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은 정권 유지에 위협적 문화로 간주돼
칠골교회 등은 대외용일 뿐 북한 주민 접근은 불가
기독교 신앙 이유로 연좌제 적용한 경우 다수 확인

한국미래이니셔티브
▲북한 내부 자료. ⓒ한국미래이니셔티브

한국미래이니셔티브(대표 마이클 글렌디닝)가 27일 국제 종교 자유의 날을 맞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 실태’를 보고했다. 이날 보고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인권조사 디렉터 유수연 씨와 인권젠더 디렉터 강혜주 씨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조사관들은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자유 침해 생존자, 증인 및 피해자를 대상으로 117건의 대면 인터뷰를 했다. 사건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를 바탕으로 하며, 인터뷰는 김정은 정권 이후 종교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자 2011년 이후의 탈북자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273명의 종교 자유 침해 피해자, 54명의 가해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교 자유 침해 피해자는 3~80세의 연령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 중 여성 비율이 60%를 차지했다. 종교 자유 침해 피해자 중 215명은 기독교, 56명은 무속신앙, 2명은 기타 종교 신자이다. 가해자 중 34명에 대해서는 실명과 계급, 위치, 식별 정보 등을 입수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 혐의로 기록된 내용은 종교적 행위 149건, 중국 내 종교 활동 110건, 종교적 물품 소지 78건, 종교 관계자와의 접촉 77건, 예배 장소 방문 72건, 포교 행위 22건이다. 한 명의 피해자가 다수의 범죄 혐의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한 종교의 자유 침해 유형으로는 임의적인 체포 244건, 임의적인 구금 195건, 임의적인 투옥 125건, 임의적인 심문 111건, 강제송환 79건, 연좌제 적용 36건, 고문 및 지속적 신체 폭행 36건, 성폭행 32건, 처형 20건, 공개재판 및 공개폭로모임 19건이다. 이 중 대부분의 피해자가 복수의 침해 사건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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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침해 사건들은 85개의 북한 전역 및 중국 내 시설에서 발생했다. 시설로는 북한 정부기관 25곳, 북한 구류장 21곳, 중국 구금시설 10곳, 북한 집결소 8곳, 사형 및 공개재판·폭로모임 장소 7곳, 북한 교화소 6곳, 북한 노동단련대 5곳, 북한 정치범수용소 2곳, 그리고 북한 구금소 1곳이다.

다수의 침해 사건이 발생한 시설들은 평안북도 신의주 도보위부 구류장(64건), 함경북도 청진 도보위부 구류장(42건), 단동 변방대 구류장(34건), 함경북도 온성 군보위부 구류장(26건), 함경북도 청진 수성 정치범 수용소(22건)이다.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76명의 피해자는 여전히 북한 구금시설에 구금되어 있거나 그렇다고 추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조사관들은 “기록된 사례마다 피해자의 신앙, 혹은 종교와 관련된 요소가 침해 발생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북한의 기독교인의 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피해자들 중 기독교 신자 수가 비교적 높았다. 무속신앙과 달리 기독교는 정치범으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기독교는 조직화된 신앙 체계를 가지고 있고 북한 정권 유지에 위협적 문화로 간주되고 있었다”며 “성경을 소지한 것이 발견되면 정치범으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종교와 관련된 것이 분명한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고, 성경을 소지한 것이 의도성이 없을 경우 교화형 5년 등의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아울러 “평양의 칠골교회, 장충성당 등 종교시설이 존재하지만, 북한 주민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외국에서 손님이 왔을 때 표면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응답을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며 “북한의 지하교회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지하교회가 발견돼서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는 답변들이 있었다”고도 했다.

또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는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고, 그 후 목격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몇 년 형을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치범수용소에 가면 다시 볼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연좌제, 가족이 잡혀가는 경우도 있었다. 연좌제의 경우 이번 인터뷰 조사에서 36건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 측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양도불가한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으로서 북한 주민들도 그 기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이러한 자유에 대한 침해는 북한 주민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보편적인 원칙에도 큰 위협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에 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를 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합한 조치를 지원하고자 한다”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 등 종교 박해에 대항하기 위한 최근의 이니셔티브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막고 관련 가해자들을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마그니츠키 법안과 같은 새로운 국가적 메커니즘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지난 2019년 북한 인권 조사 및 기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오는 2022까지 데이터를 수집해, 주기적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 열람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익명으로 처리되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정책 입안자, 언론인, 연구 단체, 학자 및 대중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