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교권주의 팽배했던 영국 땅에서 일어난
신실한 그리스도인 공동체, 성경으로 돌아가다
교단 전통이나 관례보다 하나님 말씀 따라가야

기독교 형제단의 역사와 믿음
기독교 형제단의 역사와 믿음

김종만 | 밀스톤 | 66쪽 | 3,000원

한국 기독교 교단 수는 374개라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교단별로 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의 성도는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등 큰 규모의 교단 이름을 알고 어느 정도 그 정통성과 교리적 안정성을 신뢰한다.

하지만 한국 교계를 넘어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문제가 종종 상대적으로 안전한 교단에서 일어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단의 세칭 ‘자정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결국 교회의 교리적 안정성과 실천적 건전성은 개교회가 얼마나 성경의 원리와 가르침에 충실한지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교단은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그래서 거대 규모의 교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가령 메노 시몬스를 기념하는 논문인 ‘다른 터는 없나니’(메노 시몬스, 대장간, 2018), 아나뱁티스트의 정체성을 설명한 ‘아나뱁티스트 신앙의 씨앗으로부터’(아놀드 스나이더, 대장간, 2020) 등 과거 교회사에서 이단으로 규정돼 바른 교리와 신앙까지 한꺼번에 묵살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최근 지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친 교파로 한국 교계에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교파 중 하나는 기독교형제단(Christian Brethren)이다. 교리적으로 세대주의 종말론을 창시한 다비와 ‘기도의 사람’으로 알려진 조지 뮬러, 20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신약학자 F. F. 브루스와 에콰도르에서 순교한 선교사 짐 엘리엇, 리처드 도킨스에 맞서 성공적인 변증을 한 존 레녹스 등이 여기에 속해 있다.

정인택 목사는 나침반 출판사에서 기독교형제단의 역사를 <형제들의 모임 교회사>(2019)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는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가 추천사를 남기며 기독교형제단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기독교형제단의 역사와 믿음>이라는 소책자의 저자는 김종만 교수로,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신경과학과 물리치료학 분야에서 저명한 저자이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자의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며 객관적 시각으로 소개하는 기독교형제단의 역사와 믿음을 66쪽의 명료한 설명으로 얻을 수 있다.

기독교형제단의 시작은 1827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안토니 그로브스가 제안한 형제 운동인데, 그는 세 가지 원리를 실천하기 원했다.

첫째 “그리스도인들은 매 주일 함께 ‘주의 만찬’에 참여할 자유가 있다”, 둘째 “그리스도인이라면 교파와 교단의 장벽을 넘어서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 셋째 “모든 신자는 성령께서 주신 은사로 사역해야 한다(18쪽)”.

이 원리들은 모두 성경에서 도출한 것으로, 주께 받은 명령대로 ‘떡을 먹으며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을 강조하고(고전 11:26),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연합을 지키고(갈 3:28),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신’ 은사의 원칙과 활용을 독려한다(고전 12:25).

무엇보다 기독교형제단은 성경의 무오성과 권위를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신뢰한다. 복음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데, J. I. 패커는 “기독교 형제단교회 전체가 다 복음주의자”라고 평가했다(12쪽).

한국 교계에서 이단처럼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세대주의 종말론’ 역시 미국 교계에서는 존 맥아더 목사나 대럴 벅을 비롯한 댈러스 신학대학원 교수진 등 실력 있고 저명한 목사와 교수들이 지지하는 성경적 종말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시한부 종말론이나 이단이 자주 악용하는 세대주의적 관점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을 뿐이다.

김종만
▲저자 김종만 목사. ⓒ유튜브
기독교형제단이 한국 교계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 중 하나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극단적인 구분이 아니라, 은사로서 목사의 직분을 인정하고 평등과 질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이다.

성화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교회 정치엔 언제나 문제가 있기 마련이지만, 성경이 말하는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자매임을 늘 잊지 않고 실제 교회 생활 가운데 실천하는 기독교형제단의 원칙은, 목사가 왕처럼 군림하여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로부터 교회를 자유롭게 한다.

기독교는 성경이라는 절대 진리를 추구하면서 배타적인 성향을 갖는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성경에 대한 견해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에 있어, 서로를 돕는 방식이 아닌 싸워서 무너뜨리려는 방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에게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5)”라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개혁주의 신학과 복음주의 원리가 진리를 추구하는 노력을 통해 지켜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옛날 이단적인 극단의 아나뱁티스트와 함께 성경적인 공동체까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제거하고 소수의 신실한 형제자매를 쉽게 판단하며 정죄한 것과 달리,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공동체가 그리스도께 받은 사랑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필자는 1965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유평마을에 기독교형제단 출신 선교사를 통해 뿌려진 복음의 열매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른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존 맥아더 목사가 총장으로 있는 마스터스 신학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교단의 정체성이 아닌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려 했고, 지금도 기독교형제단 자체보다 그들이 추구했던 성경적 원리를 소중히 여기고 실천해나가고 있다.

한국 교회의 위기설이 흘러나온지 오래지만, 그 해결책은 결국 성경의 원리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크고 작은 교단의 시작이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경으로 돌아가는 운동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독교형제단의 역사와 믿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역시 19세기 교권주의가 팽배했던 영국에서 신실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어떻게 성경으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우리가 절대 잊지 말고 고수해야 할 초심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단의 전통이나 관례에 매이기보다 언제나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막 7:8)”는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의 꾸짖음이 아니라,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마 25:21)”라는 칭찬을 받지 않을까?.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