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강연
Louis Berkhof의 자유주의 강연

루이스 벌코프 | 박동근 역 | 고백과문답 | 223쪽 | 16,000원

메이천(J. G. Machen, 1881-1937)의 <기독교와 자유주의(Christianity and Liberalism, 1923)>는 여러 번역자들이 번역했지만 그렇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와 자유주의>는 매우 중요한 신학 변증서이다. 독자들이 쉽게 익히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번역자들이 번역을 시도했고, 지금도 시도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용의 가치가 매우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김남식 박사의 양해를 받아 메이천 박사의 <바울 종교의 기원(The Origin of Paul's Religion, 1921)>을 편집하고 있다.

그런데 벌코프 박사도 ‘자유주의’ 변증 도서를 집필한 적이 있다. 고백과문답에서 박동근 박사의 번역으로 이번에 소개됐다.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은 ‘Aspects of Liberalism(1951)’을 번역한 것이다. <자유주의의 양상들>이 문자적 원제인데, 편집자가 <자유주의 강연>으로 의역했다.

벌코프 박사의 저술 제목은 메이천 박사의 저술 제목과 내용에 비교해서 상당히 온화하다. 그리고 비판하는 내용과 방향성도 같지 않다. 그리고 자유주의에 대해 김용주 박사도 <자유주의 신학이란 무엇인가(좋은씨앗, 2018)>에서 간략한 정보를 소개하였다.

세 저자의 저서는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좋은 변증 저술이다. 그 중 메이천 박사의 저술이 가장 예리하고 명확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벌코프 박사의<자유주의 강연>을 소개하려 한다.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이 <기독교와 자유주의>보다 더 많은 판매도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먼저 고백과문답이라는 출판사는 장로교 신학과 정치를 구현하려는 목적이 있는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백과문답의 저서를 구입하고 지원하고 관심을 갖는 것 자체로 장로파에 대한 인식과 지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벌코프 박사는 장로파 신학자가 아닌 CRC(개혁파) 사역자이다. 그런데도 고백과문답에서 이 책을 출판한 이유는 ‘자유주의’에 대한 좋은 변증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벌코프 박사는 특이하게 저술 내용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언급한다. 번역자인 박동근 박사는 신학 용어들을 잘 알기 때문에, 독자가 신학 어휘들을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도록 영어 어휘를 병용해 주었다.

루이스 벌코프(Louis Berkhof, 1873-1957)의 <자유주의 강연>은 학문 활동 말년에 쓰여진 것으로, 그의 신학 여정을 총정리하는 성격이 있다.

벌코프 박사는 해석학 등 신약학자로, 조직신학을 강의한 이력이 있다. 자유주의 시대의 마지막에서 자유주의를 정리한 것인데, 70여년 뒤인 지금 우리에게 준 예언적 저술로도 읽힌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그 시작점에서 차근하게 변증하고 있다.

그가 첫째로 변증한 분야는 다소 놀랍게도 ‘사회복음’이었다. 그리고 고등 비평과 진화론에 대해 명확하게 비평하는 견지를 제공하고 있다.

메이천 박사는 과거에 대한 명료한 분석을 근거로 비판했는데, 벌코프 박사는 현재 모습에서 미래에 펼쳐질 교회에 예측되는 사안을 변증하고 있는 것 같다. 벌코프 박사가 제기한 모든 문제는 우리에게 직면하고 있고, 우리는 혼돈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벌코프 박사는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강조한 면이 특징이다. 그의 신학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근거하여 진행한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생애보다,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벌코프 박사는 웨슬리, 청교도주의 등을 포괄시킨 진영을 이루고 있다. 아마 자유주의 신학을 거부하는 공통 진영인 근본주의에 대한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칼 바르트의 전적 타자로서 신에 대한 교리를 거부하는 것도 우리 시대에 나타난 현상 중 하나이다. 벌코프는 바르트주의를 거부한다고 밝힌다. 그런데 바르트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약하다. 동시대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의 평가는 지난 세대에게 비판을 받을 것이다.

루이스 벌코프
▲루이스 벌코프.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을 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학자의 마지막 저술이 그 학자의 전부이다”는 것이다.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마지막 저술은 <하나님의 인간성(1956)>이다. 그래서 그의 신학이 초월주의 신학이었을까? (초월의 내재)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벌코프 박사의 <자유주의 강연>은 그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근거해 죄 사함과 영생을 구하는 복음과 세속화의 파고에 대항한 노력을 볼 수 있다.

자기 신학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진리에 대해 단호함을 선언한 것이다. 인간은 인식 안에서 자기 규정을 한다. 인식 밖의 것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때문에 판단을 보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자기 인식 안에서 최선을 다해 규정하고 보수하며 정진해야 한다. 그 정진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교회 사역자의 큰 의무 중 하나이다.

우리는 믿음의 사역자인 벌코프 박사의 신학 정진의 마지막 작품을 볼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매우 간략한 내용의 저술로 만나, 신학 내용과 함께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주의 강연>은 신학자의 신학 내용과 함께 감정까지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