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마음사전

김소연 | 마음산책 | 319쪽 | 12,000원

중요하게 생각하면, 가리키는 단어 많더라
영적 심장은 마음, 감정·생각·이성의 중심
작가, 마음 관련된 단어 천 가지 넘게 찾아

사람의 몸 안에는 장기들이 있다. 모든 장기들이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장기는 심장이다.

심장은 1분에 70-75번을 뛴다. 평균 312g밖에 나가지 않지만, 건강한 심장은 매일 7.570L의 피를 97.000km의 혈관을 통해 펌프질한다. 또한 트럭이 32km를 움직이고도 남을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런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멈추어 버리면 사람은 죽는다.

몸 안에 심장이 있듯, 사람에게는 영적 심장이 있다. 영적 심장은 마음이다. 마음은 사람의 감정과 생각과 이성의 중심을 상징한다. 곧 마음은 사람의 삶을 지휘하는 지휘본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성경은 마음이 생명의 근원이 된다고 말씀하고 있다. 그 만큼 마음이 중요함을 말씀하고 있다.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과 관련된 단어들이 언뜻 생각해 보아도 꽤 많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얼마나 될까?

베두인들에게는 ‘낙타’를 지칭하는 낱말이 천 가지도 넘는다고 한다. 이누이트들에게는 ‘눈’의 종류를 구별하는 어휘가 수십 가지 된다고 한다. 스콜이 매일매일 퍼붓던 적도 근처의 어느 뜨겁던 나라엔 ‘소나기’를 뜻하는 낱말들이 셀 수 없다고 한다.

마음과 관련된 단어를 천 가지를 넘게 찾고 정의를 한 사람이 《마음사전》을 쓴 김소연 작가다. 김소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을 나타내는 낱말이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 신기해하면서 출발한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의 결들에 비한다면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도착해 있다.”

마음과 관련된 단어를 천 개 이상 찾는 작업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한다는 것도 더 어려운 일이다. 생각의 깊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초능력급 마음의 결 구분하는 작가
마음 표현할 때 단어의 구분이 필요
비슷한 의미 단어들도 다르게 정의

김소연 작가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경주에서 목장집 큰 딸로 태어났다.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동네에서 사람보다 소 등에 업혀 자랐다. 그 후 서울로 이사했다.

그녀는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마음과 몸이 분리되지 않고, 따라서 이 일 하며 동시에 저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한 모노 스타일 라이프를 갖게 되었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강건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은 하기도 전에 몸이 거부하는 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관해서는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보인다. 고양이처럼 마음의 결을 쓰다듬느라 보내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도무지 아무데도 관심 없는 개처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데 천재적이라고 한다.

《마음사전》은 2008년에 출간된 꽤 오래된 책이지만, 아직도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는 책이다. 사전이라고 하면 왠지 딱딱한 느낌이 있다. 국어사전에 기록된 단어의 정의를 보면, 이해는 되지만 공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소연 작가가 정의하고 있는 마음의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이 된다. 또한 나의 마음을 표현할 때 단어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보통 사람들이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들도 김소연 작가는 다르게 정의를 한다.

이제 《마음사전》에 기록된 마음의 단어들에 대한 정의를 조금 살펴보자.

*유리와 거울: 차단되고 싶으면서도 완전하게는 차단되기 싫은 마음. 그것이 유리를 존재하게 한 것이다. 그러고 싶으면서도 그러기 싫은 마음의 미묘함을 유리처럼 간단하게 전달하고 있는 물체는 없는 것 같다.

가리면서도 보여줄 수 있는 것 때문에 유리로 된 용기는 두루 사용된다. 술병도 그러하고 화장품 용기나 약병 같은 것도 그러하다. 안에 있으면서도 밖을 동경하는 마음 때문에, 사람은 분명히 유리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안과 밖의 경계를 만들면서 동시에 허무는 것. 그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 때문에 유리는 세상에 존재하고 있고, 그렇게 단순하게 안과 밖 혹은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닌 것들로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유리는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유리의 뒷면에 수은을 입히면 거울이 된다. 유리는 빛을 투과하고, 거울은 빛을 반사한다. 유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투시하게 한다면, 거울은 우리가 무언가를 반영하게 한다. 반사하고 반영한다는 점 때문에 거울은 오래 들여다보는 이에게 거울의 이면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정확한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풍경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유리를 통해 우리는 빛의 길을 따라‘갈’ 수 있다면, 거울을 통해 우리는 빛의 길을 따라‘올’ 수 있게 된다.

사랑 하트
▲ⓒPixabay
*소망과 희망: 소망은 지니고 태어나고, 희망은 살면서 지니게 된다. 소망도 희망도 우리의 힘만으론 이루기 어렵다. 희망은 행운이 필요하고 소망은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

*동정과 연민: 동정은 행동으로 표출되고 연민은 마음으로 표출된다. 동정보다는 연민 때문에 우리는 더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묶인다. 마음이 묶여버려서 연민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쾌, 상쾌, 경쾌, 통쾌: 유쾌한 사람은 농담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며, 상쾌한 사람은 농담에 웃어줄 줄 알며, 경쾌한 사람은 농담을 멋지게 받아칠 줄 알며, 통쾌한 사람은 농담의 수위를 높일 줄 안다.

*슬프다: 슬픔은 모든 눈물의 속옷과도 같다. 무슨 연유로 울든 간에, 그 가장 안쪽에는 속옷과 같은 슬픔이 배어 있다.

*허전하다: 상실감 같은 것. 무엇인가 있다가 없어진 상태, 혹은 있기를 바라는 그것이 부재하는 것. 그래서 허전함에는 무언가를 놓아버려 축 처진 팔이, 팔 끝엔 잡았던 느낌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손이 달려 있다.

*걱정: 걱정은 유대의 힘을 엄청나게 발휘한다. 같은 고민거리를 지닌 자들은 맞대고 도원결의한다. 해결책이 나오면 안 된다. 영원히 보류되는 해결책 아래에서 그 유대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해: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질투와 시기: 질투는 자기가 못 가진 것을 향해서만 생기는 감정이지만, 시기는 자기가 갖고 있으면서도 생기는 탐욕이다. 질투는 시기보다는 깨끗한 감정이다. 질투 때문에는 잘될 수 있지만, 시기 때문에는 망가지기 쉽다.

스스로에게 질투는 힘이 되고, 시기는 폭력이 된다. 그래서 질투는 예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기는 예쁘지 않다. 질투는 사랑과 동경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시기는 반목과 질시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투는 자기가 못 가진 것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시기는 남의 것을 뺏거나 얻으려던 것을 못 얻으면 자기 것마저 잃게 된다.

*자존심과 자존감: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심은 누군가 할퀴려들며 발톱을 드러낼 때 가장 맹렬히 맞서고, 자존감은 사나운 발톱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길고 긴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쁜 결과 앞에서, 자존심은 어차피 모든 걸 예감했던 듯 독해지며, 자존감은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하며 세상이 독하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깨닫고 만다.

*고통: 원근감에 속는 것. 그래서 타인의 재앙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

*까칠함: 고슴도치인 척하는 섬약한 토끼들.

*꿈: 현실이 처형하지 못하지만, 현실을 처형할 수 있는 것.

*도발: 데울 음식이 있어서 켜는 가스레인지의 스위치 같은 것.

*보편: 보통주의자들이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가장 난해한 가치

*상처: 통증이 가시고 나면 흉터로 남는 것. 흉터는 곧 삶의 흔적이 된다.

*설렘: 뼈와 뼈 사이에 내리는 첫눈.

*행복: 난로 옆에 앉아 졸고 있는 고양이 미소.

따뜻한 말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차가운 말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마음에 선한 것을 쌓으면 선한 말을
마음에 악한 것을 쌓으면 악한 말을

마음의 단어들을 바르게 정의하고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선한 것으로 채우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말에도 온도가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지만 차가운 말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사람의 말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씀하셨다. “독사의 자식들아 너희는 악하니 어떻게 선한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내느니라(마 12:34-35)”.

마음에 선한 것을 쌓은 사람은 선한 말을 한다. 마음에 악한 것을 쌓은 사람은 악한 말을 한다. 농담에도 뼈가 있다는 말은 그저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려고 애를 써야 한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 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5-8)”.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따뜻한 말을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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