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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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 김동일 | 제작: KBS | 공동제작: 커넥트픽쳐스, 피엠픽쳐스 | 배급: 커넥트픽쳐스)를 연출한 김동일 감독과, 영화가 제작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두봉 주교가 17일 KBS1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에 출연했다.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를 매개로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세상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자들의 삶과 영화 비하인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먼저 16일에 단독 출연한 두봉 주교는 한국에서 선교사로서 보낸 66년의 삶을 자세히 공개했다. 작년에 대한민국 국적을 정식으로 취득한 두봉 주교는 올해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로, 1954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로 처음 한국에 온 사연부터 밝혔다. 사제의 길을 걷는 도중 선교사로서의 삶을 정했으며, 파리외방전교회의 명령에 따라 한국에 선료사로서 처음 왔다는 것.

선교사로 파송될 당시 6.25 전쟁으로 한국에 관한 얘기를 자주 들었으며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친구가 있었다는 두봉 주교는, 두 달 반에 걸쳐 화물선을 타고 온 사연부터, 어려운 한국어를 공부했던 과정, 김치 등 한국 음식에 적응한 과정 등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줬다. 특히 이제는 외국에 나가면 3, 4일만 지나도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는 한국인다운 에피소드를 들려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젊은 시절부터 여러 가톨릭 봉사단체를 설립하여 가출 청소년 등을 도운 이야기, 1969년 ‘선교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해야 한다’고 여러 번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주교회의 결정으로 외국인인데도 초대 안동교구장을 지낸 사연 등 여러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특히 안동 교구장을 지내면서, 마산 주교였을 때부터 친분을 쌓았다는 김수환 추기경이 주교복을 물려줘서 입게 됐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안동에서 상지전문대학, 상지여자중학교, 상지여자고등학교 등 여러 학교를 설립한 사연, 가톨릭 농민을 돕기 위해 당시 정부에 항의하다가 강제 추방을 당할 뻔한 ‘오원춘 사건’ 등, 한국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애써온, 선교사로서의 66년의 삶 이야기를 전했다.

두봉 주교는 1회만 출연 예정이었으나 17일 방송에 김동일 감독과 함께 함께 초대됐다. 김동일 감독은 경북 상주에 있는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분원에서 살아가는 11명의 수도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눠야 할 일이 있을 경우 원장에게 미리 허락을 받을 정도로 엄격하게 침묵을 지킨다고 전했다.

김동일 감독은 11명 봉쇄수도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영화 <위대한 침묵>은 우리를 좀 이상한 사람들처럼 보이게 했다.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