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팬데믹
하나님과 팬데믹

톰 라이트 | 이지혜 역 | 비아토르 | 132쪽 | 6,800원

톰 라이트(N. T. Wright) 전 주교이자 신약학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맞은 우리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사고하는 것이 합당하겠느냐는 질문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설교문이 아니라, 성경주해에 근거한 기독교 사상 안내서이다.

영국 복음주의 노교수의 문제의식은 이 팬데믹을 맞으며, 사람들이 “이것은 말세의 징조다” 혹은 “이것은 계시록에 기록된 대로 응하는 것이다” 하고 웅성거리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떤 이들은 “이것은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경고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심판하고 계시며, 이 병을 통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눈살을 찌푸린다(글에서 그렇게 보였다).

고대 철학에 정통한 그는 어떤 사태가 생겼을 때 그 문제 앞에 반응하는 “왜 이 일이 생겼나(why)”라는 대응 양식과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what)”라는 대응 양식의 차이를 제시한다.

놀랍게도 고대 스토아, 에피큐로스, 플라톤적 대응 양식은 항상 “왜”라는 질문 속에서 원인을 규명하는 사상 체계였지만, 기독교는 어떤 사태가 생겼을 때 오히려 “그럼 무엇을 섬겨야 할까”에 집중해 있었다고 밝힌다.

이어, 이 성경학자는 구약과 신약을 연이어 읽어나간다.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은 가난한 자들, 병든 자들, 외부인들, 그리고 노예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셨으며, 구약의 하나님 백성들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고난을 받고 압제를 받았다(시 44:17-22, 시 89편).

신자의 고난이 항상 죄 때문은 아니다. 죄 없이 고난 받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습이 넘쳐난다. 고난 앞에 왜(why)라는 질문이 얼마나 더 큰 고통을 주는가?

크리스천들은 흔히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날 때, 쉽게 ‘해결책’으로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너의 죄가 많아서 그렇다 등. 그러나 이것이 과연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건강한 영적 반응일까?

신약으로 넘어간 신약의 대가는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맞이하게 된 새 역사 새 시대를 조망한다.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신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와 하나님의 의를 가져오신 것이었다.

이제 우리 신약 백성들은 주께서 우리에게 늘 이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던 것처럼,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 받으시는,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공급하심과 하나님의 용서와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하며 누리며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팬데믹 사태도 그리스도의 안경으로 보면, 아직 끝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메시아 안에서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완성되게 하신다(엡 1:10).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승리와 완성을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승리하신 그리스도의 왕국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의 백성들의 삶의 원리는 무엇인가? 바로 긍휼(compassion)이다. 고난당하고 압제당하고 병들어 고통하는 자들을 향한 긍휼.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우리를 죄와 타락으로부터 구원하시고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회복하셔서, 지금 이 때에―팬데믹의 세계적 환난 중에―우리로 감당하고 섬길 긍휼의 사역을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이 사상가는 말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그리스도를 통해 이 땅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제 그의 백성들의 사역을 통해서 이 땅에 완성되어질 것이다.”

바울의 로마서 8장 37-39절에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말씀한다. 그 사랑이 우리를 모든 죄악에서 건지셨고, 모든 환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주의 백성들은 성령과 함께 탄식하며 기도하게 된다.

성부-성자-성령께서 모두 탄식하시며 창조 세계가 고통하고 있는 것에 함께 고통하시며 눈물 흘리시고 괴로워하신다. 이 팬데믹 사태에 고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가 전해야 할 것은―심판이나 정죄의 메시지가 아니라―하나님의 긍휼과 아파하심의 메시지인 것이다.

톰 라이트, N.T. Wright
▲톰 라이트 박사.
톰 라이트 교수의 결론은, 이 팬데믹을 맞은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저 성급히 “왜”라는 질문 속에 하나님의 심판과 징계를 말하기보다, 어떻게 하나님의 긍휼하심 속에서 함께 고난당한 자들을 위로하고 아파하는 자들과 함께 아파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밤새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피가 되도록 울부짖어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던 주님이 그의 제자들에게 “너희도 함께 기도하라”고 하신 뜻이며, 초대교회가 어려운 재난의 때에 하나님의 심판이나 징계를 말하기보다 힘써 연보하여 가난한 자들을 섬겼던 것에서 증명된다.

저자는 지금 이 팬데믹이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백성들에게 요구되는 긍휼의 사역에 집중하게 하는 때임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교회의 지도자는 요셉과 같이 지혜롭게 당신의 백성들과 전 세계를 구할 꿈과 비전을 가지고 곡식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언한다.

팬데믹을 맞은 전세계 크리스천들을 위한 저명 크리스천 목회자와 신학자인 존 파이퍼(John Piper)와 톰 라이트(N. T. Wright)가 거의 동시에 시의적절한 목회·신학적 권면의 책들을 출간했다.

여전히 전 세계적 확산과 희생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드물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밝혀주려는 두 크리스천 사상가들의 수고에 경의를 표한다.

존 파이퍼는 발빠르게 설교집을 책으로 엮어 무료로 배포했고, 그보다 조금 이르게 톰 라이트는 타임지(Time Magazine) 기고를 통해 팬데믹에 처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하나님 앞에 바른 사고와 행동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데 이어 이 책을 냈다.

둘의 글을 아래 서평과 함께 읽으며 비교해 보라. 공통점도 조금 있지만, 근본적으로 성경의 뼈대를 보는 눈이 다르고 실천의 깊이와 폭이 다르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며, 하나님이 주시는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신동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국 플로리다 성빈센트 병원 원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