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함께 걸었네
바울과 함께 걸었네

함신주 | 아르카 | 368쪽 | 20,000원

기행문을 읽을 때마다 마치 그곳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저자가 그곳에 가서 느낀 마음과 그곳에서 주는 감동, 그리고 그 장소에서 있었던 다양한 역사적인 사건과 상황들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곳에 가 있는 듯한 생각을 가져다주고, 또한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을 더욱 부풀게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국외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가고 싶은 곳의 기행문을 찾아서 읽으며, 앞으로 그곳을 가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함신주 목사님이 작년에 교회 성도들과 함께 한 터키와 그리스를 방문하고 블로그에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편집해 나온 <바울과 함께 걸었네>라는 책을 보았다.

필자는 책 제목을 보면서 ‘함께’라고 하는 책 제목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도 참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여행자에게 주는 느낌과 생각은 많은 차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책 제목으로 ‘바울과 함께 거니는 여행’을 말한다. 책 제목에서 주는 느낌 자체가 바울이 경험하고, 바울이 전파하고자 했고, 바울이 느꼈던 그곳을 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설렘을 가지게 한다.

저자가 ‘바울과 함께’라고 한 것은, 먼 발치에 앞서 계셨던 분이었는데, 바울이라고 하는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데, ‘바울과 함께’라고 하는 책 제목에서 주는 영광스러움을 어필하고 있다.

여행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뜻한다. 바울도 선교 여행을 떠났다. 바울이 떠난 선교여행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났는지, 바울이 떠났을 당시에 도착한 그곳 상황은 어떠했는지, 그곳에서 어떤 말을 했고, 어느 곳에 머물렀으며, 누구와 함께 했는가는 2,000년이 지난 우리들에게도 동일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한다.

<바울과 함께 걸었네>는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각 파트 주제를 정함에 있어 그 장소가 주는 느낌을 성도의 얼굴, 교회의 얼굴, 인간의 얼굴, 하나님 나라라고 정해 걸었음을 말하고 있다.

성도, 교회, 인간, 하나 님나라 이 네 가지 주제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신앙을 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봉준 사도 바울 성지열전
▲터키 초대교회 유적지. ⓒ이봉준 장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같은 믿음 안에서 한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교회가 되어가고, 인간적인 모습 속에 낙망하거나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나라라는 영광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우리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며 책을 읽어갔다.

책의 내용은 역사를 전공한 저자의 내공이 많이 느껴진다. 각 파트와 여행지의 지역을 상세하고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여행 지역마다 그 곳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역사적인 주제 또한 한국교회사에서 비슷한 주제를 찾아가며 글을 적었다.

또 성경구절과 여행지 사진, 그리고 간단한 지도를 첨가함해 그 장소에 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책을 통해 충분히 그곳에서 저자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서술해 놓았다.

책을 읽어가면서 감명 깊은 장소가 몇 군데 있었다. 데린쿠유의 지하도시를 읽으면서(3장) 지하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려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

데린쿠유의 십자가 모양의 예배당…, 그곳에서 그 당시의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며 예배를 드렸을 것이다. 그 죽음과 밀접한 예배를 통해 그들은 부활의 영광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부른 찬송가 336장(환난과 핍박 중에도)은 눈물로 부른 찬송이었을 것이다.

사도 바울
▲사도 바울 동상.
서머나에 도착해 폴리갑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갈 때, 신대원 1학년 초대교회사를 배울 때 교수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폴리갑의 삶과 역사적인 배경 등을 이야기할 때가 생각이 났다.

뜨거운 마음으로 신대원에 입학해서,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배웠던 초대교회사 시간의 감동과 감격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살아났다.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고 마치 부흥회 때 경험한 뜨거움이 있었다. 폴리갑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에베소에 있는 사도요한 기념교회의 기둥 네 개를 바라보면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오늘날 교회가 무엇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교회가 다시금 본질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게 한다.

화려한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 교회의 중심이고 목표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잘못된 사고 속에 진정한 교회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욕망으로 가득한 고린도의 타락, 아테네의 수많은 신들과 신들을 위한 신전들, 아레오바고에서 바울의 뜨거운 설교, 성 스테판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의 기도문, 특히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적힌 기도(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가 건설한 빌립보 등 책에 적힌 글들은 내가 마치 그곳에 서 있는 듯한 환상을 갖게 한다.

올 초 이스라엘을 10일간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 후 터키, 그리스 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날 것 같은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아쉬움은 사라진 듯 하나 필자도 바울과 함께 그 길을 걷고 싶다고 하는 소망은 더욱 커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 에드워드의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역사와 성경에 나타난 바울의 삶에 대한 정리, 그리고 저자의 삶의 고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책의 끝에 고백한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의 삶도 ‘선한 싸움을 다 싸웠다’고 하는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선한 싸움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