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 한반도 평화 공동선언문 발표
한반도에 사랑과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평화 증진 촉구

한국기독교학회
▲회장 왕대일 교수가 폐회예배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학회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왕대일 교수) 제49차 국제·국내 정기학술대회가 ‘한국전쟁 70주년: 상처와 절망에서 희망을 말하다’를 주제로 10월 30일 새문안교회와 일산광림교회에서 온라인 개최됐다.

이번 정기학술대회에서는 6·25 70주년을 맞아 남북 분단에 대한 좌우 이념 시각을 가진 다양한 학자들을 초대해, 미래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공적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기독교학회는 이날 ‘한국전쟁 70주년 한반도 평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의 신학자들은 한반도의 남북 간 대립을 종식하고, 통일로 향하는 미래를 하나님께 위탁하며, 교회와 사회, 그리고 역사에서 신학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 땅, 한반도에 속히 오도록 화해와 평화의 신학을 선포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하나님 나라가 한반도 이 땅에서 사랑과 정의로 이루어짐을 믿는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전 세계에서 모든 폭력과 살상, 파괴가 중지돼야 함을 촉구한다 △제2의 한국전쟁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말아야 하고, 이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지속할 것을 촉구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한다 △남북 양측의 실제적 평화 증진을 촉구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제도화를 촉구한다 △신학자들은 이를 위해 화해와 평화, 통일 신학의 길잡이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등을 천명했다.

주요 강연자로는 4명이 초청됐다. 위스콘·메디슨대학의 동아시아 센터 부소장 데이비드 필드(David P. Fields) 교수는 ‘단순한 종잇조각: 1882년 한미조약, 이승만, 그리고 한국의 분단’, 평화학자인 일본 도쿄대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교수는 ‘정부 수립 72주년, 한국전쟁 발발 70년, 한일수교 55년, 한국 그리고 일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각각 오전 시간 발표했다.

오후 국내 학자로 제35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고려대 현인택 명예교수가 ‘전쟁을 넘어, 평화통일을 향해’, 연세대 박명림 교수가 ‘세계의 상처받은 치유자, 한국: 한국전쟁과 한국문제와 세계위기, 인간생태계·생명생태계·평화생태계·행성생태계를 위하여’를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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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필드 소장이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학회
데이비드 필드 교수는 “1905년 한국을 포기하기로 한 결정과는 반대로, 미국은 1945년 한국에 계속 관여하기로 했다. 이승만은 이를 위해 압박과 로비를 펼쳤다”며 “이승만은 미국이 40년만에 입장을 변화하도록 직접 이끌지는 못했지만, 미국 사회의 변화를 인식하고 1882년 한미 조약과 같은 이슈들을 선택할 만큼 충분히 영리했다”고 밝혔다.

필드 교수는 “한국에서 기독교의 역할은 넓은 의미에서 사회를 개방적으로 만든 것이다. 일본보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 등 다문화 문제에 관해 더 개방적이지 않나”라며 “기독교는 세계 종교로, 이는 일본의 신도와 전혀 다르다. 기독교를 믿는 것 자체가 세계와 연계하는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개방성이 한국 사회에서 뿌리내리는데 기독교가 크게 공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미야 다다시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고,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은 도리이다. 사이 안 좋은 이웃과 산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서로가 완전히 다르고 비대칭적이었다면 그다지 민감해지지 않겠지만, 대칭적 관계가 되어 경쟁의식이 강해지면 서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특히 일본은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역사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 같은 역사가 지금 당장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에 대한 괴리 또한 갈등이 있다는 것과 쉽게 연계된다”며 “어떻게 보면 실제 이상으로 필요 이상으로 그러한 갈등 또는 괴리를 서로가 의식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 한일관계는 그러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현인택 교수는 “6.25 70주년을 맞았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 평화도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능력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고, 김정은 정권의 군사적 모험주의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전광석화처럼 이룰 묘책은 없다. ‘미북간 빅딜’이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어설픈 회담으로 끝나버렸다. 이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의 경제·사회 체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 교수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3가지 조건’을 소개했다. 첫째 ‘냉전→ 탈냉전’ 정도의 국제질서 근본적 변화, 둘째 북한의 급진적 또는 점진적 변화, 셋째 북한 급변사태시 대처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 등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능력은 단지 경제적 능력뿐 아니라 외교, 군사, 그리고 국내 정치 안정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라며 “국민이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다면, 아무리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6.25 전쟁으로 시작된 한반도 역사의 질곡을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더 깊은 갈등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며 “이것을 푸는 유일한 길이 바로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과 그로 인한 오랜 세월의 상흔을 치유하는 길은, 한반도 평화통일로 남과 북 주민이 모두 사람다운 생활을 영유하는 ‘사람 사는 나라’를 만듦으로써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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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교회에서 정기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학회
박명림 교수는 “한국에서는 지금 개인과 전체가 함께 살아가는 국가, 산업, 생존, 생명 생태계와 인간 생태계가 명백히 붕괴됐다. 출산절벽은 곧 실존절벽과 생명생산 중단으로 인한 생명절벽, 인간절벽이며, 이는 곧 국가절벽과 같은 말”이라며 “순수 인구요인만 따진다면, 현재의 국민 숫자만큼 수입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초대통령제로 불리는 권력집중 상태에서는 갈등 해결의 길이 없다. 의회책임제-지방자치제(연방국가)들은 거의 모두 선진민주국가들이다. 선진국이기 때문에 의회제-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회책임과 지방자치를 확고히 실행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된 것”이라며 “그 나라들의 집합적 실존은 조용하고 갈등이 적다. 삶이 아주 정온하고 평안한 나라들도 많다. 국가에 따라 삶이 다른 것은, 나라가 곧 삶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필리핀, 러시아, 터키, 한국의 공통점은 중위소득 (중진국가) 함정을 넘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가 권력독임제(대통령 책임제)의 국가들인 동시에 빈부격차와 갈등지표가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권력분배가 안 되어 있는데 자원분배가 가능하고, 권력과 자원이 분배가 안 되어 있는데 갈등 없이 자유·안정·평화가 가능할 수 없다. 이는 근대 혼합정체/공화정부론은 물론, 아리스토텔레스 혼합정체론/정치경제학의 기저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해결책으로는 “마을평화를 향한 ‘자치’, 국가평화·사회평화를 향한 ‘혼합정체/공화정체/연합정체’, 이 둘에 바탕한 자유국가들 사이의 ‘연방’은 궁극적인 세계평화·인류평화를 향한 거의 완전한 구상”이라며 “지역과 세계평화를 위해 근대 미국헌법의 교부들, 칸트, 빅토르 위고, 안중근, 처칠, 마오쩌둥 등은 매우 구체적이고 선명한 공화주의 연방평화 구상들을 제안했다”고 제시했다.

또 “안중근을 포함한 이들의 공화주의 연방평화 구상은 하나하나씩 매우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크다. 물론 이 연방은 지역연방일 수도, 세계연방일 수도 있다”며 “마을자치공화국/기초공화국에서 출발해 중앙 혼합정부/공화정부/연립정부를 거쳐 지역과 세계의 자유공화국 연방에 이르기까지, 자치-연합-연방을 탄탄하게 잇는 일련의 세계평화 생태계·인류평화 생태계를 향한 일반이론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한국구약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조직신학회,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한국교회음악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한국문화신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등 14개 학회별 발표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