정하지만, 신앙 공동체 예배에서는 부정적으로 본다. 반대로 신학적으로 부정하지만 특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신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일시적 실천을 인정하는 것도 왠지 어색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코로나 이후, 팬데믹 상황이 자주 계속 찾아오리라는 예측과 우려가 나온다. 신앙 공동체는 예배와 설교가 온라인 디지털 환경에서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환경과 맞물려, 가상현실·증강현실 예배와 설교 문화로 발전되고 있음을 지혜롭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는 예배 공간의 무한성과 더불어, 예배 양식의 무한성을 의미한다. 예배 양식에는 언제나 정답이 없다”고도 했다.

신학자들은 “예전에는 대형교회 중심의 방송 설교도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를 이용하는 행태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현장 대면 예배와 라디오 음성 예배 및 유튜브 등을 통한 비대면, 영상예배 병행에 대한 생각은 이전과 달라졌다”며 “이미 온라인 디지털 시대의 흐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기울고 있고, 교회 공동체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는 가운데 예배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지혜롭게 적응하고 예배의 다양성에 대한 한 양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공동체 지체들은 사이버 공간 안에서 영적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 오늘날 ‘땅끝(행 1:8)’은 미전도종족과 더불어 사이버 공간까지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또한 예배 신학적 이론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이상 대면 예배가 중심 모델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철 코로나
▲온라인 예배를 ‘제2의 종교개혁’으로 명명한 이재철 목사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비대면 교회를 고민할 때”라고 했다. ⓒ유튜브 잘잘법

‘언텍트(untact) 시대 온라인 예배의 장단점’에 대해선 “공간 근접성 없이도 공동체가 형성 가능하고, 시간은 그 안에 담는 내용으로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시공을 초월하는 성령의 편재성을 믿는 종교에서, 시공에 연연하거나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예배의 신비와 초월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수 상황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예배드릴 수 있고, 선교적 활용에 용이하며, 은총의 수단으로 성례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단점으로는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 예배의 본질적 참여보다 형식화될 위험성이 있고, 첨단 장비 사용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위험성이 있으며. 소비자 지향적이거나 경건한 개인주의가 팽배할 위험성이 있다. 인격적 교제도 어렵다”며 “대안으로는 온/오프라인 예배의 대상이 분명해야 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드리고, 예배 신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학자들은 “온라인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복음적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 전인격적이고 공동체적인 예배, 양육, 교제, 봉사가 이뤄지는, 온·오프라인 융합 ‘올라인 목회(All-line Ministry)’는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이라 해서 언제나 시공간의 초월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온·오프라인 예배 모두 환경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예배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예배는 하나님과의 만남, 이웃과의 사랑과 배려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므로 흩어진 자리에서 이웃과 사랑의 교제 및 소통을 이루는 수평적 삶의 예배가 동시에 이뤄져야 균형 있는 예배가 된다”며 “온·오프라인 예배의 상호보완적 양방향의 의미를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예배 양식에 대한 접근은 예배 신학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예배가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 예배로 세워지는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문화 양식에 언제나 예배가 적응해야 참 예배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배는 문화에 역설적으로 역행할 수도 있다. 하나님은 초월의 근원이고 진리의 시작이시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의 초월적 속성 안에서 예배는 문화에 적응하기도 하고, 문화와 상관없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양식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것이 예배의 자유이며 유연성이다. 따라서 문화가 예배를 통제하거나 예배의 초월적 신비보다 앞서 위치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예수님 초림 이전과 이후의 예배, B.C.와 A.D.의 예배 양식이 달랐듯, 코로나 이전과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예배의 형태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각 시대마다 다른 예배 양식이 있었고, 그 양식들이 각각 의미 있는 예배가 됐다”며 “이 같은 예배의 속성은 시공간에 관한 예배 개념의 확장을 가능케 한다. 예배는 영적으로 소통하는 초월적 속성 안에서 각 시대와 문화를 포괄하는 신비를 내포하기 때문다. 여기서 핵심은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것(요 4:23-24)’”이라고 정리했다.

신학자들은 “모든 시대적 환경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예배의 합리성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과 양식을 가지더라도, ‘영과 진리로 예배드릴 때’이다. 예배의 합리성은 인간 이성과 감성을 포함하여 영적인 초월성까지 포괄적으로 지시할 때 그 정당성이 확보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배의 시공간적 속성은 코로나 이전과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시대 상황과 조건에 맞게 적응되는 예배의 유동적 다양성에 따라 예배의 시공간적 유연성이 또 다른 외연적 변화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