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교계도 바이든 당선 인정하기 시작한 듯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도 한반도 평화 지원 약속
한미 관계 친동성애 정책 영향 미칠까 심히 우려

소강석 낸시 펠로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 의장과 만난 소강석 목사.

지난 14년간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교회 차원에서 개최하는 등 한미 민간외교에 앞장섰던 예장 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10일 SNS에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소회를 밝혔다.

소강석 목사는 “오늘 뉴스를 보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로버트 제프리 목사도 폭스 뉴스 칼럼을 통해 ‘기독교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것 만큼 바이든 당선인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미국 보수 교계도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저도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바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교회에서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할 때마다 직접 감사편지를 보내줬다”며 “그러기에 한동안 마음이 울적하고 착잡했다. 한동안 우울했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믿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저는 그 동안 민주당 상, 하원 의원들과도 알고 교류하며 지내왔다. 지난번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저희 교회 장로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과 함께 미국 연방 하원 의장인 낸시 펠로시와도 만나 우리나라의 평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낸시 펠로시 의장께서도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적극 지원해 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소 목사는 “미국에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관계와 친동성애적 정책이 걱정된다. 특히 친동성애 정책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까봐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조그마한 힘이지만 미국 민주당 연방 상·하 의원들을 통해, 한미 간 우호증진을 위한 민간외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우리나라 동성애 문제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도 악영향이 없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 지면상 내용이 길다고 좀 잘렸다”며 “6.25 참전용사 초청행사 때마다 직접 감사편지를 보내줬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랐다. 그런 착잡한 마음도 기고문에 담았는데 지면상 들어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국민일보 기고문 원문을 아래와 같이 공개했다.

[특별기고] 앵그리 사회, 앵그리 처치를 극복하자

우리나라 대선도 아니었는데 나는 유달리 미국 대선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우리 교회 장로이신 김창준 전 미연방 하원의원도 트럼프의 당선을 줄기차게 장담을 해 와서 그랬는지, 기독교적 가치를 존중해 온 트럼프가 좋아서 그랬는지, 개표 과정에서 트럼프가 고전을 하자 며칠 동안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분석을 해 보면 이번 미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싸움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앵그리 바이든(성난 바이든 지지자)과 샤이 트럼프(숨은 트럼프 지지자)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보수 교회를 비롯한 백인들의 샤이 트럼프 보다는 바이든을 중심으로 한, 흑인이나 유색인종들이 뉴 팬덤이 되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공화당 내부의 반란도 한몫을 했다. 존 볼턴의 반란과 보수의 거물인 존 메케인 가족의 바이든 지지선언, 그리고 공화당 주지사들의 잇단 반란들이 내분을 심화하게 한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도 아니었고 공화당과 민주당, 혹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도 아닌듯하게 보였다. 친 트럼프와 반 트럼프의 대결로 보였다. 어떤 의미에서 트럼프의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이 아니었을까.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이 최악의 후진 정치를 보여준 것은 바로 분열과 분노 때문인 것이다. 선거의 룰을 바꾼 것도 한 몫하였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사전투표를 쉽사리 합의해 준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나라와 한국교회로 조명을 해 보았다. 지금 인권위와 정의당이 추진하려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조금이라도 잘못 양보하면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나라에 돌이킬 수 없는 병리현상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뿐 아니라 한국교회도 분열을 거듭하면 자멸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교계 안 이건 교계 밖이건, 전략과 정책보다 퍼스널리티(인간성)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렇게 위기에 처한 미국을 구원하기 위하여 미국교회와 크리스천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아니, 우리 대한민국도 분열과 분노 속에 앵그리 코리아로 가고 있지는 않는가.” 며칠 동안 이런 생각 속에 잠겨 있었다.

얼마 전 프레스센터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나는 코로나19 사태 중 한국교회가 방역에 최선을 다했지만 선제적 대응을 못했던 것을 자성하며, 앞으로는 한국교회가 자율방역을 하고 정부는 지나치게 예배를 제재하지 않는 새로운 미래 포맷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표현을 어느 한 매체가 공개사과를 했다고 쓴 것이다. 오해가 빚어져 일부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긴 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정말 우리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노나 분열, 편 가르기보다는 자성할 것은 자성하고, 영적인 힘을 한곳에 모아 분노화되어가는 사회를 치유하고 국민적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교회는 성경적 가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보수 라인에 서야하고 보수적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나는 이 성경적 진리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이슬람 수쿠크법 반대,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종교인 과세 대처를 위해서 앞장서 왔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때도 예배 회복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하였고 정부를 향해서도 얼마나 항의를 하였는지 모른다. 물론 동시에 설득과 협상도 같이 하였다.

일을 해 보면 비판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 것처럼 분노하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참고 양보하고 화해하며 치유하는 일은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미국의 헌법가치를 그대로 이어받은 한국 사회와, 미국으로부터 복음을 전수받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설 때가 많다.

우리만은 앵그리 사회를 넘어서자. 또 앵그리 처치를 극복하자. 분노와 비판, 편 가르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비꽃은 자기를 밟은 자에게 오히려 향기를 풍긴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