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없던 한국교회 문제점 돌아볼 귀한 기회이자,
공동체 내 ‘한 사람’의 성장 위해 합심하는 계기로
지속가능 목회, 냉철한 현실 인식과 신앙 갱신으로

인구 감소 교회 데블스 에드버킷
▲1997년 개봉작 <데블스 에드버킷>의 교회 예배 장면. 신자들이 교회를 가득 채우고 열렬히 기도하며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교회의 소멸: 인구 감소로 소멸되는 교회들

앞서 독일의 전문 연구를 통해 인구감소 추세가 교회 신자 수 감소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살펴봤는데, 이처럼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해 교회 신자 수가 비례적으로 줄어드는 서구 교회의 이미지는 미디어 콘텐츠 속에서도 자주 확인된다.

19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영화나 TV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교회는 신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 그려지곤 했다. 1994년작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나 1997년작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에 나온 교회가 그랬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선 오늘날에는 영화나 TV 시리즈에서 교회가 등장할 때 신자들이 가득한 예배 장면을 보기 어렵다. 대부분 어두침침한 예배당에 한두 명의 신자가 자리를 지키고 기도하는 적막한 장면이 교회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2018년 개봉된 영화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나 올해 초 공개됐던 TV 시리즈 <메시아>(Messiah)를 보면, 이런 추세가 분명하게 확인된다.

두 작품에 등장한 교회 모두 활기찬 예배 장면보다는 텅빈 예배당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신자 수 감소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할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심화되는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해 인구 유출이 심화되어 급격한 신자 수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미국 지역교회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이 단지 미국만의 일일까? 미국의 미디어 콘텐츠에 비한다면,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는 교회에 관련된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드물게 교회가 등장하는 경우 신자들이 열광적으로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자주 부각되곤 했다. 영화 <할렐루야>(1997)라든가 <밀양>(2007)까지만 해도 그랬다.

이런 장면들이 대부분 사캐즘(sarcasm)이긴 했지만, 적어도 한국교회가 열정적인 신자들이 모이는 공동체라는 세간의 이미지는 분명하게 반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독교회란 거의 대부분 가톨릭 성당인데다, 사람 하나 없는 어두컴컴하고 널찍한 대예배당에 주요 캐릭터 한둘이 기도하거나 고뇌하는 곳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도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묘사할 때 적막하고 텅빈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인구감소 시대의 한국교회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사안의 중대성이 가려지는 감이 있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에 위치한 교회들의 경우 지역 인구 유출로 인해 청년층 신자를 교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교역자도 늙었고, 신자들도 늙었다. 이대로 한 세대가 지나면, 아예 교회 자체가 사라질 곳이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최소 향후 50여년간 수도권과 서울 지역에서도 점차로 확산될 것이다. 확고한 신앙을 가진 청년층 신자를 양육하지 못한 교회들은 농촌이나 지방 중소도시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목회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인구 감소 교회 메시아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의 TV 시리즈 <메시아>의 교회 장면. 교회를 텅 빈 낡은 공간으로 그려내고 있다.

◈교회의 지속: 지속가능한 목회를 위한 노력

그 동안 한국교회는 믿음있는 전도자들의 헌신과 기도, 그리고 가정에서의 양육에 힘입어 자라나는 세대의 젊은 새신자들을 맞이해 왔다. 현재 많은 교회들의 봉사와 사역에서 중추를 맡고 있는 중장년층 교역자들과 신자 대부분은 유소년기, 아니면 최소한 청년 시절에 신앙을 갖고 교회의 일원이 된 이들이다.

믿음이라는 것이 반드시 오랜 기간을 거쳐야만 굳건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어리거나 젊은 시절에 신앙을 갖게 된 이들이 교회의 핵심 봉사자와 사역자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유소년, 청년층 전도 사역은 교회의 미래를 위한 생명줄과 같다.

근래 한국교회에 유소년층, 청년층 새신자 유입이 줄어들게 된 주된 원인으로 세간에 점차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교회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지목할 수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젊은 층의 인구 급감 역시 무시하지 못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비단 기독교회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니다. 국내에 자리잡고 있는 모든 종교들이 젊은 세대 신도 수 감소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는 기존의 성장 중심 목회 방식으로는 더 이상 목회 자체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신자 한 사람이 주변인 여러 사람을 전도해서 교회의 양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으로 여겨져 왔다. 이로 인해 교회 공동체에 새로 가입하는 이들의 수가 건강한 교회의 지표처럼 여겨진 시절도 있었다.

인구 감소 교회
▲2040년까지 대한민국 청년 인구 예상치.

반면 교회의 일원이 된 신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온전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지혜를 구하는 일에는 비교적 소홀한 감이 있었다. 일단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된 이후로는 주일예배와 주중 모임에 충실하면 별다른 결함이 없는 완전한 신앙인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교회들 사이에 고착되었다.

그리고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생활과 심령 전반을 믿음으로 지키는 일은 각자 방임에 가까운 자율에 맡기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것이 기독교인들의 신앙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전도 노력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역자와 신자들이 합심해 순전한 믿음을 지키려 노력하는 일부 소규모 교회들은 일정한 수준까지 신자 수가 급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전체로 봤을 때, 특히 중대형 이상 규모 교회들에서는 이전과 같이 신자 수가 급증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젊은 세대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중대형 교회들은 지속적인 다운사이징을 겪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중장년 신자 두세명 당 청년층 신자 한 명이 교회에 정착하는 상황이 고착화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중이다.

이처럼 세대가 지날수록 신자 수가 감소되는 상황에서는 교회 공동체 일원 한 명 한 명이 진정으로 소중해지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라는 명목 아래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정치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구가 줄어도 여전히 한 인격의 가치를 별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세태가 지배적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혁신 상황은 인간을 순전히 경제적 자원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자본주의적 가치 판단과 맞물려 인간의 존재 가치를 지속적으로 열화(劣化)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일반적인 세태와 달리, 교회는 진정으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AI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인간 실존과 영혼의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술혁신 추세를 바라볼 때 훗날 교회에서도 많은 업무들이 AI와 로봇에게 위임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순전한 믿음을 갖고 삶을 하나님께 위탁하는 신자 한 사람의 존재 가치는 AI와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없다.

향후의 인구 감소 추세, 특히 젊은 세대의 급격한 인구감소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의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할 사실은 교회 신자 수 증가가 곧 건강한 교회의 지표가 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처럼 수천, 수만 명 이상의 신자들이 출석하는 교회들은 한 세대가 지나면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대신 수십에서 수백 명의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교회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지난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진행되던 모습. 향후 한국교회는 중대형 교회보다 소규모 공동체가 주를 이루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크투 DB

그리고 각 교회들의 신자 수는 일정 수준까지 증가한 뒤, 증가세가 빠르게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의 절대치, 특히 청년인구 절대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는 필연적인 결과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교회의 지체가 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의 지식과 실천의 순도가 곧 건강한 교회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건강한 교회로 거듭나지 못하는 교회들은 인구 수 감소의 정황에 밀려 자연스레 소멸되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전체 신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이 한국교회에 결코 달가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한국교회 신앙 갱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동안 신자 수 증가와 교세 유지의 성과에 안주하던 한국교회 내부의 문제점 즉 신앙의 내실이 없는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자,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의 성장을 위해 서로 합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연도별 인구감소 원년으로 기록될 2020년 현재, 지속가능한 목회를 위한 냉철한 현실인식, 그리고 신앙갱신을 위한 의지와 노력이 각 교회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