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고통의 자리에도 주님께서 함께하시고,
하나님 부재한 듯한 순간 가장 강력하게 임재
설교는, 성도들 사랑하고 품는 일로 이어져야

우성균
▲우성균 목사는 책에서 ‘종교 행위’가 돼 버린 한국교회 일부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하면서도, 교회에 대한 애정을 결코 거두지 않는다. ⓒ이대웅 기자
“신앙이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감각이 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추하고 구제불능의 죄인인지, 그러므로 나에게 베풀어진 이 구원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은혜인지를 더 깊이 깨닫는 것이지요.”

저자는 소경 같았던 자신의 눈이 조금씩 떠지기 시작한 것은 행신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부터라고 고백한다. “우리 교회는 안타깝게도 교회로 인해 아프고, 목회자로 인해 고통스러운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여기저기 떠돌다 오신 가나안 성도님들, 오랫동안 섬기던 교회를 떠나 정착할 곳을 찾는 분들, 온 힘과 열정을 다해 교회를 섬기다가 목회자와 직분자들이 보여주는 총천연색 부조리에 지치신 분들. 그러면서도 사람 냄새가 그립고 공동체가 그리운 분들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교회를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저자를 흔들었다. “이 분들이 교회를 향한 애증 때문에 눈물을 흘릴 때 20년 동안 제 가슴에 흘렀던 눈물이 같이 흘렀습니다. 이들이 고통스러워 절규할 때, 제 가슴이 함께 찢어졌습니다.” 그들과 함께 뒹굴며 서로를 보듬고 있는 우성균 목사의 나머지 이야기다.

-심방이 많다고 하셨는데, 코로나 이후 더 바쁘신가요, 아니면 덜 바쁘신가요.

“‘바쁨’의 양은 비슷하지만,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와서 다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양가감정이 들었어요. 하나는 ‘이러다 교회 망하는 거 아냐?’, 다른 하나는 ‘너무 편한데?’였습니다. 물론 걱정이 더 컸지요. 지금은 유튜브가 끼어들었습니다. 영상으로 메시지를 송출한다는 개념이 늘어난 것입니다.

사실 실시간 예배 송출은 생각도 안 했는데, 처음에 버벅대다 어떻게 돈 안 드는 구조로 서둘러 구축했습니. 바쁜 가운데 방송 콘텐츠도 구상하고, 수요 강해도 토크처럼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공부를 더 하게 돼 유익한 점이 있지만, 사람을 못 만나니 답답합니다. 지금은 둘이 중화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주로 힘든 이야기를 들으시는데, 후유증은 없나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심방이 특이할 수 있는데, 공감을 하면서 듣지만, 듣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슬픔과 고난을 해석하는 방식이 너무 비관적입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기쁨과 감사와 성공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슬픔과 고통의 자리에도 주님이 임재하시고, 그 자리에 하나님이 부재하신 것 같지만 그 순간에 가장 강력하게 임재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하나님이 함께하실거야!’ 식이 아니라, 저희는 실제 행동하고자 합니다. 심방을 가면 할 수 있는 말이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위로해 주실 겁니다’ 이것이 전통적 방식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우리가 함께할께, 내가 너를 지지한다, 돈이 필요하면 줄께’입니다. 과할 정도로 적극적 방식으로 성도님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돈 떼인 사람이 있으면 받아오려고 노력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종교인이 아니라 성도들과 생활인으로서 함께 뒹굴게 됩니다. 계속 주머니가 ‘빵꾸’납니다. 지난 5년간 그래 왔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성도님들의 여러 문제들 중 가장 큰 것은 돈입니다. 다음은 외로움입니다. 돈 문제는 얼마 안 되지만 저희 주머니를 털고, 외로운 성도들과는 ‘함께’합니다.

함께 한다는 건 이런 것입니다. 어제도 심방을 갔는데, 이렇게 오래 먹고 논 적이 없었어요. 시간이 길더라도, 가서 같이 먹고 놀고, 울고 웃다가 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도님들은 ‘잠깐 와서 복 빌어주고 가셨어’ 하고 종교적 기대감을 갖습니다. 그런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으려 합니다. 힘은 들지만, 삶이 엉키니까 단순히 뒤돌아서면 ‘오늘도 힘들었네’ 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아니라, 잘못 살고 있으면 혼도 내면서 묘한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 와도 심방이 끝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줘야 하나 머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저희끼리 해소합니다. 비법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웃음). 무엇보다, 성도님들이 스트레스를 거의 안 주십니다. 다들 착하십니다.”

우성균
▲우성균 목사는 “1부 설교를 마치고 내려와 2부에서 같은 원고를 설교하시는 담임목사님을 보는 것만큼 큰 공부는 없다”며 “설교의 기술보다는 하나님 말씀을 대하는 방식, 성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를 배운다. 저는 참 행복한 부목사”라고 책에 썼다. 우 목사가 책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도 담임목사에게 있었다. ⓒ이대웅 기자
-사역하시면서 느낀, 목회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목사의 자질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목회란 하나님 편을 들면서, 성도님들 편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 무한대의 간극을 ‘몸으로 때우는 것’입니다. 그 안에 설교도 심방도 있겠지요.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젊어서, 목사의 자질에 대해 말씀드릴 수준은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목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 말씀을 좋아하고 선포하고 전하는 것에 대한 희열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의 칼과 무기로 사람들 앞에 설교하는 일이 성도들을 정말 사랑하고 품는 것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목회가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적으로 말하면 ‘공감’인데, 이 시대 목사님들에게 결여돼 있고 제게도 결여됐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성도에 대한 공감력입니다.

부연하자면 그 공감력이란 인간적으로 이 사람들을 다 이해하자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한 성도를 보실 때 나오는 공감력을 뜻합니다. 목사가 그걸 못 따라가면, 마음으로 사랑으로 품어낼 수 없으면 본인이 망가지든 성도들을 쪼든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목회하면서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 수도 있고요.”

-요즘 헌신봉사와 제자훈련이 교회에서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교회의 오용 때문일까요, 사람들과 시대가 변화했기 때문일까요.

“방법론 차원에서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방법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본질의 차원에서는 교회에서 봉사하고 헌신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기본적인 내용들은 성경이 말하는 신자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성도들이 그런 부분들을 비아냥거리거나 대충 모면하려는 심리 안에는 일종의 회피가 있다고 봅니다. ‘이거 요즘 시대에 안 맞는거야, 너희들 그렇게 했는데 실패했잖아’ 하면서, 자신 안에 신앙의 본질로서 요구되는 사항을 회피한 것 아닐까요? 방종의 이유를 교회의 타락에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마디 하고 싶은 건 이런 상황에서도 교회를 사랑하고, 못나고 부족해도 끝까지 교회를 지키려는 성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을 쓴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 분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성균
▲행신교회 모임 모습.
-정말 시대가 바뀌었는지, ‘돈을 덜 주는 곳으로 가라, 고생하는 곳으로 가라’ 등의 내용이 담긴 ‘거창고의 직업 선택 십계명’을 SNS에 게시했는데 그야말로 기독교인들의 악플이 쏟아지더라고요.

“젊은 목사님들이 ‘시대가 바뀌었으니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목회해야 하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서두에도 썼지만, 신앙의 선배들의 일부 부족한 부분들을 비판하고 종교에 빠져버린 한국교회를 구출하고자 하는 강력한 열심과 함께, 반대로 우리 신앙 선배님들에게 있는 하나님 은혜를 깊이 경험하고 인생을 관통하듯 하나님을 만났던 체험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배들의 표현 방식이나 교회에서 드러나는 헌신의 방식이 왜곡됐을 뿐 그 중심에는 순결함이 있었는데, 그것까지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목욕물 버리려다 애 버리는 격’입니다. 본질을 잘 가려내고 고수하고자 하는 신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 가교 역할을 잘 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오니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오지 않습니다. 특히 자녀들 때문에 30-40대들이 못 온다. 예배에 오는 것이 신앙의 척도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결이 세련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신앙에 갇혀 그 이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야성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젊으니까 이쪽 저쪽 다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니까, 그 사이에서 분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교회 출석 정도를 신앙 표현의 전부로 인식하는 시대라 생기는 비극이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교회 안 가도 좋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아예 신앙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사실 그 둘 사이에서 끙끙대는 분들이 가장 많기도 하고, 고통을 느끼고 있겠지요.

어떤 관점을 확신을 갖고 신념에 차서 주장하는 것이 이 시대에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지 모릅니다. 교회가 그런 일들을 너무 손쉽게 결정하고, 그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중입니다.”

-책을 읽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표지 때문에, 밝고 명랑하고 즐겁기만 한 교회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하셨어요(웃음). 하지만 쓰리고 아픈데 시원하고, 다시 신앙에 대해 정립해 보면서 복음과 종교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도 생각하고, 그럼에도 우리가 가져야 할 본질 등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게 됐다고 하십니다.

의도적으로 복음을 많이 담으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복음의 정의를 쓰는 것이 아니라, 결론이 복음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못난 인생 못난 교회’라는 부제목도 그런 의미였습니다.

파산에 이른 심령을 소유한 자로서 유일한 소망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 이 못난 자의 자기 정체성이고, 그런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나타나는 교회의 변화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가족처럼 지내자, 따뜻하게 섬기자’라는 구호가 나오는 것은 복음 때문입니다.

실패하고 깨지는 인생도 얼마든지 영광의 재료로 쓰시고, 잘 나가고 열매 있는 인생처럼 보여도 못남을 자각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실패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희의 메시지입니다. 그런 것들을 모토로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행신교회 이야기 속에 제 과거 신앙생활에 대한 성찰, 목회나 목사에 대한 질문을 담았습니다. 4장 ‘못난 신앙’에서는 신앙과 인격의 분리, 종교에 갇혀 신앙의 본질이 왜곡되는 병리적 현상들과 여러 신학적 담론들을 담았습니다. 마지막에는 코로나에 대해서도 썼고요.”

행신교회 이야기
▲행신교회 이야기 우성균 | 세움북스 | 320쪽 | 18,000원
-앞으로 어떻게 사역하고 싶으신지요.

“매일 밤 돌아보는 것이 하루를 ‘종교인’으로 살지 않았는가입니다. 성도들을 가슴에 담고 사랑하는 것은 정말 한계가 없는 것인데 ‘적당히, 여기까지면 되겠다’는 벽에 자주 부딪칩니다. 그런 실망과 실패감들이 있고, 더 뜨겁게 사랑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에 휩싸입니다.

목회란, 죽을 때까지 그런 고민의 연속일 것 같습니다. 저희 교회에서 언제까지 함께 목양할지 모르겠지만, 후에 어떤 길로 가더라도 그 전까지 더 뜨겁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감정만이 아니라, 얼마 없는 물질과 소유, 품과 마음, 섬길 수 있는 시간 등을 통해서 더 많이 성도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섬기고 싶습니다.

성도님들이 너무 많이 아프고 망가지는 것 같아서 회복시키고 싶고, 든든히 서서 저처럼 그런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 타인지향적으로 사는 사람들로 설 수 있는 가족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가족주의를 지향하고, 그런 교회를 세우고 싶습니다.

저희 교회가 침례교회만이 가진 민주적인 회중 공동체로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습니다. 교역자들이 인사와 재정에 관여하지 않고 성도들이 알아서 하는데, 이제는 조금 더 끈끈하고 가족 같은 공동체로 발돋움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제 가정이 그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