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역병으로 6개월간 ‘비대면 예배’ 경험
‘편하다, 자유롭다’ 등 성도들 예배 가볍게 여기기도
육신의 편의와 욕구 중심, ‘예배 우등생’ 나올 수 없어

교회언론회 정장복 예배
▲정장복 교수(맨 오른쪽)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 포럼이 ‘코로나19 시대의 참된 예배와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17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된 가운데, 원로 예배학자인 정장복 교수(한일장신대 명예총장)가 ‘코로나 시대에 음미해보는 예배의 본질: 한국교회의 올바른 예배를 위한 제언’을 강연했다.

정장복 교수는 “지난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마 22:37)’는 예배의 명령을 준행하는 데 충성을 다해왔다”며 “숱한 핍박과 환난 속에서도 이 명령을 자랑스럽게 지켜왔고,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기 위해 헤아릴 수 없는 순교의 피를 흘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런데 지금 코로나19라는 역병 때문에 세계 도처의 예배당 문이 닫혔다. 혹시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예배가 사라져 가기에 내려진 준엄한 재앙인가 하는 깨우침을 묵상한다”며 “하나님이 인간을 싫어하고 하나님 백성들이 드리는 예배를 외면하신다면, 그 세계는 참담한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종국에는 교회의 존재 의미와 가치마저 상실된 채 교회 없는 세상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예배는 타종교의 예배 행위와 전혀 개념을 달리한다. 타종교의 예배 목적은 소원성취와 부귀영화와 무병장수의 복을 받는데 있지만, 그리스도교의 예배는 무엇을 구하거나 한풀이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받은 은총에 대한 ‘응답의 현장’”이라며 “그 은총은 나의 육적 조건의 충족이 아니다. 인간의 영육과 생명이 직결된 은총으로, 하나님이 우주만물과 나의 생명가지 주신 창조의 은총과 죄값으로 죽은 나를 십자가 대속으로 살려주신 구원의 은총”이라고 설명했다.

정장복 교수는 “우리 한국교회 성도들은 세계 어느 교회도 따라올 수 없는 ‘예배의 열정’으로 가득한데, 최근 코로나19라는 역병의 먹구름으로 6개월간 ‘비대면 예배(Online Worship)’를 경험했다. 여기서 두 갈래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다”며 “먼저는 ‘편하다, 자유롭다’ 등 예배를 가볍게 여기는 성도들의 반응이고, 또 하나는 ‘영적 침체였다, 어색했다’ 등 예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성도들의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첫 반응을 눈여겨보면, 모두 육신의 편의와 욕구가 중심이다. 결국 온라인 예배에서는 결국 ‘예배 우등생’이 나올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반응은, 예배를 목숨처럼 여기면서 살아온 성도들이 예배당을 떠나 드리는 예배에 대단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여기서 우리는 온라인 예배를 선호하는 무리가 늘어난다면, 예배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본질과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는 무서운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이 역병이 끝났을 때, 온라인 예배를 거두고 다시 ‘대면 예배’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두 종류의 예배 형태를 지속할 것인가?”라며 “총탄을 피하려고 일시적 피난처로 온라인 예배를 수용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예배하는 공동체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장래는 암담하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이 찾으시고 반기시는 대상이 되려는 성도들의 대열이 흐트러지고 나약해지는 훗날이 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교회언론회 예배 포럼
▲포럼 후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의 올바른 예배를 위한 10가지 제언

이후에는 목회자들이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기를 원하는 성도들을 섬기는데 필수적 항목인 ‘올바른 예배를 위한 10가지 제언’을 나눴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성실한 예배 참석과 뜨거운 열심만 강조했을 뿐, ‘참된 예배자들(True Worshipers)’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신학과 예배 구조나 절차에 대한 교육이 매우 빈곤했다”며 “아직도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설교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예배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첫째, 예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추어야 한다. 정 교수는 “예배란 하나님이 주신 창조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은총을 깨닫고 감격해 드리는 그리스도인들의 응답 행위”라며 “예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결되지 않으면, 예배는 무질서와 혼돈의 세계에 머문다”고 말했다.

둘째, 예배가 인생의 제일된 목적을 실천하는 현장이 돼야 한다. 그는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 하나님을 영원토록 기뻐하면서 모시는 것”이라며 “한 생명이 하나님을 가장 기쁘시게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하나님이 찾으시고 반기시는 참된 예배자들’이 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셋째, 예배의 내용과 절차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일을 함부로 시도해선 안 된다. 이에 대해 “사도적 전승을 자랑하는 모든 교회는 교단이 공인하는 예배와 예식서를 갖고 있다”며 “여기서 제시하는 예배의 틀과 절차와 진행을 성실히 지켜야 예배의 탈선이 없어지고,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은 교회로써 존속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넷째, 경건과 신비의 감각이 살아 숨쉬는 예배당 예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장복 교수는 “한국교회의 예배 엄숙성 결여는 우선 성단부터다. 십자가와 성찬상, 설교대와 인도대가 있는 성단은 성전 지성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불행히도 우리의 성단은 무대의 개념으로 바뀌어 성스럽고 신비스러운 감각이 보이지 않고, ‘하나님의 성소’라는 느낌이 심각할 정도로 훼손돼 있다”고 개탄했다.

다섯째, 성삼위일체 하나님만을 중심한 예배가 돼야 한다. 정 교수는 “오늘의 탈선된 예배 현장에는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고 인간들이 날뛰는 현상이 가득하다”며 “성전에 최첨단 영상매체들을 설치하고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참된 예배의 실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여섯째, 회중을 이끌고 하나님께 예배를 수행하는 자는 우선 몸과 마음이 정결한지 점검해야 한다. 그는 “예배를 인도하는 일은 성스럽고 경건하며 온 정성이 갖춰진 사제의 기능을 수행하는 순간”이라며 “그 자리에 서기까지 철저한 준비와 기도로, 맑은 영성에 흠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곱째, 성도들이 ‘예배 우등생’이 되도록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에 관해 “한국교회 성도들 대부분은 목회자를 ‘주님의 종’으로 부르며 비판 없이 맹종하고 있는데, 여기에 막중한 책임의식을 품어야 한다”며 “목회자는 성도들이 순수하고 참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예배드리도록 환경과 내용을 갖추는데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덟째, 집회와 예배를 구분해야 한다. 정 교수는 “설교와 기도와 찬송만 있으면 된다는 경거망동을 삼가고,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는 십계명 제3계명에 주목하라”며 “최근 정상을 벗어난 망령스러운 언행을 남발하면서, 예배라는 이름을 오용하고 있다. 그러한 예배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행위로서 하나님의 진노 대상이다. 집회는 인간을 위한 것이고, 예배는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홉째, 예배를 위해 정성을 모아 철저하고 섬시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는 “예배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목회자는 토요일에 성전에 나아가 예배를 위해 전반적인 점검을 한다”며 “개신교 목사들은 예배 준비보다 설교나 기타 일에 모든 시간을 소진하는데, 예배는 목사가 정성을 기울인 만큼 성령님의 역사가 더해진다”고 말했다.

끝으로, 코로나19 이후의 변화에 민감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정 교수는 “언택트 시대에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는 부분은 교회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인데, 코로나19가 이 모임을 해체시키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정장복 교수는 “일시적으로 사용한 ‘온라인 예배’가 예배의 본질과 가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변화와 주장을 펴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전통적 예배 형태와 평가가 새롭게 대두될텐데, 이를 대비해 현명한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다가올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