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8일 스페인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공항에서 병아리 2만 6천 마리가 먹이도 없이 방치돼 대부분 죽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대표 김영한 박사, 이하 샬롬나비)이 시대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샬롬나비는 26일 논평을 통해 “이번 소식을 통해 오늘날 동물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동물의 생명도 귀하고 하나님의 주권 아래 놓여 있는 귀한 생명임을 다시금 생각한다”고 밝혔다.

샬롬나비는 “모든 동물의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창조자의 절대적 주권 아래 있음을 알면서 존중해야 한다”며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speciesism)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 창조질서에 대한 청지기적 사명에 응답해야 한다”며 “인간은 단순히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그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응답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를 ‘2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을 게시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우리의 의식 속에 모든 것을 돈으로 살고 팔 수 있다는 의식이 너무나 깊게 배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생명의 유기적인 연결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여 함께 행복한 공존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모든 가축과 동물은 인류의 단지 식량이나 수단이 아닌 인간 삶의 동반자들이다.
인간은 동물 생명의 청지기로서 생명외경 사상에서 동물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서 지난 2020년 10월 8일 병아리 2만 6천마리가 방치되어 죽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번 소식은 미국 CNN 등 전 세계 언론에 방송되었고 방송들은 종이 상자로 된 우리에 담긴 병아리들이 방치된 것을 보도했다. 공항에서 발견된 병아리들은 알에서 부화된 지 며칠 되지 않았고, 추위 속에서 떨다가 죽었다. 현지 경찰들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무려 6000여 마리는 이미 죽어있는 상태로 발견되었고, 심지어 살아남은 병아리들이 3천여 마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동물 보호단체들이 살아남은 병아리들을 입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소식을 통해 오늘날 동물 생명에 대한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동물의 생명도 귀하고 하나님의 주권 아래 놓여 있는 귀한 생명임을 다시금 생각하면서 샬롬나비는 다음과 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 논평한다.

1. 모든 동물의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창조자의 절대적 주권 아래 있음을 알면서 존중해야 한다.

모든 가축과 동물의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들이다. 성경에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마 10: 29)고 말한다. 모든 생명 심지어 아주 작은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것이다. 자연 안에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안에서 생명을 유지해 간다. 우리가 동물의 생명을 대함에 있어서 이들도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동시에 창조자의 섭리에서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보존사역에 함께 하는 만물의 청지기들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보존사역에 함께 하고 관리하는 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물은 그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으며 자연의 거대한 질서 안에서 모든 생명은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과정에서 이미 예정된 상태로 만들어진 소중한 피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자연 또는 동물의 생명에 대해 지배나 소유의 관계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물로서의 경외심을 가지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2.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주의(speciesism)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과거 동물에 대한 지위에 관한 논의들은 인간중심주의에 묶여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 오직 인간만이 존엄한 존재라는 종차별주의(speciesism)에 대해 비판하는 흐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호주 츨신 생명 윤리학자 피터 싱어(P. Singer)는 “오직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의 종(種)만이 존중의 대상이 된다”는 종차별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으며, 그러므로 인간은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시편 기자는 말한다: “사람은 존귀하나 장구치 못함이여, 멸망하는 짐승같도다”(시 49:12). 인간은 존귀하게 지음받았으나 자기 분수를 알지 못하면 짐승과 다름없다.

과거 우리는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해 동물을 지배하는 대상으로 간주했었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는 동물을 반려의 존재로 간주하는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동물에 대한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의 존재 또한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인간 중심적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 아래 있는 모든 생명의 가치는 평등하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동물을 다스리는 권한을 부여하신 것은 그들을 지배가 아닌 보호와 보존을 위한 책임을 다하라고 한 것이었다. 인류는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 안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3. 하나님 창조질서에 대한 청지기적 사명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가 동물의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단순한 한 동물 개체의 생명을 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응답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계획과 창조 질서에 따라 모든 생명은 창조주가 부여한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 자연의 질서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참여한다. 그 어느 것 하나 자연에서 동떨어질 수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존재들이다. 만약 어떤 한 존재가 자연과 분리되는 순간부터 그 존재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단순히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그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응답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해 청지기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을 대함에 있어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보존을 위해 귀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자연의 모든 생명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 심지어 낙엽 하나도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는 것처럼 어느 생명 하나도 쓸모 없는 것이 없고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그 나름의 역할을 가진다. 인간의 역할과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청지기적 사명을 가지고 보존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가진다.

4. 생명 경시에 대한 비판태도와 동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스페인 공항의 병아리 방치 떼 죽음 사건에서 보듯이 동물의 생명에 대한 생명경시의 풍조가 갈수록 만연하고 있다. 특히 반려견 천만 시대에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동물 생명의 경시에 대한 성찰이 절실해 보인다. 가축들이 우리의 생명을 영위하는데 양식으로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생명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갓 부화한 병아리는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위임한 생명들이다. 이들은 단지 인간의 식량임을 넘어서서 그 자체의 생명 가치가 있다. 이들에게 고통이나 학대를 가하는 것은 인간 답지 못하는 잔인한 행위다.

모든 생명은 그 존엄에 맞게 대우해야 한다. 우리가 가축을 포함해서 바닷가의 생물들을 대함에 있어서 단순히 그들 존재가 우리 삶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로만 간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그들을 무분별하게 처분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우리가 그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다룰 때,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생길 수 있다. 동물이나 가축을 대할 때 우리는 제한적 범위 안에서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그들의 생명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5. 동물은 인류의 수단이 아닌 인간 삶의 동반자들이다.

동물은 결코 인간의 수단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은 하나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특히 살아있는 존재, 모든 자연의 생명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했던 말 그대로 ‘자연적’인 것들이다. 자연은 하나님의 섭리와 창조에서 비롯되었다. 자연 안에서의 모든 생명을 임의로 다루거나 수단으로 대할 때, 우리는 그 존재를 목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임의로 다루는 것과 관련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생명의 가치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자연에 대한 생명의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게 대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길을 걸을 때, 발람 선지자의 길을 막는 당나귀가 있었다. 발람이 지팡이로 때리자 나귀는 발람에게 하나님의 명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민22:30~22). 성경에서 동물도 하나님의 쓰임이 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자연의 모든 생명은 가치가 있고 스스로의 목적적 존재가 된다. 우리가 동물을 대할 때, 수단이 아닌 반드시 목적으로 대하고,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생명을 대하는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6. 동물들의 생명을 존중할 때 인간생명 존중사상도 깊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동물들의 생명들을 경시할 때, 그 과정에서 생명 자체를 경시하는 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생명 자체를 경시하게 되면, 인간들의 생명도 경시하게 된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를 ‘2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을 게시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우리의 의식 속에 모든 것을 돈으로 살고 팔 수 있다는 의식이 너무나 깊게 배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인간들이 동물들이 필요 없을 때에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생명도 필요성에 따라 생각하게 될 위험성이 아주 높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과 함께 동물들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명존중 사상을 가지며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갈 때, 인간 사회에서도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생명의 유기적인 연결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여 함께 행복한 공존을 이루어 나가야 하겠다.

2020년 10월 26일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