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론 최고 전문가 2인 사이 발생한 논쟁 의미?
모든 과학자들 동의한 ‘확립된 과학 이론’ 아니더라
우주의 기원,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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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론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증거로 늘 우주배경복사가 인용되어왔다.

우주배경복사란 우주가 빅뱅을 일으키고 나서 팽창하면서 처음의 뜨거운 열이 냉각되면서 지금은 우주 전체에 적외선의 전자기파 형태로 퍼져 있는 것을 말한다.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로는 주로 우주 속의 수소와 헬륨의 비가 3:1이라는 것과 우주의 팽창, 그리고 우주배경복사이다.

앞의 두 가지는 사실 결정적 증거로서는 부족하며, 다른 우주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우주배경복사는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로 인식되어 왔다.

여기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말은 우주가 대폭발하자마자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가 우주가 급팽창을 일으켰다는 것을 말한다.

MIT 교수 구스는 그 이전의 단순한 고전적 빅뱅 이론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일약 우주론 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우주배경복사는 초기 우주의 인플레이션과 우주론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관측 자료이기 때문에, 미 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1989년 코비(COBE) 인공위성, 2001년에 WMAP 위성에 이어 2009년에서 가정 정밀한 성능을 갖는 플랑크(Planck) 위성을 지구 상공에 올려 4년에 걸쳐 정밀하게 측정하였다.

<그림 1>은 플랑크 위성이 측정한 우주배경복사의 분포도이다. 여기서 타원으로 표시되는 전체 영역은 곧 전체 우주를 나타내고, 그 속에서 붉은 부분은 우주 속에서 온도가 약간 높은 부분을 나타내고, 푸른 부분은 온도가 약간 낮은 지역을 나타내며, 평균 온도 차이는 약 0.003도이다.

미세하지만 이런 온도 편차 때문에 은하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고,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중요한 관측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림 1>의 아래 그림은 세밀한 온도분포를 나타내는 위 그림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온도 편차를 약간 더 넓은 영역 단위로 다시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우주의 우측 아래 매우 광범위한 부분에서 더 온도가 높아 왼쪽 부분과 온도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을 우주배경복사의 비정상 분포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거의 우주의 우측 절반이 좌측 절반보다 더 온도가 높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확인되었다.

NASA 우주배경복사 플랑크 위성 비정상 분포 빅뱅
▲그림 1. 2013년 플랑크 위성이 정밀하게 측정한 전체 우주배경복사 지도(위)와 우주배경복사의 비정상 분포(아래). 붉은 부분은 높은 온도를 나타내고 푸른 부분은 낮은 온도를 나타내며 그 차이는 평균 0.003도 정도이다. ⓒNASA
무질서한 빅뱅이라는 대폭발의 결과 우주의 절반은 온도가 더 높고, 나머지 절반은 온도가 낮다는 것은 어떤 물리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상식적으로 미세한 온도 편차는 허용되지만 우주 전체의 평균 온도는 반드시 같아야 하는데, 이러한 우주배경복사의 비정상 분포를 확인한 플랑크 위성 연구원은 기존 인플레이션 이론으로는 비정상 분포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또 플랑크 위성의 측정 결과에 대해 인플레이션(급팽창) 빅뱅 이론의 최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30년 동안 빅뱅 이론을 연구한 프린스턴 대학의 슈타인하르트 교수를 비롯한 몇몇 전문가들은 플랑크 우주배경복사 데이터를 보면, 그동안 광범위하게 지지되어 오던 인플레이션 초기 조건에 대한 가정도 틀렸다고 주장하였다.

또 그들은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으로부터 유도되는 중요한 결과인 다중 우주론도 플랑크 위성 측정 결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 우주론의 대세인 인플레이션 빅뱅이론과 다중 우주론 모두 틀렸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의 제창자인 구스 등은 강하게 반발하였다. 비록 인플레이션 이론에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최근의 더 발전된 ‘최신의 인플레이션 이론’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구스의 반발에 대해서 슈타인하르트는 ‘인플레이션 이론의 분열’이라는 제목의 반박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구스가 이미 틀린 것으로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각종 천문학 교과서 등에서 가르쳐져 온 ‘표준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과 ‘최신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을 주장하여 과학계를 혼동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슈타인하르트는 구스가 주장하는 최신의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을 ‘포스트모던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이라고 명명함으로써 비꼬기까지 하였다. ‘포스트모던’이란 말은 철학적 용어로써 과거 오랜 기간 잘 정립된 진실을 부정하고, 상대적으로 최신의 유행을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슈타인하르트가 과학 이론인 인플레이션 빅뱅이론에 ‘포스트모던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구스가 최근까지도 천문학 교과서나 일반에게 광범위하게 잘 알려져 온 표준 인플레이션을 스스로 부정하고 최신의 새로운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을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슈타인하르트는 이 ‘포스트모던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이 일반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에게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는 세 가지의 변수만 사용하면 어떤 관측 결과도 이 이론과 일치하도록 조정될 수 있으므로, 그보다 더 많은 조정 변수를 사용하는 최신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고까지 말하였다.

사실 과학자 사회에서 상대방의 과학 이론을 이렇게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그동안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빅뱅 이론이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에도 너무 일방적인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동시대에 함께 인플레이션 빅뱅 이론을 연구한 최고의 두 전문가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 논쟁이 의미하는 것은 아직 빅뱅 이론이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확립된 과학 이론이 아니며, 아직 수많은 난제가 남아있는 가설이라는 것이다.

또한 심오한 우주야말로 하나님의 창조 비밀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기원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현대 과학의 범위 밖에 있으며,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 앞에서 여전히 우주의 기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할 것이다.

권진혁 교수(영남대학교 물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